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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 미주본부

노회찬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는 증발했고, 잔해(殘骸)만 남았다"

작성자sunnyoung|작성시간14.04.04|조회수123 목록 댓글 0
입력 : 2014.04.03 05:17  
                     

노회찬 전 의원 인터뷰

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의 강한 비판은 다소 의외였다. 그는 특유의 알아듣기 쉬운 화법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가차없이 비판했다. 진보정치인이자 같은 야권 정치인인 그가 갓 태어난 통합 야당에 대해 덕담을 할 만도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새정치연합의 위기를 말했다.

노 전 의원은 2일 ‘프리미엄조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는 증발했다”고 했다. “새정치는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통합 야당의 당명에 잔해(殘骸)가 남아있을 뿐”이라고도 했다. 상당히 냉소적이었다.
노회찬 전 의원.
노회찬 전 의원.
새정치연합 안철수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에 대해서도 그는 직설적이었다. 노 전 의원은 “공천 폐해가 있다면 고쳐서 제대로 공천을 하는 게 정당이 할 일이지 마치 공천을 안하는게 선(善)인양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오면 제대로 진료를 해서 고치는 게 정답이지 무(無)진료가 정답인가”라고 했다.

그는 이어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자 반(反)정치 공약”이라며 “지금이라도 잘못된 공약에 대해 사과하고 공천을 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은 또 6·4 지방선거 전망에 대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모두에서 야권이 위험하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을 따로 만나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야당이 최대한 민심을 잘 파고들어 민심과 결합해야 하는데 지금 자중지란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가 야당의 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 알수 있다.

노 전 의원은 인터뷰 전날인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썼다. “지방선거 D-64일. 박근혜 대통령(62.6%)과 새누리당(50.2%) 지지율이 112.8%로 치솟는데 제1야당은 1년반 전 스스로 판 함정에 빠져 헤어나올 줄 모르고 있다. 모두가 어리석은 날(萬愚節)은 오늘 하루면 족하다.” 제1야당이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을 벌여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노 전 의원은 2005년 ‘삼성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한 이유로 지난해 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그때 의원직도 잃었다. 그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병은 지난해 4월 보궐선거때 안철수 의원이 차지했다. 노 전 의원은 지난 2월 1년간의 자격정지가 끝나 피선거권을 회복하면서 정치 활동 재개에 나섰다.

그는 구체적인 정치 복귀 계획을 묻는 질문에 “2016년 총선 이전에라도 적절한 계기가 있다며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적절한 지역에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있다면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국민들로부터 냉혹한 시선을 받고 있는 진보정당을 새롭게 복원하는 일에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기초선거 무공천이 선(善)인양 하지마라”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은 잘못이라고 했는데.
“일관된 저의 주장이다. 기초의원 무공천은 1998년과 2002년 지방선거에서 실제 시행했다. 그런데 여러 문제가 많아서 다시 바꿨다. 국회의원의 전횡 등 기초선거 공천에 문제가 있다면 고치는 것이 정당의 책임이다. 자기 할 일을 제대로 못하면 정당을 할 자격이 없다. 무공천은 정말 안이한 처리 방식이다. 문제를 고쳐 제대로 공천을 하는 게 중요하다. 마치 공천을 안하는 게 선(善)인양 해서는 안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일관성이 없다. 공천헌금 문제 때문에 기초의원 공천은 안한다면서 광역의원은 왜 공천하나. 광역의원의 공천헌금 문제도 심각하다. 또 기초 비례의원은 왜 공천하나. 기초 비례의원은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더 많이 들어간다. 또 무공천 한다면서 내천(內遷·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사실상 공천하는 것)을 하고 있지 않나. 내천이 더 비민주적이다. 새정치연합 후보들이 (안철수 대표 등과) 찍은 사진을 붙여놓고 하지 않느냐. 내천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공약한 것을 지키라는 주장을 하는데.
“대선 공약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것은 맞는 얘기이긴 하다. 하지만 그 공약이 옳으냐 그르냐를 먼저 짚어야 한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가 다 포퓰리즘 공약을 한 것이다. 반(反)정치 공약이다. 무공천 공약은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가 했던 ‘국회의원 수 100명 줄이기’ 공약과 비슷한 것이다. ‘정치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장은 박수칠지 모르지만 정당 민주주의에서 이는 무책임한 공약이다.”

―잘못된 공약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야당이 지키지 말라고 아우성쳤다. 잘못된 공약이니 지키지 말라고 한 것이다.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는 전문가들조차 정치개혁과 관계 없다고 한다. 사실 국민들도 별로 관심이 없다. 공약이니까 항상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오면 잘 진료해 고쳐야지, 진료 안하나”

―그럼 새정치연합도 공천하는 게 해법인가.
“물론 공천을 할지 말지는 본인들이 결정할 문제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이를 법제화하자고 한다. 이는 다른 당과도 연관이 있는 문제다. 왜 다른 당의 권한까지 박탈하려고 하나. 공천을 잘할 자신이 없으면 자기들 스스로 공천하지 않으면 된다. 나는 새정치연합에 무공천이 과연 옳은 정책인지 아닌지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싶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약속이니까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것은 너무 견강부회(牽强附會)다. 공천 폐단이 있다면 고치는 게 정치인이 할 일이다. 환자가 오면 제대로 진료를 해서 고치는 게 정답이지 무진료가 정답인가. 정당이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을 왜 국민에게 떠넘기나.”
2013년 6월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안철수 의원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출범식에서 안 의원(오른쪽)과 노회찬 전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
2013년 6월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안철수 의원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출범식에서 안 의원(오른쪽)과 노회찬 전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
―새정치연합은 무공천을 중요한 통합 명분으로 삼았다.
“그분들이 한 일을 제가 뭐라고 하기가…. 두 세력의 통합은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포퓰리즘을 바탕으로 하는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통합의 명분을 삼은 것은 통합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국민들에게 ‘기초선거 무공천이라는 약속을 지켰으니 표는 우리한테 달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허황된 꿈을 갖고 있다면 깨야 한다. 지금이라도 아닌 것 같다고 판단되면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사과한 뒤, 공천을 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의 야권 통합은 어떻게 보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쪽 다 어려운 상황이었다. 위기에 직면한 두 세력이 실리형 통합을 한 것이다. 정체성과 정치문화가 크게 다르지 않은 세력들이 하나로 통합해 정치 안정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안철수 의원이 내걸었던 지역구도 타파, 양당체제 혁파 등의 기치 등은 폐기됐다. 안 의원이 독자 창당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들에 대해서 ‘작은 약속들이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새정치 깃발을 내세웠으나 결국에는 실리 추구로 간 것 아닌가.”

―안철수의 새정치가 퇴색했다고 보는 건가.
“(퇴색 정도가 아니라) 새정치는 사실 증발했다. 이제 새정치는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통합 야당의 당명에 잔해가 남아 있을 뿐이다.”

“지방선거, 야권 서울·경기·인천 다 위험하다”

―6·4 지방선거 전망을 한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원래 야당에게 힘든 선거다. 직전 2010년 지방선거는 야당에게 유례없이 좋았다. 이번에 야당이 아무리 잘해도 그때 성적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을 볼 때 야당에게 훨씬 더 불리한 선거다. 서울·경기·인천이 다 위험하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을 따로 만나서 이 얘기를 했다. 연초에 지지율이 높았던 것을 갖고 오판하면 안될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지지율 조사를 보면 박 시장이 여당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세대별 투표율 등을 반영하면 이미 지금 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

야당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민심에 잘 파고들어 결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은 지금 자중지란 비슷한 상황이다.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로 한 달을 더 가게 될 것 같은데 그러면 국민들이 냉혹하게 외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치 복귀 계획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제 조금씩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제가 새정치연합을 비판하긴 했지만 진보정당 처지는 더 힘들다. 특히 작년에 통합진보당과 분당 사태를 겪고 이석기 사건 등을 겪으면서 진보정당이 국민들로부터 아주 냉혹한 시선을 받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건강한 진보정당을 새롭게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두 번 선거에 이렇게 저렇게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건강한 진보정당을 다시 세우는 일에 당분간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진보정당 낡은 관념에 빠져 있으면 미래 없다”

―7월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할 수도 있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구체적으로 확정지은 것은 없다. 다만 2016년 총선 이전에라도 적절한 계기가 있다면 대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런 주문이 주변에서도 많다.”
노회찬 전 의원이 2013년 4월 21일 당시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부인 김지선씨를 상계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노회찬 전 의원이 2013년 4월 21일 당시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부인 김지선씨를 상계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일로 감정이 상하진 않았나.
“다 지나간 일이다. 그런 걸 담아두고 있으면 큰 정치 하기 힘들다. 그 페이지는 이미 넘어갔다.”

―진보정치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정치라는 것은 국민들과 호흡하면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정당이 자기의 낡은 관념에 빠져 있었던 측면들이 꽤 있었다. 저는 우리 정치환경이 진보정당 하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과 노동 문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대안과 해법을 내놓지 않고 낡은 과거의 태도를 견지한다면 앞으로 진보정당의 미래는 없다. 새로운 해법 찾기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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