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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 미주본부

서로의 아킬레스건 건드린 안철수와 문재인, 진검승부 임박

작성자sunnyoung|작성시간14.03.27|조회수222 목록 댓글 0
입력 : 2014.03.27 09:09  
                     

'기초선거 무공천'과 'NLL발언록' 관련, 상대 자극

문재인 안철수 넘기 힘든 ‘단일화의 추억’

문재인과 안철수는 2012년 11월22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마주 앉았다. 배석자 없는 단독 만남이었다.
“저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시죠. 그래야 박근혜 후보를 이깁니다.”(안철수)
“공당의 후보로서 그냥 양보는 안됩니다. 합리적 절차를 갖춰 단일화합시다.”(문재인)
“후보 자리를 양보하면 제가 민주당에 입당하겠습니다.”(안철수)
“….”(문재인)

유명한 이른바 ‘힐튼호텔 담판’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문제를 풀기 위한 두 사람 간 마지막 담판은 1시간여만에 끝났다. 문재인은 회동 뒤 차에 타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나는 내 할 일 다했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당신들이 알아서 좀 하시라.” 피곤에 지친 표정이었다. 안철수는 회동 뒤 차에 탄 뒤 입을 닫았다. 서울 용산 자택으로 가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오른쪽) 안철수 의원이 지난 22일 부산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창당대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부산=뉴시스
문재인(오른쪽) 안철수 의원이 지난 22일 부산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창당대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부산=뉴시스
이날 일은 문재인과 안철수가 감정적으로 틀어진 결정적 장면으로 회자된다. 그 다음날인 23일 저녁 안철수는 대선후보에서 사퇴했다. 안철수는 추후 주변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알던 문재인이 아니었다. 내가 문재인을 잘못 봤다.”

서로 ‘아킬레스 건’ 건드린 문재인과 안철수

그리고 1년 4개월.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 사이에 다시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통합 신당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두 사람이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의 신경전 이면에는 지난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틀어진 감정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예사롭지 않다.

문 의원과 안 의원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서로를 향해 한방씩 날렸다. 문 의원은 지난 24일 부산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단 오찬간담회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에 대해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돌려 말하긴 했지만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안 의원이 민주당과의 통합 핵심 명분으로 내세운 사안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안 의원이 강하게 주장한 기초선거 무공천을 수용해 통합이 성사됐다고 할 수도 있다. 문 의원이 이 문제를 언급한 건 안 의원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셈이다.

안 의원도 24일 제주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문 의원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논란 얘기를 꺼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정치하면서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공개 표결이 국회에서 있었다. 저는 반대표를 던졌는데 어처구니없게 통과됐다. 그때 ‘혼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구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야 이런 일들이 안 생기게 막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안 의원의 이 말은 문 의원을 겨냥한 비판으로 해석됐다. 문 의원은 지난해 6월 NLL 포기 발언 논란이 계속되자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요구한 당사자이다. 안 의원 역시 문 의원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셈이다.

회복하기 힘든 구원(舊怨)

두 사람의 신경전이 불거지자 문재인과 안철수가 본격 갈등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 단일화 과정을 겪으며 서로에 대한 앙금이 쌓이게 된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 있었던 한 인사의 말이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야권 후보 자리를 문 의원에게 ‘양보’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지지율이 더 높은 상황에서 문 의원이 거대 정당의 힘으로 밀어붙여 자신이 어쩔 수 없이 후보 자리를 내줬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자신이 본선에 나갔다면 이겼을 것이라는 생각도 할 것이다. 반면 문 의원 입장에서는 안 의원이 갑자기 후보 자리를 내팽개치듯 사퇴한 것에 대해 실망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만들지 못한데 대한 불만이 클 것이다. 게다가 안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문 의원을 적극 돕지 않았다. 인간적으로 서로에 대해 감정적 앙금이 다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2012년 12월 6일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회동한 뒤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후보 사퇴 이후 잠적했던 안 후보는 이날 문 후보와 회동 뒤 문 후보 지원을 약속했다.
2012년 12월 6일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회동한 뒤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후보 사퇴 이후 잠적했던 안 후보는 이날 문 후보와 회동 뒤 문 후보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대선 이후 두 사람은 앙금을 털어낼 기회를 전혀 갖지 못했다. 오히려 서로의 상처를 헤집는 일만 생겼다. 지난해 10월말 문재인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했던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단일화 비화를 담은 비망록을 출간하면서 벌어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홍 의원의 책 출간으로 양측은 거친 감정싸움을 벌였다.

홍 의원은 비망록에서 “안 후보 측이 문 후보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미래 대통령 안철수’라는 표현과 당 쇄신의 전권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 의원은 “실익도 없는 그런 바보같은 요구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일로 양측은 한참 싸웠고 감정 대립은 더 격화했다.

최근에는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의 자문 역할을 했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문 의원에게 “물러나라”고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안 의원 측은 자신들과 관련 없는 한 교수 개인 의견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 의원 측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문 의원 본인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부글부글 끓는 속내를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갈등 골 더 깊어질 것

무엇보다 지난 대선때의 감정이 풀리지 않은 채 두 사람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비단 구원(舊怨)때문만은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하면서 ‘같은 당의 경쟁 정파 수장’으로서 숙명적인 대결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이번 충돌은 앞으로 벌어질 본격적인 갈등의 ‘전초전’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의 전망이다.

“두 사람의 공방이 벌써부터 살벌하게 오가지 않나. 가깝게는 창당 직후부터 기초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 양측 갈등이 본격화 할 가능성이 크다. 6·4 지방선거 이후에는 당권 등을 놓고 한바탕 대회전이 치러질 것이다. 날선 공격이 오가며 상당한 정도의 내홍이 불가피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두 사람은 갈등구조로 갈 수 밖에 없다.”

두 사람은 25일 저녁 만났다고 한다. 지난 대선 이후 첫 단독회동이다. 갈등설이 커지자 이를 봉합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한번의 만남으로 풀기엔 간극이 너무 커 보인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진검승부가 임박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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