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살은 뜻하는 산수(傘壽)의 나이에...
- 손진철 카카오스토리
나는 60대 70대면 멋진 할아버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어언 산수(算數)도
희미해지는 산수(傘壽)가 되어있다. 내가 꿈꾸는 멋쟁이 할아버지의 꿈은 점점 바뀌어
최소한 아쉬운 소리도 않고, 함부로 판단하는 소리도 안하는 사람이다.
피천득의 수필 '송년'에서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소리를 처음듣고 피천득은 가슴이 산뜻해
졌다고 한다. 그러나 금방 자연에 순응하는 미소를 짖고, 그랜드 올드 맨이란 말이 있는데,
노대가(老大家)는 못 되더라도 졸리 올드 맨(好好翁)이 되어 새해에는 잠을 못 자더라도
커피를 마시고, 눈 오는 날 비오는 날도 걷고, 설악산도 가고, 한라산도 가고, 파크골프도
하겠다고 했지만 그런 생각도 건강 할 때다.
아내가 덜컥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보니 그런 생각도 산산조각이 났다. 꿈이었다.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노후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고, 나이 들어서도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아내를 위해 주저없이 접었다.
아쉬운 소리하지 않고 싶다는 것은 노년기에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는 의미다. 아내의 말을
들어보면 사실 미래의 나는 틀림없이 꼰대 영감이 되어 있었을 것이라 한다.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바꿀 수 없다면 꼰대 같은 모습은 지혜롭게 잘 숨겨두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 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내가 살아온 세월을 근거 삼아 혹시 내 안에서 주장이 확고해지
더라도, 쓴소리를 절제하는 미덕을 가지고 나만의 생각에 갇히지 않기를 바란다.
젊은 세대에게는 그들만의 생각이 있을 것이고, 사회적으로 시대의 바람이 새롭게 불어오는
것이라,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싶지는 않을 것이다.
아는 것도 미천하지만 지금도 누가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기 전에 앞서 조언하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누군가에게 내 사랑을 가르치고 싶지 않고, 내 생각을 주입시키고 싶지도 않다. 아내와 나누는
사랑도 벅차다. 나는 누군가의 인생에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내 인생을 살아온
나일 뿐이다. 멋진 할아버지가 되려고 오늘은 손주가 친가에 갔다 올 때를 기다리며 세뱃돈을
준비했다.
출처: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