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매창의 묘를 참배하며...
설중매
- 여강 최재효
매향梅香이 그리워 천릿길을 단숨에 달렸네
사백四百이란 세월은 한낱 숫자에 불과할 뿐
몽중夢中의 임이 손짓 하는데
어느 사내가 차마 마다할 수 있으리오
동네 아이들 추운 줄도 모르고 술래잡기하고
촌노村老들 양지에 앉아 술타령이네
차가운 술 한 잔 따르고 이배貳拜 올리니
막혔던 숨이 터지며 임의 옥구玉句가 흐르네
저 낮달은 늘 임 곁을 지켰으리
예전에 고운 명성 듣고도 심신이 게을러
때 늦은 알현謁見에 가슴 치네
지구를 몇 바퀴 돌고 이제 겨우 찾았는가
한때의 태산 같은 부귀영화는 덧없으니
누대에 걸친 문향文香이 제일이어라
심심풀이로 휘갈긴 잡인들 호기豪氣는
눈 속에도 매화 향기 그윽한 유택에 흠집이어라
겨울 청천靑天에 흰 구름 유유히 날고
잡새들 떼 지어 어지러이 나는데
타관 나그네 무슨 깊은 인연이 있어
임의 비문碑文 끌어안고 탄식할까
나고 가는 것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
인성人性이 청초淸楚하고 재기才氣 넘치니
시공時空은 언어의 문제일 뿐
지음知音은 전생轉生으로 통한다오
- 창작일 : 2015.1.31. 15:00
부안 이매창 묘소를 찾아서
[주] 이매창(李梅窓) : 1573년 부안의 현리(縣吏) 이탕종의
딸로 조선시대 기생妓生이었다. 황진이, 허난설헌과
더블어 조선 3대여류 시인으로 불린다. 그의 시 58수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