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갸
농사철이나 되어야 사람(민간인) 구경하는 최전방 병사 하나가
첫 휴가를 나왔드랬습니다.
군기가 바짝 날이 선 얼굴이 까만 병사는 고향을 가기위해
신설동 가는 시내버스를 탓답니다.
콩나물 시루 같은 만원버스에 선 체 낑겨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지요.
보기가 딱했던지
앞에 앉아있던 카라가 하얀 여학생이 말없이 잡낭(전방 군인들이
휴가갈 때 꼭 들고다니는 군대 가방?)을 당기드라구요.
말은 없어두 자기가 대신 들어 주겠다는 신호라는걸 알았지만.
깜짝놀란 이 촌 군인은 너무 황송해서.
‘건찮아요’ ‘건찮아요’ 라는 말만.......
............
빼앗긴 그 못생긴 잡낭은 그 학생 무릎에 올려져 있었고,
그 총각 군인은 얼굴이 벌것게 상기된채 차창을 응시했지만.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있었다고,
지금 그 학생도 환갑은넘겼겠지요.
고맙다는 말마져 너무 황송해 건네지 못했던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그 총각 군인은
이따금씩 그 때 그 학생의 찌-단한(긴)
하얀 손이 생각난다고 하더라니깐요.
<솜털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