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차시 수업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순근씨가 말한 "피그말리온 효과"와 "너는 특별하단다"의 엘리아저씨
모두 기억나시죠^^
제 블로그에 실려있는 글 그대로 옮깁니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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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의 시 <꽃> 을 패러디한 작품
라디오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장정일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 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라디오가 되고 싶다.
출처:<길 안에서 택시 잡기>, 장정일 시집, 민음사 1988
♠해설 1
장정일은 김춘수의 시 '꽃'을 패러디(parody)하여 재창작함으로써 원작과는 다른,
작가의 독특한 관점을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원작인 '꽃'의 의미를 뒤집어 현대 사회의 인스턴트 식(式) 사랑을 나타내고 있다.
김춘수의 '꽃'을 패러디한 다른 작품으로 오규원의 '꽃의 패러디'가 있다.
꽃의 패러디
오규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왜곡된 순간을 기다리는 기다림
그것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곧 나에게로 와서
내가 부른 이름대로 모습을 바꾸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곧 나에게로 와서
풀, 꽃, 시멘트, 길, 담배꽁초, 아스피린, 아달린이 아닌
금잔화, 작약, 포인세치아, 개밥풀, 인동, 황국 등등의
보통명사나 수명사가 아닌
의미의 틀을 만들었다.
우리들은 모두
명명하고 싶어 했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그리고 그는
그대로 의미의 틀이 완성되면
다시 다른 모습이 될 그 순간
그리고 기다림 그것이 되었다.
출처:<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 오규원 시집, 문학과 지성사 1981`
이 시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인 '꽃'의 의미를 작가 특유의 방법으로
뒤집어 현대 사회의 풍속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타인과의 지속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 메마른 태도로 나타나며,
또한 자신이 내킬 때는 애정을 나누다가도 마음이 바뀌면 상대가 곧 사라져 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태도로 그려져 있다. 김춘수의 시 '꽃'을 패러디함으로써 작가는,
'꽃'에 나타나 있는 것과 같은 진지하고 친밀한 인간 관계가 오늘날에도
감동과 갈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느냐는 반문을 던지고 있다.
-이완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에서-
김춘수의 <꽃>을 가르치며
최상호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자고
가르치지만 얘들아
네 쪽으로 걸었던 내 발자욱은 몇 걸음이지?
다가가서는
색깔있는 눈짓이나 그래서 얼마큼 향기나는
이름이나 나누었던가
너희 웃음도 모르고 너희 노래도 모르고
아버지의 직업, 어머니의 학력, 그렇고 그런 것
너의 점수, 너의 석차, 그렇고 그런 것
얘들아, 꽃은 도대체 무엇이니?
출처:최상호, [김춘수의 '꽃'을 가르치며], 시와 시학사 1997
<조은샘의 글>
이밖에도 김춘수 시인의 "꽃"패러디 작품이 또 있으나
조은샘의 제자들이 보기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도 있어
제외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수업이 "이야기 뒤집어 보기"입니다.
물론 이야기를 바꿀 때 황당무계한 내용으로 하면 안 되겠죠.
원작의 내용에 비추어서
개연성(절대적으로 확실하지 않으나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성질)을 갖고
이야기를 바꿔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 보기에 괜찮은 것은"엘라의 모헙"(엘라는 신데렐라를 가리킴)도 있겠고
워낙 이야기 바꿔보기가 많은 독서수업에서 단골메뉴라서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겁니다.
시 패러디 수업도 한 번 해 보고 싶은 수업인데
학생들의 어휘력의 부재로 인해
그래도 귀염둥이(?)들을 데리고 해 봐야겠지요.(당근과 채찍을 이용하여 ㅋㅋ)
조은샘의 공부중에 다매체활용교육(MIE)수업을 들으면서
모처럼 시가 나왔길래
이리저리 궁리해 봤습니다.
최상호 의 - 김춘수의 <꽃>을 가르치며 시를 읽고
저의 수업방식,지도방법,아이들에 대한 저의 생각 등등
반성도 하고 ,
수업지도안,활동계획......당근과 채찍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