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에게 부치는 편지/오형록
시리도록 검푸른 바다에서
우린 단꿈을 꾸었지
서로 핏기 잃은 가슴에 수혈을 자원하며
한 번도 열지 않았던 혈관을 열었지
그렇게도 아끼던 마지막 자존심까지
살며시 손에 들려주었지
그 순간 태양은 파도를 보듬고 오열했어
벌겋게 상기된 바다 위로
우연인 듯 또는 필연인 듯
한 쌍의 갈매기가 날아올랐지
암울하던 세상이 개벽하던 날
그날도 단풍은 곱게 물들고
국화향은 코를 찔러 데며 어찌할 줄 몰랐어
모든 근심이 연기처럼 사라지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구나
그 좋은 가을은 다시 왔건만
너는 어디쯤 무슨 사연에 젖어 있는가
함께 바라보던 별 하나가
이 밤도 미소 짓는데
별이 넌 어찌하여
가슴 사위는 갈바람을 동경하며
휑한 들녘을 배회하는
길잃은 나비가 되려 하는가
별아 저 붉은 노을과
변함없이 어둠을 지키는 저 별을 보렴
낙엽으로 바스러지는 마지막 잎사귀에
새로운 삶을 수혈해 주오
오직 너의 뜨거운 가슴만이
내게 파릇한 삶을 줄 수 있단다.
2011.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