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에 관한 시모음 30)
능소화꽃 /이재환
곱다
이쁘다
감히 꺾을 수 없어
눈으로 꽃을 품었다
꽃도 좋아서
활짝 웃는다
능소화 /기영석
임 오실까 봐 전봇대에 올라
땅을 향해 긴 목을 떨어뜨린 꽃이여
뜨거운 햇볕 아래 시들지 않고
아름다운 자태를 고의 간직한 여인이여
임 그리워 꽃으로 환생한 왕의 여자
애달픈 사연 많은 여인이여
돌아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다가
송이로 낙화 되는 그리움의 꽃이여
나는 더위에 나약해져 가는
너의 가녀린 모습을 넋 놓아 바라본다.
능소화 /정승용
여름 해 거리가
더위 먹은 엿가락처럼 늘어져있어도
능소화는
입추 전까지
민소매 같은 표정으로 피어있다가도
통으로 질 거다
백 번의 말보다
몸소 보여주는 쪽을 택한 듯
농처럼 그리 질 거다
그래서 여름 끝에
이리도 모진 장마가 오곤 하나 보다
사랑이 그러하듯이
능소화(凌霄花) /조동운
망미동 수영강변 행복한 터널길에
예쁜이 꽃단장한 주황색 꽃송이가
수줍은 듯 송알송알 서로가 손짓하네
그리움 가득 안고 하늘을 쳐다보며
님 오시길 기다리는 애타는 이 심정을
님은 알고 있을까 능소화의 진심을
장원급제 시에도 꽂아 주던 어사화(御賜花)
시절인연 도래하니 낙화 되어 무상하다
한 많은 능소화 슬픈 흔적만 남긴다
능소화 /이기택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바람 불면 바람 불어 좋아라
비 오면 비에 젖어주고
바람 불면 바람에 내어주고
담장 타고 올라
처마 끝 풍경이 되어 너를 부르고
바람 불면 바람에 실려 오는
너의 향기 내 안에 담는다
별 하나 아픈 나를 감싸고
실바람 불어 얼굴을 간지럽히면
너의 손길인가 살며시 눈을 감는다
삼라만상은 고요히 잠들어도
홀로 잠 못 들고 담벽에 기대어
밤이 들려주는 영혼의 소리를 듣는다
능소화 피면 /정심 김덕성
어느 해인가 산책길서 만난
태양열에도 초라한 담을 넘는 능소화
보기와는 다르게 외유내강이랄까
길 멈추고 바라보던 나
여느 꽃이든 그러하듯
능소화는 볼수록 아름다워진다
소박한 여염집 여인인양
지워지지 않는 찍힌 화인처럼
되살아나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리움
한 번 피면 초가을까지 피고 지며
여름내 세상을 밝힐 능소화
눈부시고 아름다운 꽃
닮고 싶은 왕성한 의지의 생명력
명예와 영광이란 꽃 이름으로
기다림으로 임 찾아가는 능소화
만나고 싶어 어서 피었으면
능소화의 눈물 /유영미
담장사이로
고개 내민 능소화
수줍어 얼굴 붉혔네
고운님
기다리며
담장 너머로 기웃기웃
이제 오나
저제 오나
목빼고 기다리지만
떠나간 님 소식 없어
애타는 마음 눈물 되어
그리움을 가슴에 담았네
비바람 치는 폭우 속에도
내 님 올까
고개 들고 기웃기웃
눈물 훔치는
담쟁이 너머 애달픈 사랑
능소화 슬픈 노래 /玉蟾 이기주
진초록 필목에다
주홍빛 수를 놓아
사랑 임 맞으려고
펼쳐 놓은 꽃자리에
활화산 같은 정열을
가눌 길이 없어라
고운 임 품은 사랑
명도를 높여가며
임에게 옴팍 안겨
맺어놓은 그 언약은
그리움 가득 남기고
눈시울만 적시네
환하다는 것 /문 숙
중심이 없는 것들은 뱀처럼 구불구불
누군가의 숨통을 조이며 길을 간다
능소화가 가죽나무를 휘감고
여름 꼭대기에서 꽃을 피웠다
잘못된 것은 없다
시작은 사랑이었으리라
한 가슴에 들러붙어 화인을 새기며
끝까지 사랑이라 속삭였을 것이다
꽃 뒤에 감춰진 죄
모든 시선은 빛나는 것에 집중된다
환하다는 것은
누군가의 고통 위에서 꽃을 피웠다는 말
낮과 밤을 교차시키며
지구가 도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돌고 돌아 어느 전생에서
나도 네가 되어 본 적 있다고
이생에선 너를 움켜잡고
뜨겁게 살았을 뿐이라고
한 죽음을 딛고 선
능소화의 진술이 화려하다
능소화가 있는 마을 /최정례
눈 먼 물고기가 살았습니다 지느러미를 떼내고 바위 그늘에 숨어 오래 앓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 이런 부신 날에는 맑은 눈물이 솟고 가슴 한쪽이 뻐근해 지는 것입니다
마을 이름은 왕궁리입니다 돌탑의 깊은 그늘이 능소화를 피워올립니다 살찐 닭이 뒤뚱거리며 그늘을 뒤지고 매미소리 폭포처럼 또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무너진 돌무더기의 마을 작은 문
능소화가 하늘 끝까지 뻗쳐오르고 금빛 꽃송이마다 나팔소리 잔잔히 울려퍼졌습니다 왕궁에는 왕이 살았고 왕비가 살았고 시녀들의 긴 옷자락 끄는 소리 깊은 그늘을 덮을 때 그때
캄캄한 바위 절벽 아래서 나는 다 듣고 있었습니다 먼 눈으로 가만히 눈물 흘려버리고 나중에 나중에 이 어둠 흘러가 하늘에 닿을 때쯤 저 나팔소리처럼 피어나는 환한 꽃을 보리라 보리라 꿈꾼 적이 있었습니다
능소화 붉은 밤 /허림
초희네 집
구름같이 모란이 벙글고
젖무덤만한 나무수국 뭉글뭉글 멍울지고
붉은 속살 터지듯 배롱나무 꽃 핀다
서로 등이 되어 휘감은 능소화 붉다
누가 피는 꽃을 말리겠는가
유독 붉은 발자국으로 내려앉아
지극에 이르는
꽃의 금당
피는가 싶게 벌고
벌었다 싶으면 지는
달, 그늘 아래 앉아
꽃으로 살다간
그 여자
마당 가득 서성이는
붉은 꽃잎 본다
능소화 /청강 이정원
주홍빛 꽃망울
장맛비에 흠뻑 젖은 채
임 향한 그리움인지
덩굴손 담장에 피어있다
얼룩진 세월 속
애타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메마른 눈물을 목 놓아 울부짖는다
뜬눈으로 지낸 연민
밤새 아른거리는 그 사랑이
능소화 전설처럼 애절히 흐른다.
능소화 연가 /정심 김덕성
칠월이 열리는 아침
축복인 양 비 내리고 늘어진 줄기에
마음의 등을 켠 능소화 만난다
봐도 또 봐도 수없이 봐도
칠월의 축하 메시지에 촉촉하게 젖은
주황색으로 단장한 능소화의 미美
여느 꽃 보다 더 예쁘다
세상을 환하게 밝히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는 눈부신 사랑
대담하고 왕성한 생명력을 지니고
피고 지며 그리움을 품은 능소화
언제까지 기다릴 건가
주황빛으로 등불을 환하게 밝히며
밤새 오시지 않을까
하늘을 오르며 기다리는
능소화 사랑이여
능소화 사랑 /박인걸
태양이 붓끝으로 그린 꽃
한 여름 화폭에 그려진 고운 색채
느러진 자태 부잣집 규수의 옷자락같아
바람결에 속삭에는 은밀한 사랑
고운 손길만큼 곱고 섬세한 꽃잎
우아한 자태는 여인의 춤사위
능소화 피어나는 그늘진 정원에서
고요히 빛나는 별처럼 머무르네.
연주황 사랑의 빛 향기 펴져
그리움의 노래를 종일 부르고
하늘 높이 타고 오르며 피는 꽃 잎
지난날의 추억을 다시 불러일으키네.
한 여름에 뜨겁게 피는 꽃
형언할 수 없는 자태 숨은 사연을 말하고
그리움 속에 깃든 화려함의 정서는
멀리 떠난 연인을 생각나게만 하네.
한여름 열기에 타오르는 열정
그 붉음은 연인의 입술처럼 뜨겁고
보고 싶으나 만날 수 없는 가슴
기다림의 상징처럼 피멍이 들었네.
능소화 연가(戀歌) /임재화
무더운 여름날 오후 한적한 교정 뜨락에
어느새 피어나 수줍어하는 능소화 꽃송이
괜스레 부끄러운 마음 살짝 얼굴 붉힙니다.
멀리 뭉게구름일 때 산들 불어오는 바람
너무나 맑고 고운 임의 모습에 반해서
차마 울렁대는 가슴을 어찌할 줄 모르고
빛고운 꽃님의 허락을 받지 않았음에도
살그머니 임의 얼굴 남몰래 쓰다듬으며
저 혼자 짝사랑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능소화꽃 /임재화
먼 산 능선 위 하얀 뭉게구름이 일고
철길 너머 동구 밖 느티나무 숲 그늘
실개천은 굽이 돌아서 흐르는데
한적한 시골 마을의 울타리 너머로
낭창 늘어진 능소화 덩굴 가지마다
빛고운 능소화꽃이 곱게 피었습니다.
나 홀로 철길을 따라서 걷고 있을 때
저만치서 산들바람이 산들 불어오는데
그윽한 꽃향기 바람결에 실려 옵니다.
능소화 /임봉숙
옛날은 가고 없어도
한 조각의 붉은 마음
저 불꽃의 심장
뙤약볕도 아랑곳 없이 피어나는지
눈길 한 번에 꽁꽁 묶여버린
연정의 끈 놓지 못해
그리움의 전설 이루며
속절없는 눈물 흘러내립니다
새들의 지저귐 속에 음성 들리려나
별빛 달빛에 자태 보이려나
바람결에 도포자락이라도 잡히려나
천상에서 만나자는 말이라도 할 수 있으려나
아무리 달콤한 속삭임의 유혹도
임 향한 속타는 갈망에
아무것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걸
소용없는 뭇 벌들의 날갯짓만 분주하다
해마다 핏빛 그리움 토해내는
주홍빛 저 허무의 꽃
능소화 순정 /전해정
보고 싶은 임 그리워
월담 하는 능소화야
붉디붉은 너의 순정
그리움이 농익어
주홍빛 꽃으로 피었던가
휘영청 달밝은 밤
행여나 임 오시려나
기다리는 너의 마음
불꽃 되어 타오르니
눈 귀 쫑긋 세우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도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도
기다리는 임 일세라
옷고름 매만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