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원고를 모두 마무리하고 서문을 쓰게 되니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오랜 시간 내 몸을 통해 느껴왔던 고통의 시간들,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나오며 품어왔던 고민들이 이제서야 돌파구를 찾고, 하나의 형태로 정리되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뜻깊게 다가옵니다.
학창시절 내내 저는 아토피와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을 달고 살았습니다. 어머니께서 매일 뜸을 떠주시고 죽염과 된장으로 관리를 해주신 덕에, 그리고 워낙 운동을 좋아했던지라 매일 운동을 한 덕분에 그래도 큰 탈 없이 학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내 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한의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동안 진드기처럼 내몸에 붙어있던 아토피와 소화불량은 대학을 진학해 학업스트레스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사라져 버렸고, 이를 통해 마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더 깊이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의대에서 몸을 이해하고, 졸업해서는 마음에 대한 탐구를 하자는 뜻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의대에서 공부를 해봐도, 그 후 임상을 해보면서 여러 강의와 가르침을 배워봐도 몸에 대해 '아, 이제 알겠다!' 라는 깨달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생명 현상은 하나인데 왜 우리는 질환별로 사고하고 치료해야 하는가. 분명 개별 증상과 질환을 넘어 인간을 하나의 통합된 존재로 이해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원리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 하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채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이 호소하는 수많은 증상들을 줄여주는 정도의 치료에만 머물러 있다는 사실도 항상 마음에 돌덩이처럼 얹혀져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 상태에서 제가 몰두할 것은 운동밖에 없었습니다. 학창시절 매일 아침 한의학관 마당에서 태극권을 하고, 졸업하고도 10년을 더하고, 그후 크로스핏을 하면서 제 몸의 움직임에 대해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고 환자들에게 운동의 중요성을 설파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에도 운동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것만 알았지 어떤 환자에게 어떤 단계별 운동을 통해 완쾌의 길로 갈 수 있는지 안내를 해드리지 못해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러한 고민을 이어가던 중 작년 8월 문형철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고, X자 다리 환자와 신부전 환자에 대한 전화 상담을 계기로 교수님과 공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찾고자 했던 인체에 대한 근본 원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질병을 세포 단위의 생명 현상으로 바라보고, 생명체가 질병에서 건강으로 회복되는 과정 또한 세포 단위에서의 일관된 원리로 설명하는 관점이었습니다.
이 새로운 원리를 접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론과 임상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최신 논문을 통해 세포 단위의 관점에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끊임없이 검토하고, 이를 직접 체험하며, 다시 임상에 적용하여 검증하는 과정이 매우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임상적으로 치료 효과도 명확하여 병원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들이 단시간에 많이 호전되는 케이스들을 접하였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신부전 환자도 건생병사 원칙을 기본으로 만나 발효 프로그램을 병행하여 투석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었습니다. 그것도 한두달만에 검사상 BUN, 크레아티닌, 당화혈색소 수치가 내려갔을 뿐만 아니라 적혈구 수도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건선환자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도 전침요법과 건생병사5과제에 기반한 음식제한, 영양보충제, 발효한약을 썼을 때 이전에 일반적인 치료법을 시행할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두 번째 인상 깊었던 점은 치료를 단순히 통증 소멸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기능 회복과 삶의 변화까지 이어지도록 단계적으로 운동치료까지 설계하는 치료방식이었습니다. 이는 환자들의 증상 완화에만 급급하고, 운동하세요 라는 말만 허공에 던질 수밖에 없던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특히 X자 다리 환자의 체형이 한달만에 일자다리가 되는 치유과정은 저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 치험례를 통해 질병에 대한 선입견, 환자에 대한 선입견을 왜 버려야 하는지 절실히 깨달았고, 생체역학을 이해하고 전신을 다 맞추는 단계적 치료가 들어가야 체형교정이 완성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인상 깊었던 점은 지난 9개월 동안 교수님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알게된, 공부와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깨달음이었습니다. 질병과 증상의 원인을 끝까지 추적하고,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며, 복잡한 치료를 단계별로 정리하여 해결책을 제시하기까지의 일관된 집요한 자세는 제가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실천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건생병사라는 5가지 원리를 통해 인체를 이루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세포를 치료하여 질병 회복의 과정을 넘어 치유와 건강에 도달하고자 한 오랜 탐구의 결과이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 하나의 원리로 수많은 질환을 치료하며 검증해 온 내용들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부디 이 책이 임상가들에게는 새로운 관점과 통찰을, 환자들에게는 건강을 회복하는 희망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다시 배우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길을 함께 걸어가며 더 깊이 공부하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임상의가 되고자 합니다.
끝으로 오랜 시간 흔들림 없이 연구와 임상을 이어오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오신 문형철 교수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가르침을 주신 여러 스승님들과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부모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건생병사의 관점이 일반화가 될 수 있도록 공부와 실천을 멈추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