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음秋吟
- 여강 최재효
새벽 창가에 누웠네
때 이른 귀뚜라미 울음소리
여름이 길게 드리운 꼬리를 급히 말아 올리고
서둘러 흔적을 지우고 있네
한때 자장가로 들리던 청아한 저 음색
이제는 나그네 발길 재촉하는
무서운 채찍 소리
반쯤 왔는데 관절에서 탁음濁音이 들리네
여름 꽃은 이미 시들어 떨어지고
담장 아래에 수줍은 듯 핀 하얀 들국화 한 송이
천상天上에 우리 큰 누님 같아
남몰래 자주 창밖을 내다보네
봄부터 걸어온 뒤안길에
발자국만 아련하게 남아있는데
서늘한 바람 솔솔 불어오니
올 가을에는 또 얼마나 멍이 들까
- 창작일 : 2014.9.19.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