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준 표가 부끄럽지 않게, 반대한 표가 분노하지 않게...!!

작성자제인|작성시간13.01.05|조회수24 목록 댓글 1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남정욱님의 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철수씨. 지난 보름여 너무 바빠 이제야 인사를 챙기네요.

선거기간 내내 철수씨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저를 도와준것 진심으로 감사 드려요.

 

무엇보다 어정쩡한 단일화 선언으로 기다리던 사람들을 허망하게 만들어준 것 정말 고마웠어요.

난데없이 빨간색 목도리를 매고 나타나 생각 제대로 하라는 신호 아니냐 교란 시켜준 것은 참으로 기발했고

선거 당일 투표만 달랑 마치고 비행기를 타버린 것도 큰도움이 됐지요.

 

철수씨의 미국행은 철수씨가 그의 '운명'에 손톱만큼도 관심이 없다는 암시로 받아들여졌거든요.

심지어 철수씨의 지지자 중에서는 철수씨가 사퇴한후

저쪽이 되면 철수씨 죽는다며 저에게 표를 주신분도 있다니 세상 정말 재미있지 않나요. 호호...

모쪼록 미국에서 좋은 '생각' 많이 하고 돌아오시길 바라요.

 

고마워요 정희양.철수씨의 빈자리를 정희씨가 채워줬네요.

저는 지금도 삼자토론 때 정희양이 날 선 논리로 저를 압박하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해요.

두려워서요? 아니요. 기분이 좋아서, 웃움이 나서요.

제가 답변을 좀 흐려서 몇표 떨어지긴 했지만

대신 5060세대가 초강력 접착제로 붙인 것처럼 대동단결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거든요.

압권은 정희양이 대한민국 정부를 남쪽 정부라고 지칭하는 순간 이었어요.

젊은 친구들은 이럴 때 "헐~ 대박" 이렇게 말한다지요.

저는 그냥 사춘기 들어 톡톡 쏘는 중학생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처럼 빙그레 웃어주기만 하면 됐어요.

생각 같아서는 한자리 맡겨보고 싶지만 주변에서 아직 시기상조라며 말리네요.

손톱에 빨간 물 다 빠지면 한번 찾아 오세요.

 

그럼 저는 한 게 없느냐. 그럴 리가요.

선거란 주변에서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후보 혼자 치르는 거랍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돌을 맞으며 외롭지만 꿋꿋하게 가는 것,

이거 어지간한 내공으로 되는 거 아니에요.

특히 과거사 관련 아버지 문제가 힘들었지요.

 

그때 김지하 시인이 저를 지지해 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그런데 김시인이 저게 힘을 실어주신 건 사실 오래전 부터랍니다. 

 

1975년 시인은 흔히 제3세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로터스'상을 수상했지요.

수상 소감에서 김 시인은 현대는 후천개벽의 시대이고 음개벽(陰開闢)의 시대라며 이런 설명을 덧붙이셨어요.

"새로운 형태의 모권이 중심으로 되어 가는 문화의 때요,

해원(解寃)과 상생의 때이며 여성적인 부드러움, 너그러운 관용,

갈가리 찢어진 채 조용히 미소짖는 인내 생명에 대한 보편적인 존중과 사랑이 압도하기 시작하는 역사이다."

우연히 맞아 떨어졌더라도 정말 아름다운 비전 아닌가요.

예언에 가까운 그 말씀 가슴에 꼭 품고 갈께요.

 

아 참, 이런 김 시인을 연탄재에 대한 명상으로 알려진 시인하나가 변절자 취급하며 비난을 했더군요.

로터스는 연꽃이란 뜻이랍니다. '연'꽃과 '연'탄재, 달라도 격이 너무 다르지 않나요.

그 외에도 고마운 분들이 참 많아요. 용민씨, 지영씨, 국씨, 다들 감사했어요.

때 마다 어떻게 그리 자기 몫을 잘 해주셨는지...

 

경제, 외교, 안보에서 정말 어려운 한 해가 될거라고 하네요.

이 모든 고마움과 지지를 모아 멋지게 '계사년' 한 해를 돌파해 볼께요.

 

지지해주신 분들이 부끄럽지 않게 지지하지 않은 분둘이 분노하지 않게 ...!!

 

 

이 글은 당선인의 심정을 필자가 가상으로 쓴 것이라고 합니다.

오해가 없으시기를...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오렌지나라 | 작성시간 13.01.10 제인님 멋있는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새해엔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변함없이 우리 대한민국박사모를 사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