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reason
4장 쉬운 불교에 대한 민중의 요구 : 대승불교의 등장
21) 경전의 문자화와 대승불교의 등장
구술과 암기를 통한 전승에서 기록을 통한 전승으로
일찍부터 문자가 발달했지만 인도인들은 기록을 남기기보다는 암기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음. 성스러운 지식이 외부에 유출될 우려가 있고 또 악의적으로 잘못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임. 붓다의 제자들을 성문 즉 많이 들은 사람이라는 것도 구술과 암기문화에서 유래한 것임.
기원전후가 되면서 인간으로서는 암기할 수 없을 정도로 암기 대상의 총량이 늘어나게 되고 문자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함.
문자화된 경전이 초래한 재가인의 자각
불교경전이 최초로 문자화된 곳은 인도가 아닌 스리랑카 마탈레에 위치한 '알루비하라 사원'이었음.
그때까지도 인도본토에서는 성스러운 가르침을 문자화하는데 반발이 강했음. 경전이 문자화되었다는 것은 이제 불교지식의 전달자가 반드시 승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함. 이제 누가 많이 암기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많이 이해하고 있느냐로 그 중심이 옮겨짐. 또한 반드시 승려가 아니더라도 현대의 불교학자들처럼 재가인들도 불교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됨.
동시대에 함께 등장하는 대승불교
대승불교는 특정한 불교 부파를 지칭한다기 보다는 기원전후 성문화된 경전에 입각해서 일어난 종교개혁이자 민중불교운동임. 경전의 탄생(문자화)야 말로 모든 대승 불교 종파의 공통분모가 됨.
22) 붓다에 대한 그리움이 반영된 대승불교
대승불교 발생의 한가지 설 '대승잠복설'
대승불교가 추구한 것은 부파불교와 같은 어려운 불교가 아닌 쉬운 불교였음. 부파불교는 승원을 중심으로 학문과 수행에 몰두하는 불교였음. 그것 역시 나름의 존재의의를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인 요구와 대중 신도들의 염원에 응하기는 불충분함. 붓다는 당시 많은 민중을 만났음. 하지만 승려들은 자신의 깨달음에 보다 집중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민중의 아픔과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음.
붓다가 민중을 만나서 아픔을 감싸주고 문제를 해결해주었다는 이야기는 붓다가 교화한 지역에서 수백년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전설처럼 맴돌고 있었음. 이것이 부파불교라는 어려워진 불교속에서 붓다의 정신은 쉬운 불교이자 현실적이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불교였다는 자각을 환기시키게 됨. 이를 '대승잠복설'이라고 함. 즉 대승불교는 기원전후에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붓다 당시부터 전해지던 전설이 구심점이 되어서 가르침의 문자화라는 과정을 거쳐 부파불교에 대한 비판으로 응집된 것임.
아라한을 비판하는 보살주의
대승불교는 부파불교의 자기공부와 수행에만 매몰된 형태를 비판하면서 일어남. 대승불교의 핵심 비전은 부파불교의 자리(자신의 이익, 깨달음)와 반대되는 이타행임. 대승불교에서는 이것이 붓다의 본래 정신에 부합된다고 여기며 이상적인 인물로 보살을 제시함. 보살이란 깨달음을 추구하면서 중생을 교화하는 사람을 의미함. 부파불교의 이상 인격인 번뇌를 극복하고 윤회를 끊어버린 아라한과는 다른 개념임.
보살은 본래 부다가야에서 깨달음을 얻기 전의 석가모니를 가리키는 칭호였음. 붓다의 전기자료에서는 '반드시 붓다가 될 분'이라는 의미로 보살이라는 존칭을 사용한 것임.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보살은 크게 '재가보살과 출가보살'로 나뉨. 재가보살이란 재가인으로서 최고의 경지인 보살에 오른 분으로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보현보살과 같은 분들이 여기에 해당함. 반면 출가보살은 출가한 승려들 중에 보살이 된 분으로 '문수보살, 미륵보살, 지장보살' 등이 이에 해당함. 대승불교는 재가인 뿐만 아니라 출가인 중에도 부파불교에 비판적인 이들이 가담한 붓다의 근본정시으로 돌아가자는 종교개혁이자 이타운동이었음.
교조 붓다의 위대함을 찬탄하는 찬불승의 등장
찬불승은 붓다의 생애를 찬양하는 찬탄문을 가지고 일조의 거리공연을 하는 공연자를 가리키는 표현임. 찬불승의 대표적인 인물은 100-160년 경의 음유시인 '마명'임. 마명의 대본은 전 5권으로 된 '불소행찬'으로 전해지는데 불소행찬의 다른 번역으로는 전 7권의 '불본행경'이 존재함. 이외에도 찬불승과 관련된 문헌으로는 전 1권의 '백오십 찬불송'이 있음.
25) 불탑을 중심으로 붓다를 생각한 사람들
신앙의 중심지로 부각되는 불탑
탑은 오늘날까지 붓다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상징물임. 붓다는 불탑을 사원 안이 아닌 사거리와 같은 번화가에 건립하라고 유훈하였고 그 관리 주체로는 승려가 아닌 신도를 지목했음.
불탑을 통해서 붓다를 설명하는 사람들
불탑에서 붓다의 생애를 설명하는 사람들은 성지순례를 하는 승려들이었음. 이후 이 일은 승려뿐 아니라 불탑을 관리하는 재가인의 역할로 넘어감. 붓다의 생애를 전문적으로 구술해주는 담당자가 생기면서 붓다의 생애는 보다 신앙적이고 극적으로 윤색됨. 또한 붓다의 생애와는 무관하지만 교훈이 되는 내용들을 '본생담'이라는 붓다의 전생이야기를 활용하기도 함.
참고) 본생담 - 《자타카(Jataka)》 또는 《본생담(本生譚)》은 팔리어로 씌어진 고대 인도의 불교 설화집이다. 석가모니의 전생(前生)의 이야기, 즉 고타마 붓다가 석가족(釋迦族)의 왕자로 태어나기 이전, 보살로서 생을 거듭하는 사이에 천인(天人) · 국왕 · 대신 · 장자(長子) · 서민 · 도둑 또는 코끼리 · 원숭이 · 공작 · 물고기 등의 동물로서 허다한 생을 누리며 갖가지 선행 공덕(善行功德)을 행한 이야기 547종을 수집했고, 기원전 3세기경부터는 당시의 민간 설화를 모아 불교적 색채를 가하여 성립되었다.[1] 한 사람의 소작(所作)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본생경(자타카)"는 부처님의 전생이야기이다. 어떤 이야기는 낯이 익고 어떤 이야기는 낯설다. 전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나 부처님 재세시의 이야기도 함께 있다. 그렇다면 과거는 모두 전생으로 보는 듯 하다. 결국 우리의 지난 날들도 어떤 의미에선 '전생'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이런 경전류에는 부처님의 수행과 용맹정진, 서원과 비롯하여 일만대천세계가 함께 진동하고 그에 따라 천인, 범천 등의 상위 차원의 존재들이 함께 움직이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보아 넘기기 쉽다. 기적과 신통을 문자 그대로 믿느냐,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이느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재량에 달려있다. 본인은 후자의 길을 따른다. 한 사람의 선량한 마음이 온 세계를 진동케 하고 한 사람의 서원이 천상계의 수많은 존재를 기쁘게 한다. 천상계 존재들의 등장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어 우리가 하는 행위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노자 선생은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글지만 작은 것 하나 놓치는 법이 없다[天網恢恢, 疎而不失]'는 말을 남겼다. 홀로 있다고 정말 홀로 있는 것일까. 정말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해야 할까? 세세생생 나고 죽는 일을 반복함에도 불구하고 일체지를 향한 일체의 희생, 그걸 가능케하는 놀라운 구도열을 체감하게 되는 경전이다.
불탑신앙과 연관된 법화경
불탑이 대승불교가 성립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법화경'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음. 법사품에는 '선남자, 선여인이 여래가 열반한 뒤 사대부중을 위해 이 경전을 설하려면 여래의 방에 들어가 여래의 옷을 입고 여래의 자리에 앉아서 가르침을 설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음. 이 글을 보면 승려와 대등한 재가인의 위상을 잘 보여줌.
법화경에서 말하는 강력한 신앙중심으로서의 불교 통합구조는 이후 중국불교에서 '천태종'이 탄생하게 되는 배경이 됨.
24) 불상을 통해서 붓다를 보려는 사람들
불상의 탄생에 얽힌 전설
불탑은 붓다의 사리를 모시는 공간이지만 붓다의 형상을 뚜렷하게 나타내지는 않음. 이러한 점은 붓다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갈증이 될수 밖에 없음.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건이 '불상'의 탄생임. 불상의 탄생과 관련해서 증일아함 권 28 '청법품'에서는 붓다가 3개월간 도리천에 계신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서 가르침을 설해주러 간 사건과 연관지어 기록하고 있음. 이때 붓다를 그리워한 구섬미국의 우전왕이 전단향나무로 불상을 만들고 코살라의 파사익왕은 자마금으로 불상을 제작했다고 함.
실제로는 기원전후 서북인도의 간다라 지방과 인도내륙의 마투라지역에서 불상이 제작됨. 이렇게 붓다 입멸 후 불상이 만들어지기 까지 그 이전 500년간은 불상이 없던 시대 '무불상 시대'라고 함.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받은 간다라 불상
간다라 불상은 문화의 교류가 빚은 우연의 산물이라 할 수 있음.
보살상에서 시작된 마투라 불상
마투라지역의 불상은 간다라 지역과는 전혀다른 양상으로 시작됨. 간다라 불상은 처음부터 붓다의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불상을 만드는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함.
25) 진리자체로 붓다를 이해하는 사람들
반야공 사상을 통한 붓다의 이해
남인도는 열대기후를 가지고 있어서 움직임이 적고 사유적인 측면이 발달함. 그 과정에서 눈앞의 현실적인 것들은 실체가 없는 공(환상)이라는 관점을 제기함. 이것이 바로 '반야공 사상'인데 남인도에서는 바로 이와같은 관점이 붓다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됨.
대반야경, 금강경, 반야심경
반야사상과 관련된 경전군을 '반야부 경전'이라고 하는데 이는 곧 반야사상과 관련된 여러 경전에 관한 통칭임. 이러한 여러 반야부 경전전체를 집대성한 경전이 '대반야경'임.
대반야경은 총 600권에 달하는데 단일문헌으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긴 분량을 자랑함. 600권 중 핵심적인 경전인 권 577의 '능단금강분'으로 전체를 대변하기도 하는데 이 '능단금강분'이 바로 '금강경'임.
600권 '대반야경'의 정수를 핵심만 뽑아 압축한 것이 '반야심경'임. 반야심경은 북방 대승불교권에서 가장 폭넓게 수용되어 있는 경전임.
화엄경과 화엄사상
남인도 대승불교와 관련해서 하나 더 언급해야 할 경전이 '화엄경'임. 화엄경의 핵심은 주관주의임. 반야부 경전의 주장처럼 일체는 꿈과 같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꿈을 꾸고 느끼는 인식주체로서의 나는 존재하기 마련임. 이러한 인식주체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키고 이를 통해서 관점을 전환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화엄사상임.
화엄경은 붓다가 부다가야 보리수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뒤 21일간 설한 내용이라는 대담한 설정을 취하고 있음. 이러한 설정에는 이 경전이야말고 붓다 깨달음의 정수인 동시에 불교 경전의 핵심이라는 주장이 담겨져 있음. 이러한 주장을 할 정도로 대승불교는 부파불교와의 차별점 및 당위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임. 이후 화엄경은 중국불교에서 유행하면서 '화엄종'으로 발전함.
화엄종(華嚴宗)은 《화엄경(華嚴經)》을 소의 경전으로 하는 불교 종파이다. 화엄종에는 중국의 화엄종 · 해동 화엄종이라고 불린 한국의 화엄종 · 일본의 화엄종이 있다. 해동 화엄종은 원융종(圓融宗) · 부석종(浮石宗) · 의상종(義湘宗)이라고도 불리었다.[1][2]
중국의 화엄종은 제2대 조사인 지엄에 의해 기틀이 다져졌으며 당나라(618-907)의 승려이자 화엄종 제3대 조사인 법장(法藏: 643-712)에 의해 699년에 확립되었고,[3] 한국의 화엄종인 해동 화엄종은 법장과 동문이자 신라(BC 57-935)의 승려인 의상(義湘: 625-702)에 의해 670년에 성립되었다.[1] 일본의 화엄종은 신라의 승려인 심상(審祥: ?-742)이 시조라고 할 수 있다.[4]
화엄종의 교학을 화엄교학(華嚴敎學)이라고 하며, 화엄교학은 《화엄경》을 근본 경전으로 하여 법장(法藏: 643-712)이 대성한 교학으로, 지의(智顗: 538-597)가 대성한 천태교학(天台敎學)과 더불어 중국 불교의 대표적인 교학 중 하나를 이룬다. 화엄교학은 심원하고 광대한 불교의 세계관을 확립하였는데, 주요 교의로는 법계연기(法界緣起) · 십현문(十玄門) · 육상원융(六相圓融)이 있다.[5] 특히, 법계연기 중 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法界)는 연기론의 극치로서 화엄교학의 특징을 이루는데, 중중무진(重重無盡)의 법계연기(法界緣起) 또는 법계무진연기(法界無盡緣起)라고도 불린다.[5][6] 오교십종(五敎十宗)은 중국 화엄종의 시조인 두순(杜順: 557-640)에 의해 기초가 놓인 것을 법장이 완성한 화엄종의 교판이다
26) 용수의 공사상과 이를 따르는 이들
용수는 세친과 더불어 인도 대승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있는 인물. 작은 석가모니(소석가)나 '불교 8종의 시조'라는 뜻을 담아 '8종의 조사'라고 불리기도 함. 용수는 150년경에 태어나 250년 무렵에 사망. 그에 대한 자세한 전기는 구마라집이 중국에서 번역한 '용수보살전'을 통해 확인가능함.
용수(龍樹: 150년경 ~ 250년경?)는 중관(中觀 · Madhyamaka)을 주창한 인도의 불교 승려이다. 원래 이름은 나가르주나(산스크리트어: नागार्जुन, Nāgārjuna)이나 뜻을 따라 한역되면서 용수로 알려졌다. 베트남 · 중국 · 대한민국 · 일본 등에서는 흔히 용수라 불리며 티베트에서는 Klu Sgrub이라 한다. 한국 조계종에서는 육조단경에 의거해 인도 제14대 조사로 보지만 이는 역사적으로 근거가 전혀 없다. 3세기 용수는 중관불교의 틀은 유지하는 동시에 상좌부 불교를 비판하고 대승불교의 논리를 창시했기 때문에 제2의 석가모니 또는 대승불교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석가모니 이래 출가자 위주의 "수행 중심 불교"였는데, 이를 비판하고 대승불교 교단을 새로 만들었다.
용수는 불교의 초기경전을 연구하여 중관(中觀 · Madhyamaka)을 주창하였으며 자신의 사상을 담아 《중론(中論)》을 저술하였다. "중론"은 산스크리트어 물라 마드야마카 카리카(Mūlamadhyamakakārikā)를 뜻에 따라 번역한 것으로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중도에 대한 근본적인 글(Fundamental Verses on the Middle Way)"이다. 《중론》에서 용수는 대승불교의 핵심 사상 중 하나인 공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그는 절대적인 무(無 · 없음)라는 관점에서 공에 대해 파악하고 있지 않으며, 모든 것이 서로 관계를 맺는 연기론의 관계에서 공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론으로 공 · 연기 · 중도는 모두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중론》 제24장 〈관사제품(觀四諦品)〉에는 이러한 이해를 적시한 유명한 "인연소생법(因緣所生法: 법 · 존재 또는 현상은 인과 연에 의해 생겨난다)"의 게송이 있다.
諸法有定性。則無因果等諸事。如偈說。
眾因緣生法 我說即是無
亦為是假名 亦是中道義
未曾有一法 不從因緣生
是故一切法 無不是空者
眾因緣生法。我說即是空。何以故。
眾緣具足和合而物生。是物屬眾因緣故無自性。
無自性故空。空亦復空。但為引導眾生故。
以假名說。離有無二邊故名為中道。
是法無性故不得言有。亦無空故不得言無。
若法有性相。則不待眾緣而有。
若不待眾緣則無法。是故無有不空法。각각의 법이 고정된 성품(定性)을 지니고 있다면 곧 원인과 결과 등의 모든 일이 없어질 것이다. 때문에 나는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설명한다.
여러 인(因)과 연(緣)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법(法: 존재)이다.
나는 이것을 공하다(無)고 말한다.
그리고 또한 가명(假名)이라고도 말하며,
중도(中道)의 이치라고도 말한다.
단 하나의 법(法: 존재)도 인과 연을 따라 생겨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일체의 모든 법이 공하지 않은 것이 없다.
여러 인(因)과 연(緣)에 의해 생겨나는 것인 법(法: 존재)을 공하다(空)고 나는 말한다. 왜 이렇게 말하는가? 여러 인과 연이 다 갖추어져서 화합하면 비로소 사물이 생겨난다. 따라서 사물은 인과 연에 귀속되는 것이므로 사물 자체에는 고정된 성품(自性 · 자성)이 없기 때문이다. 고정된 성품(自性 · 자성)이 없으므로 공(空)하다. 그런데 이 공함도 또한 다시 공한데, (이렇게 공함도 다시 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사물이 공하다고 말한 것은) 단지 중생을 인도하기 위해서 가명(假名)으로 (공하다고)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물이 공하다고 말하는 방편과 공함도 공하다고 말하는 방편에 의해) "있음(有)"과 "없음(無)"의 양 극단(二邊)을 벗어나기에 중도(中道)라 이름한다.
법(法: 존재)은 고정된 성품(性 · 自性 · 자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法: 존재)을 "있음(有)"이라고 말할 수 없다. 또한 법(法: 존재)은 공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법(法: 존재)을 "없음(無)"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어떤 법(法: 존재)이 고정된 성품(性相 · 성상 · 自性 · 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그 법은 여러 인과 연에 의존하지 않은 채 존재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연기의 법칙에 어긋난다). 여러 인과 연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연기의 법칙에 어긋나므로 생겨날 수 없고, 따라서) 그 법(法: 존재)은 없는 것(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연기의 법칙에 의해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을 존재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러한 모순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다음을 대전제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공하지 않은 법(즉, 연기하지 않는 존재 또는 고정된 성품을 가진 존재)이란 존재할 수 없다.
용수의 저작은 한역(漢譯)으로 20부 154권, 티베트 역으로 95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오늘날 다음과 같은 저작들이 있다.
- 중론송(中論頌) · 십이문론(十二門論)
연기, 즉 공에 의해 불교의 근본사상을 서술하고 있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반야경》 중에서 가장 오래된 부류에 속하는 《대품반야》의 주석서이다. 당시의 여러 사상 · 전설 · 교단의 규정 등을 해설하고 공의 입장에서 비판했다. 특히 보살의 실천 수행의 길인 6바라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 십주비바사론(十住毘婆沙論)
《화엄경》 중에서 아주 옛날에 성립된 〈십지경〉을 주석하고 보살의 수행 계위인 십지(十地)를 해설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는 믿음을 방편으로 하는 이행도(易行道: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길)인 아미타불의 명호를 외우고 마음에 새기는 길이 설명되어 있는데, 이것은 후대의 정토교의 근거가 되었다. - 회쟁론(廻諍論)
불교 이외의 여러 학파, 특히 당시의 논리학파의 주장을 공의 입장에서 비판하고 있다. - 대승이십송론(大乘二十頌論)
공의 입장에서, 세계는 오직 일심(一心)임을 설파하고 있다. - 보행왕정론(寶行王正論) · 보리자량론(菩提資糧論)
정치에 종사하는 자에게 실천 수행의 길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고려대장경에 《중론》이 한역되어 있다.
기록에 따르면 용수는 남인도의 브라만 출신으로 청년기에 은신술을 배워 친구들과 함께 왕궁에서 나쁜 행동을 했음. 친구들이 발각되어 죽고 혼자 살아남아 욕망이 고통의 근원임을 깨닫고 출가함. 이후 용수는 바닷속 용궁의 대룡보살에게 대승경전을 전수받았는데 이 대승경전 중 하나가 '화엄경'임.
용수는 대품반야경의 주석서인 '대지도론 100권', 화염경 십지품의 주석인 '십주비바사론 17권'을 비롯하여 중관학파에서 중요시하는 중론, 십사문론, 회쟁론, 공십칠론 등의 저술을 남김.
용수의 팔부중도와 중관사상
용수는 반야공의 원리를 제일의제와 세속제라는 두가지 관점 즉 진속이제설로 해석함. 이제란 2가지 진리(본질과 현상, 실상과 형상)을 가리킴. 제일의제는 가장 본질적인 불변적 진리를, 세속세는 현상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표현임.
또한 연기법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팔부중도'를 제시함. 팔부중도란 모든 현상은 생하지도 멸하지 도 않고 단절되지도 항상하지도 않으며 같은 것도 다른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아니라는 관점으로 연기를 이해하는 것임. .. 용수의 중도를 통한 이제의 통합은 언어를 초월하는 직관적인 초논리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음. 이와같은 사상을 '연기=중도'의 관점을 중심으로 한다고 해서 '중관학파'라고 함.
인도의 대승불교는 중국불교와 달리 경전보다는 논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데 그 핵심에는 삼론인 '중론, 백론, 십이문론'을 중심으로 하는 중관학파와 유가의 5대부를 중심으로 하는 유식학파가 있음.
백론을 찬술한 제바
삼론 중 중론과 십이문론이 용수의 저작인 것과 달리 '백론'은 용수의 제자인 제바의 저술임. 제바는 170년에서 270년 무렵에 생존한 인물로 구마라집의 '제바보살전'에 따르면 용수와 마찬가지로 남인도 출신의 브라만 출신. 제바는 성스러운 제바 혹은 외눈의 제바라고도 불림.
현장의 '대당서역기' 권 12에는 '동쪽에는 마명이 있고 남쪽에는 제바가 있으며 서쪽에는 용수가 있고 북쪽에는 동수가 있어 네개의 태양이 세상을 비춘다'라고 표현함. 당시 인도에서는 이들을 '사일논사' - 네명의 태양과 같은 논사라고 칭하였음
중관학파의 성립과 전개
용수와 제바의 사상은 계승되어 후일 '중관학파'로 발전함. 중관학파는 300년대에 활약한 무착과 세친의 사상을 계승하여 성립한 유식학파와 서로 대립하면서 발전함.
27) 세친의 인식론과 이를 따르는 이들
유식학파의 시조인 '미륵'과 5대논서
유식학파는 미륵에게서 시작되어 무착을 거쳐 세친이 완성함. 유식학파는 '유가유식학파'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유가는 요가를 뜻함. 유식이란 인식의 주체가 인식의 대상을 결정한다는 방식의 인식론임. 유식학파의 시조는 미륵으로 그는 350년에서 430년 정도에 생존했던 실존인물. 미륵이 강술하고 무착이 기록했다는 5대 논서는 유식학파의 중요한 전적이 되는데 5대 논서는 '유가사지론, 분별유가론, 대승장엄경송론, 변증변론송, 금강반야경론송'임. 분별유가론은 실존하지 않음. 대승장엄경송론에는 무착이 미륵의 게송을 해석한 '대승장엄경론 13권'이 있음. 변중변론송에는 세찬이 주석한 '변증변론 3권'이 전해짐. 이외에 유식학파의 중요한 경전으로 '해심밀경 5권'이 있음.
무착의 역할과 저술
무착은 미륵의 제자로 약 395년에서 470년의 인물. 무착의 저술로는 '섭대승론 권 3' 현양성교론 20권, 대승아비담라집론 7권이 있음.
참고) 《섭대승론(攝大乘論, 산스크리트어: Mahāyāna-saṃgraha 마하야나상그라하, 영어: Cheng Weishi Lun 또는 Discourse on the Perfection of Consciousness-only)》은 "대승(大乘)을 포섭(包攝)한 논"이라는 뜻으로 무착(無着: c. 310~390)이 저술한 대승불교의 논서이다.[1] 무착은 중기 대승불교의 유가행파(瑜伽行派) 유식설(唯識說)의 입장에서, 이에 앞선 《반야경》이나 용수(龍樹)의 공관불교(空觀佛敎)의 사상과 유가행파의 근본경전인 《해심밀경(解深密經)》과 미륵의 《중변불별론(中邊分別論)》·《대승장엄경론(大乘莊嚴經論)》 등의 유가불교의 사상을 받아들여서, 이들을 하나의 체계로 조직화하여 대승불교 개론서라고 할 수 있는 《섭대승론》을 저술하였다.[1] 이 책은 산스크리트어 원본이 없으며 한역 3본(三本)과 티베트역이 현존한다
세친의 생애와 저술
세친은 무착의 동생으로 400년에서 480년의 인물. 세친은 용수와 더불어 인도 대승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임. 세친은 처음에는 대승불교를 비방했는데 후에 대승불교가 옳다는 것을 알고 혀를 자르려고 함. 이에 무착은 혀를 자르는 대신에 대승불교의 사상을 드러내는 것으로 죄를 갚도록 했다고 함. 세친을 천부논사라고도 하는데 이는 그가 저술한 논서가 약 1천부에 달하기 때문임.
유식학의 내용과 유식학파의 발전
유식이란 우리가 보고 느끼는 일체의 모든 것은 인식이 만들어낸 현상일 뿐이라는 뜻. .. 유식학에서는 우리가 보고 느끼는 일체는 세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함. '변계소집성, 원성실성, 의타기성'
유식에서는 인간의 의식너머에 자신이라는 자아를 구성하고 있는 제 7식이 존재하며 그 바탕으로 집단무의식과 같은 8식이 존재함을 말함. 실제로 융은 불교의 유식학에서 단서를 얻어 프로이드의 무의식설을 넘어선 '집단 무의식'설을 주장함.
28) 아트만에 대한 요구와 붓다의 가능성
아트만에 대한 인도인의 집착
붓다는 브라만교의 아트만설을 부정하고 안아트만설을 주장함. 그러나 윤회의 주체가 없다는 것을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함. 무아윤회
불교내부에서 외도로 불린 독자부
근본분열 이후 지말분열이 일어나는 시기를 살펴보면 독자부의 약진을 확인할 수 있음. 독자부는 상좌부에서 분파된 부파인데 이 독자부안에서 다시금 법상부, 현위부, 정량부의 4부파가 갈라져 나옴. 당시 독자부는 상당한 규모를 가진 부파였음. 그런데 독자부와 관련해서는 '부불법외도'라는 비판이 있음. 즉 불교안의 외도라는 의미임. 독자부가 이러한 평가를 듣는 이유는 이들이 주장했던 보특가라설때문임. 보특가라는 아트만과 유사한 의미로 윤회하는 주체를 뜻함.
실제로 금강경에서 비판하는 사상 즉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 중에서 아상이 바로 아트만이며 인상이 보특가라에 해당함. 중생상은 사트바이며 수자상은 지바를 가리키는데 지바는 자이나교에서 말하는 윤회의 실체임. 즉 금강경의 사상비판은 기원전후에 만연해 있었던 실체론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이었던 것임. 그럼에도 독자부가 후대까지 상당한 세력을 유지한 것은 인도인들에게 윤회의 실체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존재하였으며 불교에서도 무아윤회가 완전히 이해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함.
대승불교의 슬로건과 여래장이라는 안전장치
대승불교에서는 '모든 중생은 언젠가는 붓다가 된다'라고 봄. 그래서 모두를 장래 붓다가 될 사람이라는 의미의 보살이라고 칭하는 것임. 참고로 여래장은 여래의 가능성이라는 의미임.
여래장에서 불성으로 전환하는 가치
부파불교의 보특가라나 대승불교의 여래장은 조금 차이는 있지만 아트만과 같은 실체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려줌. 여래장과 관련된 경전은 '여래장 삼부경 즉 여래장경, 부증불감경, 승만경'이 있음. 그리고 '구경일승보성론', '불성론'이 있음. 불성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은 40권의 대승경전인 '대반열반경'임. 이 경전속에는 '일체중생실유불성' 즉 모든 중생에게는 불성이 있음'이라는 유명한 구절이 반복해서 등장함.
참고)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산스크리트어: महापरिनिर्वाणसूत्र Mahaaparinibbaana Sutta, 팔리어: महापरिनिब्बानसुत्तन्त Mahāparinibbāna Sutta)은 불교의 경전으로, 석가모니 부처의 열반 전후의 이야기를 기록한 상좌부 불교의 열반경과 대승 불교의 열반경 두 가지가 있다
대반열반경은 인도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선종 등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음. 이렇게 인도불교와는 전혀 다른 쪽으로의 흐름이 중국불교에서는 존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