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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에 관한 시모음 17)

작성자와룡산|작성시간26.06.10|조회수108 목록 댓글 0

여름밤에 관한 시모음 17)

 

청사포 여름밤      /김보승

 

달빛 은은히 내린 청사포 밤바다

물결은 고요히 자갈밭 축제를 열고

 

가로등 긴 그림자는 해풍에 취한 듯

휘청휘청 물결을 탄다

 

별은 하나둘 바닷가 옹기종기

청사포 밤 향연은 분위기 최고인데

 

지나간 추억 젖어 들어

그리움은 가로등 불빛에 타들어 간다

 

해마다 찾아오는 청사포

묻어둔 사연은 밤바다에 허우적거리고

 

마음은 무겁게 힘든 삶의 끈 풀어내듯

청사포 바닷물에 그리움 하나둘 내려놓지만

 

파도처럼 밀려드는 그 사람은

하얀 달 타고 청사포 깊은 바닷속 잠수를 한다.

 

 

여름밤        /靑山 손병흥

 

푸른 기운 가득한 녹음 우거진
시원한 그늘이 그리워지는 시절

불어오는 바람결 잎사귀를 스치는
문득 푸른 물결 넘치는 그리운 바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같은 추억 속
가녀린 달빛마저 스며든 짧은 여름밤

점차 눅눅함에 잠긴 무더위로 잠못드는
모깃불 지펴논 마당 평상 위 잦은 부채질

 

 

여름밤       /김철이

 

숱한 빌딩 숲 사이로

사춘기 소년 시절

한 자락 추억의 그림자가

총총히 걸어간다.

 

철부지 어린놈이 뭘 안다고

평상을 깔고 누워

먼 훗날

무수히 닥쳐올 시련들을

하나둘 세다 울고 세다 울고

 

세다 잊고 세다 잊은

밤하늘 별들처럼

총총히 다가올 인생 고뇌들

영영 잊었으면 좋았으련만

 

밤이면 밤마다

한 곳을 향해 피는 달맞이꽃처럼

날 지어

세상 소풍 보내주신

임의 드높은 뜻 따를 수밖에

 

 

여름 밤         /이원문

 

고향의 여름 밤 멍석 위의 여름 밤

쑥 불 피워 모기 쫓으니

소쿠리의 수박 참외 우리들 기다린다

 

누워 보는 밤하늘에 쏱아지는 수많은 별

내 별도 네 별도 눈 안으로 들어오고

또 하나의 나의 별 맡았다 잃었다

 

댑싸리 밑의 누렁이 장난 끼 많은 누렁이

반딧불은 보았는지 무엇이 좋아 저리 뛰나

그러다 지치면 함께 놀자 옆에 와 앉는다

 

우물둥치에서 물 끼얹는 언니 엄마의 밤

늘 그렇듯 할머니 춥다 소리 지르고

은하수에 묻은 꿈 밤 베짱이가 읽는다

 

 

여름밤 별자리     /靑山 손병흥

 

하얗게 박꽃처럼 날밤을 새운 밤하늘

손에 잡힐 듯 달빛어린 고요함이 피어난

 

일렁거리는 부채바람으로 어둠을 불사른

깊어져간 밤하늘에 무수한 별빛 드리운 채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감미로운 노래 가락

밤새 느릿느릿 풀벌레 울음소리 숨어들던 밤

 

선한 눈빛 시로 물든 이슬 떨쳐버린 그리움

별을 따라 무더위피해 마실 나가버린 밤하늘

 

불면의 밤 수놓은 쏟아져 내리는 별무더기로

반짝이는 별 신비로운 은하수 향연 펼치던 사연

 

 

여름밤         /김수영

 

지상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은

하늘의 소음도 번쩍인다

여름은 이래서 좋고 여름밤은

이래서 더욱 좋다

 

소음에 시달린 마당 한구석에

철늦게 핀 여름장미의 흰구름

소나기가 지나고 바람이 불듯

하더니 또 안 불고

소음은 더욱 번성해진다

 

사람이 사람을 아끼는 날

소음이 더욱 번성하다 남은 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던 날

소음이 더욱 번성하기 전날

우리는 언제나 소음의 2층

 

땅의 2층이 하늘인 것처럼

이렇게 인정의 하늘이 가까와진

일이 없다 남을 불쌍히 생각함은

나를 불쌍히 생각함이라

나와 또 나의 아들까지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다 남은 날

땅에만 소음이 있는 줄만 알았더니

하늘에도 천둥이, 우리의 귀가

들을 수 없는 더 큰 천둥이 있는 줄

알았다 그것이 먼저 있는 줄 알았다

 

지상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은

하늘의 천둥도 번쩍인다

여름밤은 깊을수록

이래서 좋아진다

 

 

더운 여름밤       /이재환

 

목 길게 내밀고

울타리 밖에서

서성대는 접시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날은 저물어도

열대야로 잠 못 이루고

하늘에 둥근달을 보며

당신을 그려봅니다

 

당신이 그곳에 계시기에

그리움도 곱고

무더운 여름밤도

아름답기만 합니다

 

 

여름밤         /임영준

 

한 마당
가득한 달빛
벌레들
소곤소곤
속삭임
 
더위가
다소곳하여
밤은 더욱
정겨웁고
 
툇마루에
뒹구는
숱한
옛이야기들
 
싸릿담장
너머에선
온 세상이
춤을 추는데
 
조촐한
과일상에
흥이 넘치는
나의 행운이여

 

 

첫여름밤      /나태주  
 
보리가 익는 보리밭에서
달빛은 저 혼자 돌아온다,
두 발이 개울물에 젖어서.
머언 천축국天竺國
개구리 울음 소리에 젖어서.

밀이 익는 밀밭에
달빛은 가만가만 숨어서 온다,
패전敗戰해 죽은 왕자님의
빈 말잔등에 얹혀.
사람 안 탄 빈 수레바퀴에 실려서.

아기 잠자리
이슬에 날개가 젖어
선잠 들었다 이내 눈뜨는
짧은 첫여름밤의 꿈.
우리들 못다 이루고 만
짧은 밤의 잠.

 

 

한여름 밤의 꿈      /은파 오애숙

한여름 밤 달빛 가슴에 안고서
시원한 동동주 한 사발 걸치고
살랑살랑 실바람 맘에 안주 삼아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 ]
하고 픈 마음 들게 하는 이 밤

허나 어찌 별빛은 간 데 없나
잔 별들과 그리운 시가지에서
그 옛날 노래하고 싶은 맘인데
별빛 마다 밤든 밤이 되었는지
보이지 않는 이 막막함 어쩌랴

아아~~ 그리워라 그 옛날이
가슴에 맺힌 멍울들 망울망울
그리움의 꽃으로 피어나는데
세월의 강은 뒤도 안보고서
이 밤도 저어 만치 흘러가네

 

 

한여름 밤의 추억      /이성진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다 사연은 있습니다

저물녘 보랏빛으로 저물어가는 이곳이

고단한 사람들을 품은 넓은 가슴입니다

 

하늘이 지붕이고

별은 반짝이는 이불입니다

어린시절 한여름 밤의 추억에 젖으면

이곳은 어느덧 하나하나 재미난 동화가 됩니다

 

 

한여름밤       /이윤학

머릿수건인 줄 알고

마른걸레를 베고

누워 계시는 어머니

마루 위에 걸린 전깃불

벗어놓은 신발 속의 흙을

보여준다

짧은 퍼머 머리와 검게 탄 피부는

아프리카 원주민 여인을 떠올리게 한다

 

 

봉주르 여름밤       /안정순

 

늦은 밤 반쯤 열린 고목의 가지 사이로

살그머니 내려앉은 보름달

이슬을 피해 둥그렇게 앉아 있는 모닥불 가

하나 남은 빈자리를 채운다

 

한들거리는 나뭇잎을 타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기와지붕 위로

별똥별처럼 돌담을 타고 흐르는 카페의 선율

 

깊어가는 봉주르 밤을 수놓는 색색의 별 무리

잔잔히 일렁이는 팔당호 잔물결 위에

중년의 아스라한 추억을 뉘인다

 

기억 저편 멀어져간 기차 소리

연인들의 아쉬운 발길을 더듬으며

강가를 걷노라니

 

칙칙폭폭 칙칙폭폭

여름밤 추억을 꿰는 거미 한 쌍

둥근 달빛 아래 너울너울 그네를 탄다.

 

 

여름밤       /안영준

 

잔잔한 주름 파도는

시야를 꽉 채우고

신선함이 파고드는 한여름 밤

 

맥문동꽃 숲에

귀뚜라미의 떼창이 시작되고

청아한 멜로디가 고막을 꽉 채운다

 

노랑 민들레 머리 풀고 고개 젖는 밤

가까이서 들리는 개구리 합창은

달팽이관 나선을 울린다

 

곡예 하듯 쏟아지는 별빛은

이 내 작은 가슴으로 흠뻑 쏟아져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여름밤의 연가       /정심 김덕성

 

지금 쯤 어디서 살가

애절한 그리움에 젖어드는

그리움이 밀려오는 밤

 

사랑에 취해 바라본 밤하늘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별들마저 떠난 외로움

산산이 부서진 이 내 가슴을

아는가 모르는가

 

외로움에 담긴 그리운 얼굴

가슴에 품고 간절하게

불러보고 싶은 그리운 이름이여

지금도 피어나는 그대 향기

 

비록 철없던 시절이니

원망도 미움도 없는 그리움 뿐

지울 수 없는 설레는 사랑

내 생전에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사람아

 

 

청 보리 익어 가는 여름밤에   /김점희

 

맑은 어둠으로 가득한,

상쾌한 기분 주체할 수 없는 밤.

개구리들의 합창이 시작된다.

밋밋한 것 같지만

가만 가만 들어보면,

각기 다른 목소리

멋진 다중(多衆) 화음.

개굴개굴

울음소리는 분명 아닐 진데

저토록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을.

내 사랑 고백도 이토록 아름답지 않았으리.

청 보리 익어 가는

싱그러운 초여름 밤

찹찹한 대(竹)자리에 앉은 나는,

지긋이 눈감고 기댄 벽에서

끊이지 않는 개구리들의 합창으로

이 밤 지새워도

나는 야 좋아라.

나는 야 마냥 좋다.

 

 

한 여름 밤의 사물놀이     /목필균

 

한 여름 밤의 꿈이라더니

한적한 섬마을에서

느닷없이 펼쳐진 사물놀이는

뜨거운 축제를 연출한다.

징이 장군의 목청으로 호통을 치니

성질 급한 꽹과리가 먼저 튕겨져 나오며

갱갱 갱매갱 갱매갱매갱매갱 엄살을 떤다.

양손잡이 장구가 어깨 춤을 추며

신바람을 일으키고

뒤통수 맞은 북이 얼결에

박자를 맞추며 끼여들면

귀신도 같이 노는 신명나는 시간.

지이잉---. 지이잉---.

갱매갱 갱매갱 갱매 갱매 갱매갱

덩덩 궁따궁 궁따 궁따 궁따 궁따궁

둥_ 둥_ 둥둥둥 둥_ 둥_ 둥둥둥

한적한 섬마을에서 펼쳐지는

사물놀이에

우주도 하나 되어 혼을 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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