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삼양동 정육점>의 이현주란 배우..

작성자조연준|작성시간00.08.28|조회수3,907 목록 댓글 0
음지에 있는 사람들 일수록 더 따뜻하게 배려해 주려는 너의 그 생각이 변치 않았으면 한다.





: 바로 작년 이맘때의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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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별로 탐탁치 않았던 <삼양동 정육점>의 제작부장으로 투입되어 한참 캐스팅에 몰두할때 일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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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호는 진작에 캐스팅되었고 나경미역시 절대 노출을 않는다는 합의아래 크랭크인 보름전 계약을 마쳤지.
: 근데 심하게 노출을 해야하는 명희라는 역할을 연기할 연기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어.
: 그때당시 나는 벗어제끼는 역할은 많은 신인들이 달려들거다하는 착각에 빠져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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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처음엔 호기도 부렸어.
: 호랑이 선생때부터 낯이 익은 강민경과 전미선이 관심을 보여왔을때 나는 정중히 그들을 돌려보냈지.
: 역할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갖은 핑계를 댔지만 사실 나는 깨끗한 그녀들의 느낌이 망가지는 것이 싫었거든.
: 전미선은 연기력이 좋아 감독이 호의적이었지만 순전 나의 고집으로 무산된 경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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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미가 자신의 친구라며 광고 실론티의 최지나를 추천했을때도 나는 극구 고사하며 어떻게 친구를 그런식으로 팔아멱냐고 농담하며 나경미를 나무랐지. 지는 하나도 안벗겠다고 우기고선..
: 그만큼 나는 벗는 역할의 연기자에게 지독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거야. 우습게도 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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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크랭크인 날짜가 다가오면서 명희역을 구하지 못해 나는 다급해 졌지. 캐스팅을 못해 괴로운 지금의 심정처럼..
: 그냥 눈 딱감고 전미선을 할걸 그랬나하고 후회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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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크랭크인을 사흘앞두고 어떤 매니저가 전화를 걸어왔어. 역할에 딱맞는 기가막힌 배우가 있으니 한번 찾아가겠다고... '젠장 노출에 딱맞는 배우라니.. 잘났다. 정말..' 속으로 맘껏 비웃어주며 그러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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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해서 캐스팅된 배우가 바로 이현주였어.
: 그녀는 처음만난 그날 <할렐루야>에 출연햇었다고 나에게 자랑삼아 애기했지. '할렐루야.. 분명히 봤는데..' 그녀가 떠오르지 않았지만 무난하겠다 싶어 그다지 만족해 하지않는 감독을 설득했지.
: (나중에 할렐루야를 다시 보니 딱 두 커트 나오더라. 박중훈이 룸싸롱에 갔을때 접대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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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춘천으로 가서 영화를 크랭크인 했지.
: 나와 조감독은 일부러 촬영 스케쥴중 성애 장면을 뒤로 몰았어. 어려운 장면인만큼 감정의 집중을 위해서도 그랬고 정사 장면 찍기를 허락할 장소를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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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자기 분량이 없던 이현주는 이후에 거사(?)를 치룰 최철호와 광호(이름이 가물가물..)를 오가며 농담따먹기를 하며 푼수짓을 하는 거야.
: 그럴수록 나는 그녀를 더욱 귀찮아했고 마뜩잖아 했지. 그녀가 친한척 말을 걸어와도 상대하지 않고.. 제작부장은 괜히 위엄있는 척 해야하는 직책이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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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거사의 날이 다가왔지. 이현주의 얼굴이 조금 우울해져 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직도 거사의 장소를 구하지 못해 초조한 나는 그것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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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하루를 앞두고 겨우 나는 장소를 섭외했어. 우리 전원이 아침 식사를 하던 식당 아줌마가 선뜻 자기의 집을 빌려준거야. 나는 부랴부랴 그집의 방 커텐을 세탁시키고 조명기사의 부탁에 따라 거기에 맞게 도배를 새로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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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늦게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여관 입구에서 이현주가 나를 가로막는거야.
: 그러고는 '제작부장님. 저..정말 벗는거 못할거 같아요. 감독님이 안만나 주는데 대신 말씀좀..'
: 나는 어이가 없어 그녀의 간절한 눈길을 무시하고 외면하곤 들어가 버렸지. '누구는 지금 너를 위해 쌩고생하고 왔는데 위로는 못할망정..' 속으로 되뇌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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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날이 밝아왔어. 거사 당일이었지.
: 새벽녘에 나와 한방을 쓰던 조감독과 침대에 누워 오늘의 촬영 일정에 관해 애기하던중 내가 넌지시 어제 이현주에 관한 일을 말했어.
: 그랬더니 나보다 경력이 많은 조감독은 서슬이 퍼래지면서 빨리 이현주의 방을 체크해 보라고 그러는 거야.
: 나도 약간 심각해져 이현주를 찾아보니 불길한 예상대로 그녀가 없는거야. 나와 조감독은 그녀를 찾아나서기 시작했어. 촬영장에서 배우가 실종되면 따가운 눈총을 받는 사람이 바로 조감독과 제작부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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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20분을 해맸을까?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그녀는 여관앞 매점 패러솔에 몸을 숨기고는 서럽게 울고있는 거야.
: 생전 처음 그런 연기를 해야 되는데 내편은 하나도 없고 자기를 벌레보듯 하고.. 너무들한다고.. 울먹이는 거야. 그리고 어디서 들은게 있는지, 제작부장은 배우들 챙겨줘야 되는 사람 아니냐고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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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울더니 하는 말.
: '(난데없이) 오빠.. 나 이 영화에서 벗으면 진짜 뜨는 거에요? 매니저가 그렇게 얘기하던데..'
: 정말 말문이 막히더라.
: 겨우 그녀를 얼르고 달래고 배우 얼굴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코디들한테 괜히 싫은 소리 듣고 촬영은 진행됐지. 이현주의 얼굴은 시종일관 우울했다. 상대역 최철호의 들뜬(?)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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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촬영이 진행될때 나는 들어가지도 않았지. 감독,촬영,조명과 조감독, 그리고 나도 현장을 지켜볼 수 있는 권한이 있었지만 사실 그럴 보고싶은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었어. 몸과 마음이 지쳐있기도 했고..
: '그녀도 나랑 똑같은 인간이구나...'
: 이런 당연한 생각을 새롭게 되뇌이며 그녀를 다른 종류의 인간으로 봐왔던 나를 반성하고 이현주란 배우에게 많이 미안해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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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흐르고 시사회가 열렸지.
: 그녀는 꽤 잘했다.
: 영화는 분명 관객에게 소구못할 약점을 애당초 지니고 있었지만 그녀는 정말 열심히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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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회가 끝나고 나오는데 바깥에 이현주가 있더라.
: 정장을 차려입고 나에게 인사하는 그녀의 모습이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
: 나는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많이 미안해하고 있다고 말했지.
: '아니요. 철없이 굴었던 제가 미안해요. 사과드립니다.
: 저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조급해하지도 않고..'
: 말하는 이현주가 어른스러워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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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은 했지만 <삼양동 정육점>은 서울 흥행 스코어 7,000명의 참패를 했고 그후 이현주의 소식을 들을 수는 없었다.
: 매체에서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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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론 지금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질때가 있다.
: 집이며 휴대폰, 소속 매니저 사무실 모든 연락처를 가지고 있고 그녀의 실제 나이, 신체 사이즈 등 모든 기록이 나에게 있지만 나는 그녀에게 안부 전화를 하기조차..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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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있을때만 배우를 접촉하라는 영화계의 속설..
: 영화판은 그런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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