6월에 관한 시모음 57)
유월의 햇살 /전승희
나무가 등지고 섰다.
오롯이 태양을 벗 삼아
째깍째깍 흐름을 만끽해 얻은
고뇌스러운 금실과 은실
바람쟁이 흔들림에도
한 차의 오차도 없이
밋밋한 나뭇잎 테두리에
한 땀 한 땀
화려한 수를 놓는다.
간간이 진한 금실로
간간이 옅은 은실로
수틀에 메이지 않는 여름을
무릎 위에 앉혀 놓아
풍선처럼 부풀어가
꿈을 꾸듯이
수를 놓는다.
난, 최고의 예술가!
유월의 비 /최은주
어젯밤엔 달 과별을 숨긴 채
마음 편한 흐림을 주더니
유월 현충일 오늘 아침엔
한 모금의 절박한 생명에게
꿈을 키우라고 단비를 내려줍니다
마음 안에 나이테처럼
수많은 긍정의 동그라미를 그리며
자연의 생명을 구하려는 비의 마음이
맥없이 쓰러진 나무에
생명수 기둥을 세워 힘을 넣어주고
토닥이는 빗방울의 쓰다듬는
촉촉하고 맑은 생명의 소리는
하늘과 땅을 이어 우리의 품에
소중한 자연의 진리를 심어줍니다
유월의 담벼락 /최보경
유리창에 그려지는
수많은 이야기
작은 이슬 구슬 맺히는
보슬비 내릴 때면
하얀 나비 쫓아
나폴대던 아이들 보이고
구슬 같은 빗방울
형체 없이 사라지고
주르륵 눈물 되어 흐르는
장맛비 내릴 때면
작은 몸짓 하나
가득 눈물 젖은 눈길조차
오직 해 바라기인 능소화
골목길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는 모습 애처롭다
발그레 얼굴 붉혔던
첫 모습 그대로
유월의 고백 /글벗 최봉희
오로지
한 겨레를
가슴에 품은 열정
홀로 선
기다림에
세월은 흘러가고
서러운
사랑의 글말
등 돌리고 앉았네
6월의 전쟁터 /최수경
지루하게 내리는 비는
햇볕을 그립게 하고
몇날을 쉬지 않고 내리쬐는 땡볕은
한바탕 빗줄기를 그립게 하지만
뜨거운 땡볕과 싸워야 하고
지루한 장마와도 싸워야 하는
농부는 들판에서 매일 전쟁이다
일기의 변덕에 싸움꾼인 되는건
밭일하는 농부와 밭에 사는 농작물들
한편의 우군이 되어 손잡고 싸워도
여름 들판 싸움터의 하루는 늘 힘겹다
뜨거운 땡볕과 지루한 빗줄기
잡초 벌레 들짐승까지 합세하여 덤벼오니
6월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다
뜨거운 햇빛의 힘이 쇠잔해지는때 까지
뽑고 잡고 막고 버텨내 이겨야 한다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땡볕과
농부의 한판 승부의장 6월 들판으로
장화를 단단히 신고 매꼬자로 무장한
농부는 삽자루 호미자루 들쳐메고
가을 들판에 승리를 위해 진군한다
그나 저나 울타리도 없는 재너머 고구마 밭은
들짐승 공격에 온전하게 버티고 있는지
6월의 들판은 온통 적군뿐이다
유월의 아침 /김병중
간 밤에 비 내리고
아침 해가 눈부시게 떠오르자
초록은 진초록
빨강은 진빨강
노랑은 진노랑
눈부신 것들은 모두 원색으로 빛나네
이 아침에 하늘이 내린
세상을 맞이하는 감개의 무량으로
사람은 참사람
나무는 참나무
새는 참새
살아 있는 것들은 유월을 참으로 사네
유월 /차해령
여명을 여는 청 푸른 여름
아침 달이 창문을 두드린다
솟는 빛 창틈 깊숙이 파고들고
반쯤 접힌 반달 같은 유월
감자 꽃 이랑마다 희망의 물결
하얀 나비처럼 훨훨 피어난다
뜨겁게 일어나는 풀잎들
DMZ 비무장지대 아픈 역사
쉼표를 찍는 그곳,
애기뿔소똥구리 위험을 말고
호국영령의 정신을 기리는
선혈의 덩굴장미
붉은 심장을 열어젖히며
감사의 물결로 담장을 허문다
대지 위 열매들 상큼하고 싱그럽게
상처 난 자리 포근히 감싸며
구김살 없는 감정 솔솔 흐르고
우표 없는 바람은 허공을 날아간다
6월의 향기 /최정원
오월이 그리웠던가
유월의 따뜻한 햇살이
끝없이 타오르는
뜨거운 정열의 장미
따가운 가시 꽃잎에 숨겨
푸른 잎에 묻어둔 채
붉은 입술 내밀어
향기로 유혹하는
그대 정녕
나를 유혹 하는가
머문 걸음 뗄 수 없어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사랑의 늪에 빠져버린 눈빛으로
너를 너를 담으니
아 유월의 아름다움이여
뜨겁게 뜨겁게
그리움으로 담는다.
아일러비유 아일러비유
너를 잊지 못해 너를 잊지 못해
사랑으로
너를 담는다~~~
그새 6월입니다 /月花 홍현정
어느덧 꽃길을 지나
초록 물결 숲속을 걷습니다
간간이 부는 바람도 좋고
푸른 잎새 사이
각시처럼 예쁜 햇살도
가지를 흔들며 마주합니다
6월은 한 해의 반
접힌 계절처럼 녹음의 무게를
여름으로 이어 주는
황홀한 다리 같습니다
정신을 쏙 빼놓는
6월 하늘은 구름의 터널로
평온을 나르는 천사 같아요
쿨쿨 낮잠 들면 깨우지 말아 주세요
아직 남은 반년의 날
6월을 아름드리 선물합니다
6월이 오면 /김정자
아카시아 향이 멀어지고
여왕이라 굴림하던 붉은 여인도
힘없이 사라질 때
저만치에서 연초록으로
기워 입고 오는 그녀의 선
헝클어지며
삭아가는 뼈끝이 애달픈 소리
꽃잎을 싸듯 흑백사진 품고
세월은 낙수져서
중년의 여인이 되어 너털한 웃음은
황혼의 앙상불이
씨줄과 날줄로 엮어
보글거리는 교향곡
유월의 향기 /김화숙
옅은 마음 끝에
푸른 풀잎 하나 얹고
저만치 흐르는
구름 그림자 따라 길을 나선다
숨죽인 계절 속
참새는 떼 지어 날고
바람에 흩날린
마음 하나 나무에 걸린다
소나기 한줄기
내 안을 적시고
우듬지에서 뚝 떨어지는 햇살
그 조각이 나를 다독인다
가만히 멈춰 서면
수양버들 아래
물결이 가만히 배어와
눈동자 깊이 초록이 번진다
유월이 오면 /김용호
모란 꽃 피는 유월이 오면
또 한송이의 꽃
나의 모란
유월은 아름다워
밉도록 아름다워
해마다 해마다
유월을 안고피는 꽃
또 한송이의
또 한송이의 나의 모란
유월의 바람 앞에 /박명숙
한해의 절반이 흐르고 있다
유월의 창은 온통
푸르른 날갯짓으로
하늘을 덮으며 비행하는 계절
바람의 언덕에 서면
이마에 서린 땀방울을
씻어내고 초여름의 태양이
따갑게 등을 덮고
꿈을 실은 청춘의 날갯짓은
멈출 줄 모르고
창 너머에 녹음이 짙은
꿈이 있고 희망 있는
바람의 노래가 들려온다
여름을 부르는
바람이 싱그럽고 정열적인
인생의 절반이 지나고 있다
찬란한 내 인생아
부단히 잘 살았구나!
유월의 들꽃 /박명숙
유월의 들꽃이
산들산들 우릴 보고 웃네
보란 듯이 당당하게
자유로움 속에서 억압을 풀고
멀리 번져가는 꽃물결
바람 타고 노니네
유월의 푸르름 속에
들꽃을 보자니 너랑 나랑
춤추며 노닐던 옛 고향
그리움, 다시 그리움이
일렁이도록 보고파지면
유월의 어느 날 문득 다시 만나리
추억이 머물던 곳
수많은 들꽃이 피고 지는
계절의 반이 저물고
헤어짐의 길목마다
그리움의 향기가 묻어나고
유월에 깃든 들꽃 사랑이
우리의 마음에 아름드리
수를 놓는다.
누리달의 사랑 /글벗 최봉희
온 누리 사는 생명
그 소리 가득해라
걸음을 멈추고서
다시 또 듣는 울음
하늘을 바라보면서
바람 소리 들어요
그대를 만나면서
우산도 준비하오
오란비 만나거든
당당히 맞서지요
무더위 이겨내야만
내 생명도 자라오
한여름 불볕더위
그늘을 준비하듯
내 마음 문을 열고
그 사랑 읽는다오
시원한 나무 밑에서
푸른 씨앗 심지요
*누리달 : 6월을 달리 이르는 말
*오란비 : '장마'의 옛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