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시대
청계 정헌영
긴 세월 함께한 늘 푸른 소나무여
산이나 바위틈에서 자라는 줄 알았는데
요즈음은 인간 생활 속 깊이 파고들어
정원수나 가루 수로 더 주목을 받누나
어떤 것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곧게 치솟고
어떤 것은 꺾이고 굽어 아름다운 모습으로
어떤 것은 학처럼 날개를 펴 세상을 끌어안고
어떤 것은 예술의 경지에 이르러 작은 소나무로
각양각색인데
그 옛날 소나무 위에 앉아 날게 짓 하던 백로의
정겨운 모습은 간데없고
더불어 사는 파란 넝쿨이파리만
두르고 앉아 끙끙댄다
솔솔바람 부는 여름 한낮
그윽한 솔향기에 취해 나무 밑에 앉아
솔방울 줍고 송홧가루 날리던 어린 추억을 더듬으며
그때 그 친구들을 목청껏 불러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