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1974년 4월 5일 재일교포 청년봉사단과
경기도 시흥 야산에 나무를 심고 있다. ⓒ 국가기록원
♣가식 없는 인간, 박정희의 독백♣
정의감에 불타는, 재일거류민단 소속의
한 젊은 재일동포(윤모씨)가 1969년에 동료들을 지휘하여
도쿄주재 한국 대사관을 점거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3선 개헌을 추진하는 데
반대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일본 경찰은 이 젊은이들을 전원 연행하였다.
지휘자인 윤모씨가 “모든 것은 내가 시킨 것이다”라고
책임을 떠안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은 곧 석방되었다.
윤씨는 구속 기소를 각오하고 있는데, 일본 검사가 오더니
“한국 정부가 선처를 요청, 곧 석방 하겠다”고 알려왔다.
한국 정부는 “젊은이들이 그 정도의 패기가 없어서야
되겠는 가”라면서 일본 정부 측에
윤씨를 풀어줄 것을 부탁하였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윤씨는 처음으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기 시작하였다.
1974년 봄 윤씨는 100명이 넘는 재일 한국인 청년들을 인솔,
본국에 나무심기를 하러 갔다.
박 대통령과 함께 산에 나무를 심은 뒤
임시 천막 안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박 대통령이 말했다. “어이, 윤군, 막걸리 마실래?”
“예, 저는 막걸리 좋아합니다.”
박 대통령은 막걸리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대통령이 부어주는 막걸리는 검은 색이었다.
대통령이 조용조용하게 독백하듯 말하였다.
“나도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국민들에게 쌀로 막걸리를 만들지 못하게 해놓고,
나만 먹을 수 없잖아.
이건 옥수수로 만든 막걸리야.
솔직하게 말하면 맛이 없어.
맥주를 조금 타서 먹으면 좋아.
많이 타면 안 되고 조금만 타.
이걸 ‘맥탁’이라고 부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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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가 들으니, 박 대통령은 낮은 목소리로 담담하게
자책하듯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쌀 막걸리를 빚지 못하게 한 데 대하여
국민들에게 미안 해 하는 말투였다.
윤씨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무런 가식이 없는 한 인간이 여기 있다는 생각을 했다.
윤씨는 그 뒤론 박정희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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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옮김, 編: 定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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