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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夏至)에 관한 시모음 6)

작성자와룡산|작성시간26.06.20|조회수39 목록 댓글 0

하지(夏至)에 관한 시모음 6)  

 

첫 여름의 쾌사       /김남현

 

하지(夏至)에 연초록이 번진 꽃물

신필(神筆)로 듬뿍 찍어

하늘가에 향(香)내음 그렸더니

들녘에 피어오른 만물상이 춤춘다.

 

삼복의 허리에 녹음자락 깔고 앉아

벙그는 푸른 입술 끌어안고

더위를 털어버리니

이도 첫 여름날의 쾌사가 아니런가.

 

삼림욕 그늘 아래 단전호흡 즐기며

영혼이 맑아지는 마음 때 씻으며

한 잔 술에 옛 시를 읊노라니

이 또한 첫여름 쾌사 중 쾌사일세.

 

구름 속 잠든 햇살 그려보는 가슴에

녹음방초 상큼한 운치자락

골짜기 실개천에서 첫 여름을 녹이나니

만산의 웃음소리가 여울지며 흐른다

 

 

하지(夏至)         /정민기

 

온 누리 손을 뻗쳐 나가는

여름이 뜨겁기도 하지

매미 울음소리

누군가 애타게 부르는 듯하지

밤꽃이 두리번거리며

환하게 피고는 하지

호박이며 오이 넝쿨이 뻗어

기지개를 켜고는 하지

풋고추와 풋가지 얼굴 보이고는 하지

밭에는 풀이 자라

들쑥날쑥 고개 내밀고는 하지

높이 떠오른 태양 유난히 생각에

깊이 잠기고는 하지

길어도 한참 길어진 낮이

너무 지루하기도 하지

 

 

하지夏至        /송유나

 

찌그러진 트럭에서 걸쭉하게 들려온다

"싱싱한 수박이요 바로 따온 여름이요"

덤으로 더 드립니다, 자주감자 하나씩.

 

파랗게 모였어요, 둥그런 얼굴들이

가끔씩 넘실대는 파도를 올라타고

저울눈 뜨다 감는지 실눈처럼 흔들린

 

한바탕 소낙비에 온몸이 다 젖었죠

탱탱하게 익은 수박 얼굴을 푹 파묻던 날

텃밭에 꾹 눌러심을 씨앗 서넛 붙인 채로

 

 

하지          /최광일

 

유월들 감자꽃 벗삼아 걷노라니

산들 풍기는 고소함이 코끝을 간즐간즐

유혹의 근원은 감자꽃 밑 쩍 벌어진 감자둑

 

일월성 온갖 기운과 대지의 기름짐으로

알토란 같은 감자가 토실하게 탱글탱글

터질듯 부풀어 땅 들고 솟으려 아둥바둥 아우성

 

해거름 길게 뉜 강섶에 거친 숨 고르며

석수쟁이 돌 쪼듯 땅 쪼며 걸음 걸음

바람에 구름흐르듯 나는 야 구름나그에

 

 

하지 夏至 지난 후       /초정

 

볕은 너무 뜨거워......

나무 그늘 긴 의자에

그늘 닮은 할머니들이

나뭇잎처럼 앉아 있다

 

못 쓰는 시간만 남은 것인가

쓸모있는 시간을 골라 내는 중인가

끝도 없이 안 보이는 긴긴 시간을 풀고 있다

어디서 끊어질지 모르는

골다공증으로 버걱거리는 시간의 한 쪽 끝을

오후의 숨찬 태양이 서西으로 끌고 있다

 

빛이 아파트 벽과 벽 사이를 질러가는 동안

그늘은 더욱 길게 눕고

한지韓紙처럼 피어 오르는

할머니들의 심지 깊은 이야기가

길게길게 느러지고 있었다

 

 

하지夏至        /김건화

 

사슴뿔 떨어진 자리에서

뜨거운 울음으로 숲을 달구는 매미

 

눈 감고도 찾아갈 골짜기 사이에서

쉰 목청으로 부르는 세레나데

 

머릿속 점령하던 먹장구름 속

망상의 실타래 외줄을 푸는

그대와 나, 웃자란 감정의 얼룩에도

눅눅한 장맛비가 쏟아진다

 

물컹하게 겉도는 예감일지라도

단단한 내일을 만지고 싶어

불안의 모서리를 서성거린다

태양의 눈총 피해 사라진 뱀은

나쁜 소문의 꼬리를 자르고

뿌리의 생장점은 엉킨 실타래 풀고

 

서늘한 입추를 더듬는다

 

 

하지夏至       /김연식

 

물길 따라온 열 번째 절기다

 

북반구엔 온종일 태양이 높이 떠

그림자 보이지 않는 하얀 밤

남반구엔 온종일 태양이 나타나지 않아

그림자 없는 새까만 밤

 

태양 황경黃經 90˚인

춘분春分과 추분秋分의 한가운데서

낮 길이 가장 길고(14시간45분)

밤 길이 가장 짧아(9시간15분)

잠 모자라 낑낑대는 손주 놈

가장 힘든 하루 되리라

 

사슴뿔 떨어지고

매미 울기 시작하고

반하半夏 알 생기는데

마늘 캐고

모내기 끝나

보리타작에

도리깨 곤두선다

 

기승부리는 무더위

징검다리 밑

계곡 물에 내려놓고

산들바람 등에 업고

눈감고 한숨 졸아나 볼까

 

 

하지 감자          /노수옥

 

밭고랑에 버려진 꽃은 시들었다

살아남은 꽃 위로 몇 번의 소나기가 오가고

감자 밭에 알이 찼다

 

하짓날

흙의 탯줄을 끊고 밭두둑을 헤치고 나온 그들

정작 하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 아비를 한 번도 본 적없는

배다른 각성바지 세 아들,

성만 남기고 떠나버린 어미마저 볼 수 없었다

주르르 한 핏줄에 매달린 감자가

가족인 것만 확인했을 뿐

 

오늘도

온 몸에 눈을 달고 어미를 찾았지만

끝내 하지를 찾지 못했다

 

우멍한 그의 눈에 퍼렇게 독이 고였다

 

 

하지감자      /온춘성

 

닳아 헤진 소쿠리 가득

움 튼 씨감자

주름진 아버지

하지(夏至) 손 꼽으며

텃밭 이랑에

연신 흐르는 땀방울로 심으셨네.

 

고운 볕 살랑바람

감자줄기 잎 스치니

수줍은 하얀 감자꽃 위

점박이 무당벌레 사랑놀음에

서쪽 하늘은 붉어지고

 

생 쑥 더미

모깃불 연기에

뜨거운 콧김 뿜으며

 

맵다 매워

눈물 주르륵

동네 고샅까지 스미는

가마솥 구수한 냄새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

 

모락모락 포슬포슬

분나는 하지감자

 

주린 배로도 행복했던

유년시절

아내가 찐 감자 먹으며

그 추억을

연신 삼키고 있다네.

 

 

하지(夏至)        /정덕현

 

오늘은 일년 중 해가 제일 길다는 하지

夏至는 24절기중 9번째로

한해의 중심을 달리는 6월 하순이다

이글거리는 태양 빛은 빗방울 하나없는

가뭄으로 大地의 초식들을

목이말라 고개가 비틀어지고 있다

 

장마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이러다가 장마가 오면 수해를 입고

평생을 몸바처 쌓아 놓은 재산을

몰 수하고 이재민을 만들어 삶을 해치는데

공평하게 나누어 주시면 좋으련만

하늘이 하는 일 어이 할소냐

 

오늘 서울지방 기온은 35도라는데

이른 아침 골프장을 나왔는데

해가뜨니 수은주가 올라 운동을 접는다

하지 무렵이면 토실토실한 감자로

손바닥 닮은 먹갈치를 조려 놓으면

밥 한 그릇은 게눈 감추지

 

바람기 없는 공원을 지키는 나무는

말 한마디 흔들림도 없이 조용히 서있다

잔잔한 호수 물결은

고기들이 아침 식사를 하느라 분주하다

내가 앉아있는 벤치 옆에는 참새들이 앉아

오게스트라 연주를 친구가 된다

 

하지로 부터 세번째 경일을 초복(初伏)

네번째 경일을 중복(中伏)

입추(立秋)의 첫째의 경일을 말복(末伏)

이라 한다.

사마천의 시기에도 진나라 덕공(德公) 2년

(기원전 676년)에 만들어진 복날 재미있는 것은 개를 잡아 열독(熱毒)을 다스렸다 한다

 

 

하지(夏至)        /김귀제

 

하늘에

해와 달

두 개 뜬 하짓날 아침

 

남산타워

물들자

달은 서산에 진다

 

온 종일

작열하는 해

목이 마른 긴 하루.

 

 

夏至(하지) 날에         /이석기

 

24 절기 중 10 번째 인하지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

무려 14시간 35 분.

하지가 지나면 무더위가 계속되고

본격적인 여름이네.

 

부지런한 농부님들

3월 중순 춘분 전후에 심어서

연보라 꽃이 필 때 알알이 굵어가는 뿌리채소

하지 무렵에 캔다고 붙여진 그 이름

하지 감자 는 영양분도 풍부하고

맛도 있어서 세인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네

 

반찬으로 간식으로

고급을 선호한 분들은 아니지만

서민들이 즐겨먹네

 

하지를 맞이하여서

6 월 하순의 작열한 태양열을 받고

모두가 덥다고 안달이지만

진초록 신록은 잘도 자라네.

붉게 익은 산딸기가 수줍게 얼굴 내미는 하지.

 

 

하지           /서윤덕

 

생동감이 넘친다

보리밭이 나락논으로 바뀌었다

여름에게 손 내미니

덥석 잡는다

줄기식물들이 등에 업힌다

나팔꽃 더덕 오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하지(夏至)였고. 비가 내렸다        /김영란

 

짧은 밤은 건조했다

다소곳 나란히 선 태양계 행성들을 보겠다고

마음을 하늘에 둔 채 유월을 보냈다

바람은 미풍

초록 잎새들도 조용히 흔들리고

폭염의 침묵은 견고했다

사랑은 원래

단 한 번의 스침만으로도 천둥을 심고

순식간에 폭우를 쏟기도 하는 것이다

잠긴 사랑이 우기 지난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꽃 진 자리로 증거 여실하다

진심도 때론 쉽게 변심하여

수국처럼 한 순간 울먹하게 꽃빛을 바꾸는 것이다

하물며 짝사랑이라니

무거운 마음이 가장 먼저 가라앉았다

겹겹이 퇴적된 딱딱해진 지층으로 슬픔이 스몄다

막연하게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붙잡았지만

유령같은 해가 떠오르자 행성의 정렬은 사라졌다

새벽 짙은 어둠 속 쪼개진 구름 사이로

얼핏 당신의 뒷모습을 본 것 같아 뭉클했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오래 기다려 한참 우러러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매달리는 것이다

천둥 번개 비...

우산도 없이 고스란히 젖어도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夏至)         /박광호

 

보리감자 마늘 수확하느라

농부들 종종걸음에

부뚜막 부지깽이도

덩달아 춤을 추고

시원한 오이냉국이 그립다

 

느릅나무에 꾀꼬리 우는

들녘에는

보리 검불태우는 연기 자욱하고

옥수수수염이 붉은

산비알 진희네 밭에

고라니 새끼 두 마리 낳았다 쪽쪽쪽쪽쪽쪽 머슴새 우는 저녁 으스름

하얗게 밤꽃이 지고 하짓날은 밤이 짧아

별빛이 더 총총하고 밝다

 

 

하지(夏至)       /정약용

 

달은 삼십일 중에

온전히 둥글어 지는 것은 겨우 하루뿐이고

해는 일년 중에

제일 긴 날은 하루뿐이라네

흥망성쇠가 비록 맞물려 있으나

흥성할 때는 항상 빠르게 지나간다네

 

 

하지(夏至) 무렵        /신동호

 

생선구이의 뼈를 모조리 발라낸 공주는

타박이 있어도 쓴맛을 봐버린 탓에 울지 않았다

끊임없이 친절을 베풀기 위해 애쓰는 동안

국운은 기울어 골목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장수를 키워내지 못한 설움은 아직 이르다

사랑, 꿈, 의지는 종종 결핍으로 인해 체외수정했다

술잔에 몰래 눈물 한방울 보태주자

공주는 그만 자신이 평강이라고 고백했다

 

당신 안의 뜨거움은 기다림과 섞여 희석되었죠

불과 물이 만나도 사랑에 빠진다고 말했던가요

온달처럼 길을 잃었으나 이미 갈망을 마셔버린 뒤

그저 더위에게 모든 걸 돌리고 헤어져야 했다

 

지도에 그려진 곳인지 이젠 알 수 없다

여름을 밀어낼 듯 체념한 눈총이 폭우처럼 내렸지만

궁궐을 나온 공주는 아직 독주를 내리고 있을 터였다

목소리만 둥둥 남겨지고 그날, 고구려는 저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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