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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과 한의학

5. 마음가짐만큼이나 중요한 음식 섭취에 대해서, 나아가 약 섭취에 대해서도 생각해봅시다.

작성자이용준|작성시간26.06.11|조회수26 목록 댓글 0

  췌장암에 걸리면 췌장에 좋은 음식이나 건강보조식품이 무엇인지 찾게 되는데, 이 지점에서 놓치는 것이 췌장암은 대개 “좋은 것을 못 먹어서 생기는 경우보다는 나쁜 것을 많이 먹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일상적으로 먹던 것 중에 나쁜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나쁜 것은 한마디로, 가공되고 농축되어 성질이 치우친 것입니다. 합성첨가물이 많은 음식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바깥음식을 자주 사먹는 것이 좋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암들과 마찬가지로 췌장암도 고열량의 음식이 과도하면 생길 확률이 커집니다. 고기와 정제된 곡식 위주의 식사가 그래서 좋지 않습니다. 베이컨과 같은 가공육은 고기이면서도 가공까지 되었으니 발암 음식으로 언급되는 것도, 밀가루와 백미보다는 잡곡과 현미가 나은 것도 이제 이해가 됩니다. 보관상태가 좋은 다양한 식재료를 골고루 먹되, 조리과정에서도 지나치게 짜고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게 하는 것이 치우치지 않은 음식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참고삼아 ‘암환자를 위한 서울대학병원 추천 식단’을 한번 분석해봅시다. 메뉴가 너무 많아서 월요일 메뉴만 열거하겠습니다.

 

· 조식 : 오곡밥, 버섯죽, 북어국, 조기구이, 샐러드, 배추김치, 브로콜리 볶음, 세 가지 색 채소.
· 오전 10시 간식 : 녹차두유.
· 중식 : 오곡밥, 대구전골, 새우호박전, 시금치나물, 배추김치.
· 오후 3시 간식 : 사과미나리주스.
· 석식 : 단호박 영양밥, 미역국, 제육 고추장볶음, 흑임자도라지채 전, 두부셀러드, 무김치.

 

  여기서 생각할 것은 우선, 암환자 전체를 위한 식단은 있지만 췌장암 환자만을 위한 식단을 제공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즉, 췌장암만의 특별한 건강식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암환자를 위한 특별한 식단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병들을 위한 건강식도 전체적으로는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성질이 치우친 특별한 약을 복용하지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쁜 것 빼고 골고루 먹으면 되는 것입니다. 둘째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곡식도 쌀 외에 여러가지를 쓰고 있지요. 셋째, 가공되지 않은 재료를 활용하고, 가공의 일종인 조리과정도 간략하게 해서 너무 기름지거나 짜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음식을 마련하면 충분히 좋은 식단이 됩니다. 다만, 췌장암이 진행될수록 췌장의 소화효소분비가 감소하여 단백질·지방의 소화가 어려워집니다. 이런 단계에서는, 내키지 않은 음식이나 먹어서 소화에 부담을 느끼는 음식을 줄이고, 입맛이 당기고 먹었을 때 속이 편한 음식으로 식단을 구성해야 합니다.

 


  한가지 더,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균등한 양을 제때 먹어야지, 식사를 거르거나 폭식하거나 야식하는 것은 소화기에 큰 부담이 됩니다. 소화기능이 많이 떨어진 단계에서는 음식을 한번에 충분히 섭취 못 하므로 간식으로 보조할 수 있지만, 그런 상태가 아니라면 간식을 하지 말고 과일도 식사 때 같이 먹어서 식사와 식사 사이에 속을 비우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소화기가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해서 몸의 리듬이 살아납니다.

 


  마지막으로, 배탈이 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음식 탈로 인한 증상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흔한데, 췌장암 환자는 가벼운 음식 탈로도 심한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것보다 우선 중요한 것이 배속을 편하게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 방법은, 위에서 말한 나쁜 음식을 멀리하고 규칙적으로 일정한 양을 먹는 것 외에도,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하고, 보관이 잘된 깨끗한 식재료를 사용하며, 소화가 덜 되는 음식을 줄이는 것입니다. 소화가 덜 되는 음식은, 라면 등 합성첨가물이 많은 음식, 튀김 등 기름진 음식, 냉음료 등 차가운 음식, 떡 등 덜 씹고 삼키는 음식, 두유 등 씹지 않고 삼키는 음식입니다.

 


  음식도 마음가짐과 마찬가지로 췌장암에 특별히 좋은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분들은 특별히 좋은 무언가를 찾는 것을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땐 이 점을 생각해보세요. 뭔가 특별한 효과가 있다는 것은 치우친 성질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쌀밥처럼 치우친 성질이 없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어떤 병이 치료되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반면 어떤 약초를 삶아 먹고 병이 호전되는 경우는 있습니다. 쌀밥은 치우친 성질이 없어서 음식으로만 쓰는 것이고, 약초는 어떤 방향으로든 치우친 성질이 있어서 약효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약초는 음식과는 달리 모든 사람들이 먹기에는 부적합합니다. 즉 어떤 사람은 이 약초의 치우친 성질 때문에 병이 낫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병이 생기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약초를 누구에게 어떤 경우에 쓸지를 결정하는 것이 의료인의 역할입니다. 즉 음식은 골고루 먹고 약은 의료인에게 문의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이라고 섭취하는 것들도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 음식보다는 다소의 치우친 성질이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누구는 많이 먹어서 이득을 보더라도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음식을 등한시하고 건강기능식품에 기댄 식이를 하는 것은, 모든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잘못입니다.

 


  자, 이제 의료의 영역도 생각해봅시다. 치우친 성질을 가져서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이 바로 약이고 이것을 다루는 것이 의료입니다. 약은 모두 치우친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되, 양약은 환자보다는 질병의 치우친 상태를 주목하고, 한약은 환자의 치우친 상태를 주목합니다. 양약도 환자의 치우친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환자 맞춤치료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고, 한약도 질병마다 특효가 있는 약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 맞춤치료가 우선입니다. 그런데 이 환자 맞춤치료라는 것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요즘 한약이 췌장암을 치료하는 적극적 수단으로 쓰이지 못하는 것은, 한의학이 환자 맞춤치료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 이것을 제대로 실현해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껏 설명했으니, 양약치료를 받던 한약치료를 받던 제대로 치료를 받으려면 처방된 외에 특별한 효능이 있는 음식이나 약을 찾아서는 곤란함을 알 수 있겠습니다. 특별한 효능이 있다는 것은 치우친 성질이 있다는 것이고, 치우친 성질이 있는 것은 환자가 맘대로 섭취하면 안되기 때문이죠. 그러니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다면 건강기능식품 섭취도 적당한 선에 그치는 것이 좋습니다. 나아가 통합 암치료라는 이름으로 흔히 시행되는 온열 치료, 비타민C 요법, 미슬토 주사, 글루타치온 주사 등도, 제대로 된 치료를 시행중인 의료인이라면 동시 시술을 추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말한 제대로 된 치료가 무엇인지는 차차 언급할 것이고, 우선 생활관리에 대해 마무리하고 넘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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