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五障/五蓋의 어원과 개념
‘五障’은 팔리어 pañca-āvaraṇāni를 번역한 말이고,
‘五蓋’는 팔리어 pañca-nīvaraṇāni를 번역한 말이다.
이처럼 五障과 五蓋는 분명히 다른 단어다. 그러나 사전에서조차 오장과 오개의 원어를 혼동하고 있다. 이 오장과 오개의 梵語는 팔리어와 동일하다. 그러나 최초의 원어는 팔리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āvaraṇa(障)와 nīvaraṇa(蓋)는 순수한 古典梵語(Classic Sanskrit)가 아니고 佛敎混成梵語(Buddhist Hybrid Sanskrit= BSk.)이기 때문이다.
팔리어 āvaraṇa는 ā+vṛ의 합성어이며, ‘폐쇄하다, 억제하다, 거부하다, 억누르다, 방해하다’ 등의 뜻을 가진 동사 āvarati에서 파생된 중성명사로서 형용사로도 쓰인다. 영어로는 ‘hindrance(방해, 장애)’, ‘obstruction (閉塞, 장애)’, ‘bar(장애)’ 등으로 번역되었다. 한문으로는 ‘障’ 혹은 ‘障碍’로 번역되었다. 한편 팔리어 nīvaraṇa는 nis+varaṇa의 합성어이며, 어근 vṛ(vṛṇoti)에서 파생된 중성명사로서 간혹 남성명사로도 쓰인다. 영어로는 ‘obstacle(장애)’, ‘hindrance(장애)’ 등으로 번역되었고, 한문으로는 ‘蓋’로 번역되었다. 이와 같이 팔리어 āvaraṇa와 nīvaraṇa는 분명히 다른 단어이다. 그럼에도 영어권에서는 똑같이 ‘hindrance(장애)’ 혹은 ‘obstruction(장애)’로 번역하였다. 이처럼 五障과 五蓋의 원어가 혼용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大毘婆沙論** 제48에 의하면, 障은 蓋의 개념에 포함된다. 즉 “問: 무엇 때문에 蓋라고 부르는가. 蓋는 어떤 뜻을 갖고 있는가. 답: 障의 뜻, 覆의 뜻, 破의 뜻, 壞의 뜻, 墮의 뜻, 臥의 뜻이 있는데, 그것이 蓋의 뜻이다. 그 중에서 障의 뜻을 蓋의 뜻이라 하는 것은 聖道를 장애하고 나아가 聖道의 加行善根을 장애하기 때문에 蓋라고 부른다. 覆에서 臥까지의 뜻은 모두 덮는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다섯 가지 장애의 각 항목도 학자에 따라 다양하게 번역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혼란스럽다. 우선 사전에 기술된 五障/五蓋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Pāli-English Dictionary(巴英辭典)**에서는
①kāmacchanda(sensuality, 음탕),
②(abhijjhā-)vyāpāda (ill-will, 惡意),
③thīna-middha(torpor of mind or body, 마음 혹은 몸의 무감각),
④uddhacca-kukkucca (worry, 걱정),
⑤vicikicchā(wavering, 망설임) 등으로 되어 있다.
**망월불교대사전**에서는
①貪欲蓋(rāga-āvaraṇa),
②瞋恚蓋(pratigha-āvaraṇa),
③昏沈睡眠蓋(styāna-middha-āvaraṇa, 睡眠蓋라고도 함),
④掉擧惡作蓋(auddhatya-kaukṛtya-āvaraṇa, 掉戱蓋, 調戱蓋, 掉悔蓋), ⑤疑蓋(vicikitsā-āvaraṇa) 등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망월불교대사전**에서는 범어에서 한문 술어로 번역했다. 이러한 한문 술어만으로는 五障/五蓋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오장/오개의 원래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원어인 팔리어의 어원을 따져 보지 않으면 안 된다.
1. 감각적 욕망(kāmacchanda, 愛欲)
첫 번째 장애 요소는 kāmacchanda(愛欲)이다.
**망월불교대사전**에서는 rāga-āvaraṇa(貪欲蓋)라고 했다. kāmacchanda와 rāga는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다. kāmacchanda는 愛欲과 貪欲의 뜻을 갖고 있지만, rāga는 貪欲의 의미만 갖고 있다. 초기경전에서는 대부분 kāmacchanda로 되어 있다. kāmacchanda는 kāma와 chanda의 합성어이다. kāma는 √kam(to desire)에서 파생된 남성 혹은 중성명사이다. 이것은 ‘즐거움, 감각적 즐거움, 감각적 욕구’ 등의 뜻을 갖고 있다. 한문으로는 ‘欲, 愛欲, 欲念, 欲情, 欲樂’ 등으로 번역된다. 또한 chanda는 √chanda/chad(to please)에서 파생된 남성명사로서 ‘자극, 고무, 열의, 의욕, 하고자 함, 의지, 의향’ 등의 뜻을 갖고 있다. 한문으로는 ‘欲, 志欲, 意欲’ 등으로 번역된다. 이와 같이 kāmacchanda는 kāma(愛欲)와 chanda(貪欲)의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다. 하나는 ‘감각적 쾌락’을 뜻하는 愛欲이고, 다른 하나는 부, 권력, 명예, 지위 등에 대한 욕구를 뜻하는 貪欲이다. 굳이 이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한 단어를 찾는다면 ‘欲貪’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kāmacchanda의 kāma에 초점을 맞춰, ‘감각적 욕망(sensual craving)’, 혹은 ‘음탕한 욕망(lustful desires)’ 등으로 번역하였다. 필자도 kāmacchanda를 편의상 ‘감각적 욕망(愛欲)’으로 번역하였다.
2. 악의 혹은 분노(vyāpāda, 瞋恚)
두 번째 장애 요소는 vyāpāda(瞋恚)이다. 간혹 vyāpāda 앞에 ‘abhijjhā(貪欲)’를 덧붙이기도 한다.
*망월불교대사전**에서는 pratigha-āvaraṇa(瞋恚蓋)라고 했다.
범어 pratigha는 팔리어로 paṭigha(瞋恚)인데, vyāpāda(瞋恚)와 동의어다. 팔리어 vyāpāda는 byāpāda라고도 하는데, 동사 vyapajjati에서 파생된 남성명사이다. vyāpāda는 ‘瞋恚’, ‘瞋’, ‘恚’, ‘害心’, ‘憎惡’, ‘忿怒’, ‘惡意(ill-wii)’, ‘증오 혹은 분노(hatred or anger)’ 등으로 번역되었다. 이것은 自他에 대한 극단적인 형태의 악의, 증오, 화냄, 원한, 혐오, 나쁜 의지 등을 말한다.
3. 해태와 혼침(thīna-middha, 昏沈睡眠)
세 번째 장애 요소는 thīna-middha(昏沈睡眠)이다.
**망월불교대사전**에서는 styāna-midd ha-āvaraṇa(昏沈睡眠蓋, 睡眠蓋)라고 했다. 팔리어 thīna-middha는 thīna와 middha의 합성어이다. 팔리어 thīna는 √styai/styā/stī(to stiffen)의 과거분사(Sk. styāna)로 간주하기도 하고 혹은 √stim(to stiffen)의 과거분사(Sk. stimita)의 팔리어 형태로 보기도 한다. 원래 의미는 마음이 뻣뻣해지고 굳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middha는 √mid(to be fat)에서 파생된 중성명사이다. 마음이 무겁고 게으른 상태를 말한다. thīna-middha는 한문으로 ‘昏沈睡眠’으로 번역되었다. thīna(Sk. styāna)는 ‘昏沈’의 뜻이고, middha(BSk. middha)는 ‘眠’, 혹은 ‘睡眠’의 뜻이다. thīna-middha를 학자들은 ‘게으름과 나태’, ‘懈怠와 昏沈’, ‘무기력과 권태(torpor and languor)’, ‘게으름과 정신적인 무기력(indolence and inertia(昏寢과 睡眠)’, ‘혼침과 졸음’, ‘혼침과 수면’, ‘게으름과 무감각’ 등으로 번역하였다.
4. 들뜸과 후회(uddhacca-kukkucca, 掉擧惡作)
네 번째 장애 요소는 uddhacca-kukkucca(掉擧惡作 혹은 掉擧後悔)이다.
**망월불교대사전**에서는 auddhatya-kaukṛtya-āvaraṇa (掉擧惡作蓋, 掉戱蓋, 調戱蓋, 掉悔蓋)라고 했다. 팔리어 uddhacca-kukkucca는 uddhacca와 kukkucca의 합성어이다. 팔리어 uddhacca는 uddhata-ya에서 파생된 중성명사인데, 佛敎混成梵語(BSk.)로는 auddhatya이다. 어원적으로 uddacca는 ud(위로)+√dhṛ(to hold)의 동명사 형태로서 중성명사로 정착된 단어이다. 문자적으로는 위로 올라가 있는 상태를 뜻하며 마음의 들뜬 상태를 뜻한다. 한문으로는 ‘掉擧’라고 번역되었다. kukkucca는 ku(나쁜)+kata(행한, √kṛ, to do의 과거분사)가 합성되어 kukkata가 되고 이것의 추상명사가 kukkucca이다. 즉 전에 지은 행위에 대해서 ‘아차! 잘못(ku) 했구나(kata)’라고 뉘우치거나 안절부절 하는 마음상태를 말한다. 중국에서는 ‘잘못[惡] 했다[作]’라는 말 그대로 직역해서 惡作이라 옮겼다. 이 외에도 한문으로는 ‘不行儀’, ‘惡作’, ‘後悔’, ‘悔’, ‘悔疑’ 등으로 번역되었다. 학자들은 uddhacca-kukkucca를 ‘초조와 근심(restlessness and worry)’, ‘불안과 근심’, ‘흥분과 회한(掉擧惡作)’ ‘들뜸과 후회’, ‘들뜸과 걱정(restlessness and worry)’, ‘들뜸과 회한(우울)’, ‘들뜸과 悔恨’, ‘동요와 근심’ 등으로 번역하였다.
5. 회의적 의심(vicikicchā, 疑)
다섯 번째 장애 요소는 vicikicchā(疑惑)이다.
**망월불교대사전**에서는 vicikitsā-āvaraṇa(疑蓋)라고 했다. 팔리어 vicikicchā는 동사 vicikicchati에서 파생된 여성명사이다. vicikicchā는 어원적으로 vi(분리해서)-cinteti(√cit, to think)의 소망형이다. vicikicchā는 ‘의심, 혼란, 불확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한문으로는 ‘疑’ 혹은 ‘疑惑’ 등으로 번역된다. 여기서 말하는 의심(doubt, 疑心)은 결단력이 부족한 것을 뜻하며 높은 이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실천을 가로막고, 지속적으로 선을 추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의심은 우치를 수반하는 상습적인 미결정과 미해결, 신뢰의 결여 등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는 의심은 진리에 대한 ‘회의적인 의심(sceptical doubts)’를 의미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다섯 가지 장애[五蓋]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①감각적 욕망(kāmacchandanīvaraṇaṁ, 欲貪蓋)
②악의나 분노(vyāpādanīvaraṇaṁ, 瞋恚蓋)
③해태와 혼침(thīnamiddhanīvaraṇaṁ, 昏眠蓋)
④들뜸과 후회(uddhaccakukkuccanīvaraṇaṁ, 掉悔蓋)
⑤회의적 의심(vicikicchānīvaraṇaṁ, 疑惑蓋)
이러한 다섯 가지는 어떤 종류의 명백한 이해, 사실상 어떤 종류의 진전에도 장애가 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다섯 가지에 압도되거나 그것들을 어떻게 벗어나는지 알지 못할 때, 우리는 옮음과 그름 혹은 선과 악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앞에서 살펴본 ①감각적 욕망과 ②악의나 분노는 계(戒)를 방해하고, ③해태와 혼침은 혜(慧)를 방해하고, ④들뜸과 후회는 정(定)을 방해하고, ⑤회의적인 의심은 사제(四諦)를 의심하는 것으로 해탈(解脫)과 해탈지견(解脫知見)을 방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출처:[불교문화연구 제9집, 동국대 불교사회문화연구원, 2008] 중 밭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