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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나무 시모음

감꽃에 관한 시모음 2)

작성자와룡산|작성시간26.06.13|조회수53 목록 댓글 0

감꽃에 관한 시모음 2)  

 

감꽃 목걸이        /한인석

문틈으로 들어오는 빗살무늬 햇살에 눈 비비고 나오면,

마당을 지키고 있던 감나무가 여우별 같은 감꽃을 후두둑 마당가득 뿌려 놓았지,

동생 몰래 주워와 하나 둘씩 실에 꿰어 만든 금빛 목걸이,

하얗고 긴 목을 가진 그 애 에게 걸어 주었지,

하루걸이를 유난히도 자주 앓던 그 애는 내가 걸어준 목걸이가 특효약이었던지

이튿날이면 배시시 풀꽃 같은 웃음을 숨겨와 안주머니 속에 깊이깊이 넣어주었지,

아직도 내 어딘가 깊은 곳에 숨어있는 감꽃을 닮은 그 애 웃음,

내 이석증을 고쳐준 특효약이 되었지.

 

 

감꽃          /이재봉


바람이 살랑하여 마당에 나갔더니
감나무에 별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개굴개굴개굴
앞 논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에
감꽃은 떨어지고
별만 반짝인다

 

 

감꽃           /김미경

 

늦은 봄에 마당 뒤뜰에는

마치 옥수수 튀겨낸 것 같은 모양으로

파아란 감꽃이 핀다.

 

함박눈 같이 쏟아지게 되면

온통 뜰은 감꽃향 기로 가득 차오르고

감나무 둘레에는 바스륵 꽃이 피어난다

 

꽃 빛이 노랗던 것이 하룻밤 지나면

갈색 빛으로 물들고

감꽃을 주어 모아 구슬처럼 꿰어

목걸이 만들어 주던 희야가 그립다.

 

호박꽃 잎으로 소반을 짓고

감꽃으로 떡을 해서 오가며

한 잎 씩 넙죽 입에 틀어넣고서

술래잡기 하던 성이와 식이가 그립다.

 

해마다 감꽃 피는 오월이 오면

감꽃 잎 한 움큼씩 입에 넣고

사탕 대신 주전부리로 대신한

내 어린 시절의 향기가 그립다.

 

 

노란별 감꽃놀이        /初月윤갑수


햇살 좋은날 하늘에서 감꽃이
뚝뚝 떨어지면 우리는 노란별을
줍는다

고목이 된 감나무 꽃 필 때
이른 새벽 땅속에 길을 낸
두더지
그놈 잡겠다며 질근 밟아놓고
저녁나절 다되도록 눈 빠지게
기다리다 잠들었던 추억

먹을 게 별로 없었던 시절
아침 일찍 눈 비비며 감꽃 주워
목걸이도 팔찌도 만들어 놀다
간식으로 빼먹었던 감꽃

 

 

감꽃 필 때          /이기영

 

뒤안의 장독대 옆 키 작은 감나무
햇살을 감싸
흔들리던 하얀 감꽃은

우물가에서 두레박으로
이야기 건져
재잘재잘 댕기 머리 처녀들.

더 희애져 사월 초파일
풀 먹은 삼배치마 초로의 여인들이
합장하듯 까뭇까뭇 떨어진다.

은은한 꽃진 엮어 목걸이 만들 때
흙 묻을까 새 운동화 들고
밭두렁 걸어가던 여자아이..

저물어 가는 가슴에는
파릇한 열매가 열리고
아이의 목에서 꽃잎은 수줍게 빛난다

 

 

감꽃을 줍던 어린 날       /제산 김대식

감꽃이 피던 어린 시절
바람이 불면 그저 좋더라.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감꽃들
조그만 소쿠리 들고서
떨어진 감꽃을 줍는다.

감꽃을 실에 꿰어
목에 걸면 목걸이
팔에 걸면 팔찌

하나씩 떼어서 입안에다 넣는 맛
노릿한 살빛 같은 감꽃을 씹으면
떫은 단맛이 입안 가득 텁텁하다.

지금의 아이들은 먹지도 않지만
우리 어렸을 적 그 시절엔
주전부리라곤 그런 것들

지금도 떨어진 감꽃을 보면
옛 추억이 떠올라
가끔 그리움을 먹어보곤 한다.

 

 

감꽃아버지         /배우식

감나무 속으로 아버지가 들어갔다
그해 봄 문득 들리는 발자국 자박소리 
눈 씻고 뒤돌아보면 환한 눈빛 감꽃이었다

아득히 그리운 길 한 바퀴 돌 때마다
출렁출렁 차오르는 아버지 저 살 냄새
그 바다 오르내리며 만남을 꿈꾸었다     

눈 감아도 눈 속으로 파고드는 울 아버지 
감나무 안다는 듯 말랑말랑 붉어지고
나에게 속살을 살짝, 드러내 보여 주었다   

감나무 문밖으로 홍시가 걸어 나왔다
늦가을 간절한 듯 붉게붉게 익은 얼굴
달려가 바라다보면 환한 눈빛 아버지였다

 

 

또범이의 점심은 감꽃이었다.        /차성우

산자락엔 짙어가는 솔숲 내음
바람으로 피어나고
뻐꾸기 노래
저 멀리 구름으로 날던
고향의 시절

꽃들이 우수수 떨어지면
또범이의 모가지엔
감꽃이 불경처럼 걸리었다.

소 몰고 가던 산길에서
돈 벌러 서울로 떠난 누나
그리워 하던
또범이의 점심은
햇살 머금은 감꽃이었다.

 

 

감꽃 아기         /고 명

 

감 씨앗 하얀 요람 속에
아기 혼자 나비잠 자고 있다
아비를 쏙 빼닮은 줄기와 떡잎 두장
증명사진처럼 내보이며
씨방 속에서 초록숨 새근거리고 있다
햇빛에 눈이 부셔 눈이 부셔
눈두덩을 부벼대는 오호라,
요놈들을 태중에 키우노라고
햇잎 나던 그 무렵부터
젊은 엄마배 동그랗게 둥그렇게 불러갔구나
요놈들 힘찬 발길질에
초록 짙은 감나무들 하얗게
꽃잎 떨구며 떨구며 비바람 속에 휘청거렸구나
감나무 어린 아기가 뱃 속에서
새록새록 자라노라고
감은 씨알 속에서
그렇게 수줍은 듯 붉어 갔구나

 

 

감꽃 1            /양현근

 

마당에 감꽃을 내려놓고

안산 너머 보리밭 사이로 바람이 길을 내며 건너가면

서쪽 하늘이 홍시처럼 익어갔다

엎질러진 계절을 주머니에 주워 담던 손끝에

해마다 감물이 들었다

 

붉은 기억의 저편

골목길을 지키는 감나무에 풋감처럼 매달린 기억들

높이 올라가면 푸른 하늘에 닿을 거라고

긴 장대를 휘젓던 아이

그날의 풋내 나는 미소를 깔고 앉아

홍시처럼 물러 떨어진 꿈을 생각했다

 

유년의 뒤란에 다닥다닥 매달린 떫은 시간들

해거름

배고픈 송아지 울음이 감꽃에 앉았다가 후두둑 쏟아진다

묵은 감나무 그늘이 출렁거린다

 

 

감꽃           /이기영

 

네가 꽃이라기에 꽃인지 알았지
비 그친 뒤
장독대 떨어진 꽃을 줍던 너에게
달짝 지끈한 풋내가 풍겼을 때
먹을 수 있는 꽃이란걸 알았지

그 맛이 싫어 내뱉자
입을 삐죽 내민 네가 꽃이란 걸

명주실 꿴 꽃 목걸이를 목에 걸어달라
지긋히 눈감던 네가
바깥 담 걸쳐 가지에 매달린
한 잎 노란 꽃이란 걸

꽃 그대로 파란 열매를 깨물었을 때
오래 마르듯 떫은맛마저
너는 꽃이었어

 

 

감꽃           /주명희

 

사무실 앞에 한그루 감나무에

가을이면 홍시가 주렁주렁 열린다

 

5월 끝자락에 들어서는

어느 이른 아침에

감꽃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

 

열매 맺지 못하고

져버린 저 하얀 꽃들

 

피지 못하고 져버린 목숨처럼

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아침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감꽃 지고         /김명수

감꽃 지고, 감꽃 지고

뽀오얀 감꽃 지고

내가 또 무엇으로 다시 되어진다면

연녹색 이파리 사이에 맺힌

하고많은 파란

풋감이나 되어

다가올 칠팔월 장맛비도 알 리 없는

윤기 머금은 풋감이나 되어

내 고향 강마을

오랜 초가집

뻐꾹새 울음도 잦아진 뜨란

한 그루 감나무에 풋감이나 되어

초여름 미풍(微風) 속

풋감이나 되어

 

감꽃 떨어지면         /정태중

 

고향집 뒤 뜰에 감꽃 열리면

우리 엄마 젖맛이 그리워진다

 

오랜세월 풍파에

고목이되어 감꽃 떨어지면

 

말라붇은 우리 엄마 젖가슴에

나는 떫은 눈물을 흘린다

 

우물가 마르지 않던 샘물이

쪼그라 들고

 

쭉쟁이 목피만 남은

감나무 아래에 서면

 

어릴적 떨어진 감꽃 줍던 생각에

눈시울 붉어지고

 

마른 샘터에 그리움 채워도

우리 엄마 젖맛이 그리워진다.

 

 

감꽃           /이남일

빈 집 감나무 가지에

빛바랜 기억들이 돌아 올 때쯤이면

 

봄이 오면 돌아오마고

봇짐을 안고 눈시울이 뜨겁던

그 아이 노란 감꽃이

 

푸른 잎 사이에 꼭꼭 몸을 숨긴 채

툭툭 눈물만 떨구고 있다.

 

 

감꽃          /정기모


떨어진 감꽃을 줍다가
멈춰진 손이 바람을 따라
파르르 떨린다
목 주변을 맴돌다 떠나는
남겨진 추억이 덜컥 목에 걸린다

 

목에 걸었던 감꽃 목걸이가
다시 입안에서 맴돌다
혀끝을 깨물고 말았다
상처보다 진한 추억이 아프다

 

뚝뚝 떨어진 세월 속에
오월의 향기가 원숙하게 익어 들고
내 작은 뜰 안으로는
유월의 풋향기가
떨어진 감꽃 위에 가만히 내려선다.

 

 

감꽃           /박유동


가랑잎 홀랑 날리고
발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가지가 휘도록 무겁게 달렸네
눈이 하얗게 덮인 시골 마을에
감이 온통 붉디붉은 꽃만 같네

버스가 지나면 감이 대롱대롱
손만 내 밀면 하나 뚝 따 먹으련만
저마다 먹기보다 관상하기가 더 좋다하네
배곯던 보릿고개 그 시절이 언제더냐
까치밥홍시마저 훔쳐 먹던 일이 어제 같네

겨울에도 감꽃이 피는 이강산 새마을
동네 길목에는 아이들 뛰어놀고
감나무에 앉은 까치 꼬리 달싹달싹
혼자 못다 먹는다고 깍깍 울어대네
아 이 땅에 겨울꽃나무 언제 누가 심었더냐!?

 

 

감꽃          /김안로

 

워낙은 근본 있는 씨알을 만들지

아무리 시간이 기억을 묽게 한다지만

그 모진 세월을 부리처럼 밀고나와

붉게 타오르는 아침 해를 쪼아서

작은 분화구 또 모로 만들고

오뉴월의 따가운 불씨를 품었다가

여문 희망 낳았어도

끝내는 멍이 들고 핏기도 없이 추락하니

바람에 걸려 넘어지고 굴러서

성한 데 없는 몸

잠시 화려했던 기억 더듬다

가루가 되어 먼지 속에 들 때 까지는

생생해

 

 

감꽃 피는 계절       /노태웅

 

초록향기 퍼지는

계절이 오면

감꽃 피던 고향집이 그립다

새벽에 주워 실에 꿰던 뽀얀 감꽃

그 속에 추억으로 물든

시리도록 그리운 사람도 있다

 

초록향기 가득한 오월이 오면

사랑 가득한 길목을 따라

감꽃 목걸이 하고

고운 마음 엮어서 함께 뛰던

유년의 시절이 그립다

감꽃 피는 계절이 오면.

 

 

감꽃 목걸이        /박종영


행복은 하나,
사랑은 여러 개의 빛이 되어
오월의 밝은 햇살 곱게 흔들리고
향기 짙은 얼굴 만져볼 그날에
소리 없이 열리는 꽃,
그리운 감꽃

감나무 그늘에 누워
하늘 되기를 희망하다가
피어오르는 구름의 웃음도 안아보고
아주 긴요하게 입안으로 스미는,
갑사댕기 순이의 살 냄새로 버무린 달짝지근한
감꽃의 향기로 시작되는 초여름,

톡톡 떨어져 구멍 난 꽃으로
은실 꿰어 줄줄이 엮은 사랑 목걸이
봉곳한 유두 간지러운 날
누구네 높은 가슴에 걸어주었으면,
몇 날의 봄도 쉽게 흘러갈 것을

먹어도 허기진 배 쓸어내리는
보릿고개 긴 한나절,
구국구국 멧비둘기 울어대면
고향 뒤뜰 늙은 감나무 한 그루,
노란 꽃등 달고 토닥토닥
어머니의 눈물로 떨어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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