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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나무 시모음

석류, 석류꽃에 관한 시모음 1)

작성자와룡산|작성시간26.06.23|조회수25 목록 댓글 0

석류, 석류꽃에 관한 시모음 1)

 

석류          /박태강

 

가을 햇살 풋풋하고
눈부시게 내리면
 
뜰앞 석류나무
빠알간 석류가 입 터뜨려
 
송 송이 얼굴 내밀고
보석처럼 빛나는 입
 
무슨 말 하는데
들리지 않고
 
너보고 있으면
어느덧 입에 가득 침이
 
석류맛 향같이
세월은 익어 가는데

 

 

석 류          /박재삼

 

별빛은 바다 위에도 호수 위에도

여러 가락이 내리지만,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눈 속에도 제일 빛나게 내리지만,

우리집 여나믄 평 뜰의

그 중의 익어 가는 석류 근처에도

여름 내내 내렸던가 보다,

 

숨이 차던 여름 넘어

이제 알알이

별이 박혀 별이 터져

새 하늘을 펴 보이느니.

 

 

석류           /윤인환

그대의 눈빛에
가슴 점점 뜨거워져 오네
몸둘 바 몰라
온몸이 부풀어 오르네

그저 살다 보면
잊을 수 있으려니
그리워하다
언젠가 잊을 수 있으려니

갈수록
더 타오르는 그대 향한 불꽃을
이젠 주체할 수 없어
아, 이젠 어쩔 수 없어

사랑하는 그대에게
불타는 사랑을 보이고 싶어
그리움 하얀 씨에 가둬 놓고
오늘 새벽 부끄러운
가슴을 열었네.

 

 

석류            /복효근

 

누가 던져놓은 수류탄만 같구나

불발이긴 하여도

서녘 하늘까지 붉게 탄다

네 뜰에 던져놓았던

석류만한 내 심장도 그랬었거니

불발의 내 사랑이

서천까지 태우는 것을 너만 모르고

나만 모르고……

어금니 사려물고

안으로만 폭발하던 수백 톤의 사랑

혹은 적의 일지도 모를.

 

 

석류            /이윤학 

 

올해도 열리지 않은 석류를 상상했지요
아주 오래전에 심은 것 같으나
몇 년 지나지 않은 석류나무 주위를 맴돌았지요

어느 해 봄날에
그대와 내가 심어놓은 석류나무
꽃 필 무렵엔 오지 못하고
열매 익을 무렵에 찾아와 주위를 맴돌았지요

콩새가 지저귀던 석류나무가지
내가 다가가자 콩새는 날아가고
벌어진 석류 안에
콩새가 지저귀던 소리
담겼으리라 믿었지요  

 

 

석류           /은파 오애숙

붉은 듯 붉지 않는 홍빛 널 보며
그 옛날 우리네 사랑 심연 속에
농익은 사랑의 함성 휘날리며
원숙한 사랑 피어나고 있는 건

세월의 강 사이 사이로 오롯이
그리움의 꽃 피어나고 있기에
젊은 날 그 추억의 그 향그러움
가슴으로 물결치는 까닭이런가

석류꽃 화알짝 홍빛 만개 후에
초록잎 사이 알알이 붉게 익어
타오르다 끝내 톡 터져 보일듯
말듯한'네 모습  내 심연 같구려

강산이 수 차례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그대 사랑의 향그러움
아름답게 맘 속에 활화산 되어
몽실몽실 피어 파문 일렁입니다

 

 

석류         /고진하

ㅡ 피정일기

 

새소리에 잠이 깨어

어슴새벽 뜰로 나가니

석류 열매들이 떨어져 사방에 나뒹군다.

쪼개져 붉은 잇몸과 하얀 치아를 드러낸

석류.

벌어진 입에서 무슨 말인가 뱉을 듯도 싶지만

수도원의 고요를 깨뜨리지는 않는다.

심술궂게 입을 쩍, 벌려보지만

완강한 침묵을 깨뜨릴 순 없다.

손가락으로 씨앗을 파내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달콤하다.

명상의 씨앗도 이처럼 달콤할까.

묵언중이신 수녀님들께 물을 수도 없고

입안에 있는 씨앗만 오물거린다.

달콤하다.

 

 

석류꽃        /현곡 곽종철

고향 마을 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석류 한 그루,
터줏대감 된다면서
손 흔들며 이별한 지
반세기가 다 되었는데  
탐스러운 꽃단장을 하고
내 앞에 서 있네.

너를 잊고 지난 세월
모두가 변했구려.
더벅머리 그 총각 초로(初老) 되고
문전옥답엔 우거진 게 잡초더라.
그래도 옛사랑 심어 놓은
그대는 변함없이 젊은가 봐.
황홀하게 불타는 꽃으로 피어나
내 마음을 붉게 물들이는구려.

이 꽃에는 고추잠자리 맴도는
고향 마을이 눈앞에 펼쳐지네.
저 꽃에는 불알 동무 모여들어
딱지치기 자치기 구슬치기에
바깥마당이 놀이터 되네.
그대는 그때 그 꽃이 아닐진대
어찌 옛 추억만 자아내는구려.

 

 

석류石榴       /이가림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 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나 혼자 부둥켜 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익어가는 어둠을
이젠 알알이 쏟아 놓아야 하리


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온 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


아아, 사랑하는 이여
지구가 쪼개지는 소리보다
더 아프게
내가 깨뜨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 주소서

 

 

석류         /강사랑

파란 하늘  눈부신 9월에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터져버린 웃음
선홍빛 잇몸과 하얀 덧니가
부끄러워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천진스레 웃는 모습에
입맞춤하는 날은
내 두 눈은 더욱 맑게 빛나며
아름다운 여신의  향기에
미치도록 빠져듭니다

알알이 박힌  핏빛 열정은
한여름 이글거리는 태양을 닮았으며
내 가슴에 투명하게 남겨진
붉은 그리움입니다

찬란히 익어가는  가을날에
한 번 뿐인 사랑이 아름답습니다

 

 

석류알 터지는 날      /강자앤

당신은 누구든지 사랑 할 수 있다네
당신은 누구에게든
사랑 받을 수 있다네

소원이 있걸랑
빨갛게 타는 가슴에
미련을 두지 말라

별이 지는 밤
하얀 진주알 하나씩
나누리라

남빛 하늘속으로  
무르익는 가을날
살아 있는 것들을

눈 흠뻑 내려
엎어 주시리니

용서하고 사랑하라!!

 

 

석류꽃 한 송이       /賢 노승한

 

초록의 유월 앞 숲속에 피어나는 꽃

주홍빛 영원불멸의 원숙함을 더하고

화려함 담은 재생의 길 앞에 부르짖는 사랑의 면류관

잎 새에 묻혀 강렬한 외침을 토하여 본다

 

비바람 동행하는 장마비를 향한 몸부림

속내 생명의 줄기 따라 호흡을 멈춰가며

독백의 길목 위에 침묵을 삼키고

한 줄기 바람길 따라 구름되어 피어오른다

 

외침의 면전에 나그네 가는 길

따스하고 포근한 품을 향한 인고의 사슬

오직 어둠 속에 빛나는 별을 따라

도약의 성숙 앞에 불타는 태양을 따라간다

 

 

석류에게        /김종제

피란도 가지 못하고
견디기 어려운 물의 시절과
불의 시대를 참아내었으니
그 속이 붉게 타들어갈 수밖에
저 담벼락 아래 오래된 유배 같은
섬에 홀로 남아있었더니
오늘 그 하나의 무게로
세상이 휘청 쓰러질 듯 석류여,
하여 당신을 주인으로 섬기겠다
나를 종으로 삼아
평생토록 발치 아래 둔다면
감히 반역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사랑을 지니겠다
내 무릎을 밟고, 등을 밟고
어깨 위에 올라섰으니
흔들리는 몇 개의 잎사귀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를
햐, 저 둥근 몸매도 무르익어서
마음의 알갱이들이 한껏 부풀었으니
둑을 차고 넘치는 것이다
사랑이 터질대로 터져버려서
살갗을 뚫고 나와
불꽃 같은 생을 살기를
하여 불면으로 잠 못 들고
문 밖에 서성거리고 있는 석류여,
하루에도 수차례
당신의 손과 발을 씻겨 드렸으면
땅바닥에 몸째 던져놓았으니
무덤이라 여겨 새로 돋아나기를

 

 

석류꽃        /조현동

얼마나

얼마나 더
간절하면

붉게

붉게도
타오를까

얼마나

얼마나 더
애간장을 녹여야만

달디단

보석 구슬
알알이 머금고

거기 그대로
서 있을까

 

 

석류      /돌샘 이길옥

 

꽃이 하도 예쁘다 싶어

열매 또한 예쁘리라 기대했다.

 

그 기대 속에 시간이 타들어가고

너의 홍조에 가슴 조이며 나도 타는데

시간이 더디만 간다.

 

한여름 땡볕에 지글지글 볶이면서

잠깐 잎 뒤로 숨어 땀을 식히다가도

호기심에 못 이겨 살짝 얼굴 내미는 재미에

알싸하게 녹아드는데

 

검붉게 그을린 얼굴 모습이

기대를 송두리째 빼앗아 가더니

돌려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햇볕의 기력이 서서히 쇠진해가는 날

가슴을 쩌억 갈라놓고

왈칵 쏟아낸 진통의 신물이 넘쳐

철철 넘쳐 하늘을 적시고 있다.

 

혀 밑을 봇물 터지듯 솟는 힘이

부르르 몸서리를 친다.

 

 

석류       /杜宇 원영애

 

그 꽃잎

바람에 떨렸지

 

수줍게 고개 숙여

남몰래 숨겨온

붉은 가슴앓이

 

차마

그리움이라 말 못하는

 

그 속내

뉘에게 속삭여 주려나.

 

 

석류 먹는 밤        /문정희

 

오도독!

네 심장에 이빨을 박는다

이빨 사이로 흐르는 붉고 향기로운 피

나는 거울을 보고 싶다

사랑하는 이의 심장을 먹는 여자가 보고 싶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져서

마녀처럼 두개골을 다 파먹는 여자

오, 내 사랑

알알이 언어를 파 먹는다

한밤에 일어나 너를 먹는다

 

 

석류石榴       /홍해리

 

줄 듯

줄 듯

 

입맛만 다시게 하고

주지 않는

 

겉멋만 들어

화려하고

 

가득한 듯

텅 빈

 

먹음직하나

침만 고이게 하는

 

얼굴이 동그란

그 여자

 

입술 뾰족 내밀고 있는.

 

 

석류화 지는 해거름     /姜大實(강대실)

뜨락 한 켠
휘늘어선 짙푸름 속에
자지러지는 선홍빛

실바람
하르르 하르르르
꽃잎을 실어 내리고

석류 꼭지
토-ㄱ 도르르
스러진 꽃잎 찾아 나서면

졸고 있던 강아지
깨갱!
놀라 깨어지는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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