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어디가'가 처음 생겼을 당시에는 만능 기계처럼 어디가에 돌려서 나온 학교를 상담 자료로 쓰는 곳도 있었습니다. 학종인데도요.
지금은 그런 곳은 없겠지만 또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내신 숫자와 과목별 등급, 특별히 우수한 과목, 특별히 소홀히 한 과목과, 생기부 대충 보고 어디가를 기준으로 위 아래 대학을 잡는 게 컨설팅이라면 굳이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머리로만 원서 라인을 잡을 수 있는 경우는 두가지 입니다.
머리속에 모든 정보를 입력해두고 (각 대학의 입시 요강, 올해 변화된 내용, 합격 선, 지원자 풀, 입시 흐름 기타 등등 ) 그 학생에게 필요한 부분을 귀신같이 뽑아내어 활용할 수 있고, 6장을 유기적으로 맞출 수 있는 빼어난 통찰력의 소유자가 하나의 경우입니다. 다른 한 경우는 입시를 잘 모르거나 귀찮아서 안 찾거나인 경우고요.
입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사람이라면 입시의 첫 출발은 '자기 객관화'라는 말을 쌀로 밥짓기와 같은 말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요, 대외비용 입시의 출발은 공부를 죽도록 했건 대충 했건 아이가 가고 싶어하는 학교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공부를 안 했으니 여긴 못 가!라고 퉁박을 주기 위해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니라 거기를 떨어지고 6광탈이라도 하면 훨씬 더 아프니 안 될 것 같으면 다른 기회를 찾아주기 위해 안 되는 이유를 찾는거지요. 그러다 될 가능성을 찾기도 하구요.
희망 대학을 봤을 때 숫자만으로 딱 잘라서 된다, 안 된다고 하는 건 통찰력 있는 사람이거나 혹은 귀찮아하는 사람의 태도이고요, 내 아이의, 본인의 원서는 그렇게 시작하지 않습니다. 일단 왜 안되는지, 진짜 안 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눈으로요!
첫째 내신 숫자를 확인해야겠지요. 이 내신으로 합격한 사례가 있었는지, 비슷한 내신이라도 있는지, 아니면 택도 없이 큰 차이인지...어디가, 대학 홈피, 입시 전문 기관, 수만휘 등 입시 사이트에 올라온 개별적 합격 후기까지 다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드물지만 의외의 수확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찾았다면 입시 요강을 샅샅이 샅샅이 눈이 아파서 잠시 감고 있어야 할 정도로 뒤져야 합니다. 낮은 내신으로 합격한 사례가 있다면 어떤 요인 때문이었을지, 나에게 그 무기가 있는지, 올해 변화된 내용이 기존 입결에 비해 나에게 유리해졌을지 불리해졌을지... 이걸 머리 속으로 다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수 백 개 대학의 올해 요강을요. 그러니 일일이 다 찾아야 합니다. 알고 있는 내용도 기억 말고 다시 가서 눈으로 확인하구요.
교과의 경우는 반영 교과목이 전 교과인지 일부 교과인지부터 시작해서 반영 교과목 수, 반영 비중, 수능 최저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가 잘 한 것을 많이 반영해주는 학교, 혹은 같은 학교에서도 전형에 따라, 학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학종은 훨씬 더 복잡한데요 이 또한 머리속으로 어디는 어떻대, 이 학교는 어느 학교를 선호한대, 안 뽑는대 같은 카더라로 소중한 원서 라인에서 제외해버리거나 혹은 그런 기준으로 선택해버리는 건 스스로 학종을 깜깜이 전형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겁니다. 학종은 공부하면 할수록 답이 보이는 전형입니다. 대신 눈에 보이는 숫자나 기억 말고! 혹은 어설픈 예측 말고! 입시 요강과 가이드북을 눈으로 뒤지고 뒤져서 내게 유리한 전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특히 서류 평가 요소나 비중 등을 따져서 내가 가진 역량과 준비된 것에 대입하는 과정에서도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디가나 대학 홈피의 입결을 보면서 가장 기본적인 지식으로 이건 일반고겠다, 이건 특목고겠다 하는 판단은 할 수 있는데 산포도 등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등급대가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도 머리로 판단하지 말고 그 학교 입시 요강을 열공열공해서 찾아내야 합니다. 같은 학교라도 다른 전형인 경우 평가 요소와 비중에 따라 입결에 차이가 있고, 동점자 처리 기준에서 보이는 미묘한 차이에도 합격 확률을 높일 비결이 숨어 있습니다.
학교를 높이고 싶은 마음에 어디가나 대학 홈피 입결을 보고 등급 컷이 낮은 학교에 덥석 지원하는 건 아메* 수준.
그 학교, 그 학과, 그 전형 컷이 왜 낮은지부터 확인하는 게 입시 공부한 교양인이 취할 태도입니다.
이 또한 입시 요강에 해답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목고 5~6등급으로 상위권 대학을 합격한 경우 입시 요강을 찾아가 보면 외국어공인점수와 활동보고서 제출이라는 조건이 있습니다. 내신은 낮지만 토플이 만점에 수렴하고 전공어 공인점수도 최상위급에 외부 활동 포함 교내 활동이 넘사벽이고 이것을 활동보고서로 작성해야 합니다. 높은 내신 만큼이나 힘든 조건이지요. 이조차도 해마다 변해서 지금은 없어지거나 축소되었으니 눈으로 확인!
비실기 예체능의 경우도 낮은 내신으로 명문대를 뚫을 수 있는 기회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또한 내 내신이 낮은데 학교를 높이고 싶다는 요구만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순진하거나 욕심인 겁니다. 요강을 찾아 보면 일단 내 생기부에 그 학교, 그 전형에서 요구하는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스포츠 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비실기 전형은 비실기에서 포기한 '과학적 역량'이 더 주된 평가 요소 입니다. 여기에 국제적 역량, 리더십, 교육자로서의 자질... 등등 학교에 따라 요구하는 역량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구요. 이 내용이 내 생기부에 있다면 학교를 높이는 방법으로 도전해 볼 수 있지만 아니라면 기회가 될 수 없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요강을 찾아보면 2,000자 내외의 활동 보고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시간을 뺐기거나 돈을 뺏길 수 있는 지점이지요. 내 여섯장의 원서 라인 중 주력 전형에서 수능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거나, 논술 등을 준비하고 있다면 남은 시간 동안 이 전형이 요구하는 서류에 얼마나 시간을 쓸 수 있는지 따져 보는 것이 유기적으로 원서 6장을 정하는 원칙인 것입니다. 따로 뚝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요.
이렇게 하나하나 젓가락으로 모래 집듯 모은 정보들을 가지고 여섯장을 배치하는 겁니다. 이때 머리를 쓰시는 겁니다.
가장 합격 확률이 높은 학교와 지금부터 내가 쏟아야 하는 부분, 올해 입시의 흐름, 지원자 풀, 최저를 맞출 가능성, 못 맞출 경우의 대안, 아래를 안정으로 배치했다면 내가 수집한 정보 중에 가장 높일 수 있는 학교, 여섯 장이 준비 과정에서 충돌하지는 않는지, 그렇다면 어디를 포기하고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기타 등등 이날을 위해 갈고 닦아온 실력을 비로소 발휘하시면 되는 겁니다.
지금은 머리가 아니라 눈이 아파야 하는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