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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 미주본부

직파간첩이라고 자백했던 피고인이 "조작"이라며 돌변해 국민참여재판 받게 된 사연

작성자sunnyoung|작성시간14.05.16|조회수182 목록 댓글 0
입력 : 2014.05.16 05:07

 

                      
검찰이 지난 3월 기소한 북한 직파간첩 사건이 국민참여재판까지 받게 됐다. 북한 보위사령부 공작원 홍모씨가 간첩 혐의를 모두 자백했다고 검찰이 발표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후 홍씨는 “조작”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면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법원이 지난 12일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간첩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받는 건 처음이다. 통상 간첩사건은 정보 노출 등을 우려해 비공개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검찰은 무척 당황한 모습이다. 검찰 관계자는 “순순히 자백했던 홍씨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고 국민참여재판까지 신청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지난 2월 구속된 뒤 홍씨는 검찰에서 “남한 구치소 밥이 북한 국경절이나 명절에 먹을 수 있던 밥보다 맛있어 몸무게가 14㎏이나 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던 홍씨가 왜 갑자기 입장을 180도로 바꾼 것일까.

“거짓말탐지기 무사 통과 방법까지 교육받았다”고 진술했던 북한 보위사 직파간첩
“南구치소 밥, 北 명절 때보다 좋아 14㎏ 쪘다”고까지 했다가 입장 돌변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군 출신인 그는 2012년 5월 북한 보위사령부 공작원으로 선발돼 공작 교육을 받은 뒤 탈북자 정보와 국정원 정보망을 파악하라는 지령을 받고 지난해 탈북자로 가장해 한국에 들어왔다가 우리 정부의 탈북자 합동신문센터에서 적발됐다. 북한 보위사는 우리로 치면 국군 기무사령부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홍씨는 탈북자 신문 과정에서 거짓말탐지기를 무사 통과하는 방법을 북한에서 교육받기도 했다며 그 방법까지 검찰에서 자세히 진술했다.

1시간 남짓 ‘민변’ 변호사 만난 뒤 “더 이상 검사 만나지 않겠다”

홍씨가 혐의를 부인한 건 기소된 직후인 지난 3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의 장경욱 변호사 등을 만난 뒤였다. 검찰 관계자는 “장 변호사 등이 변호사 선임을 위해 접견이 필요하다고 해서 홍씨를 만나게 해줬는데 그 직후부터 홍씨가 돌변했다”고 말했다. 당시 검찰에 소환됐던 홍씨는 1시간 남짓 변호사를 만난 뒤 “더 이상 검사를 만나지 않겠다”며 구치소로 그냥 가버렸다고 한다.

지난 3월 민변 소속 장경욱 변호사(오른쪽)가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직파간첩 사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민변 소속 장경욱 변호사(오른쪽)가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직파간첩 사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변호인이 홍씨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홍씨가 왜 입장을 바꿨는지 정확히 모른다. 다만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문을 갖고 있다. 당시 홍씨의 상황 때문이다. 기소 직후 그는 자신과 관련된 기사가 보도된 걸 알고 구치소 교도관에게 “나와 관련한 내용이 언론에 나와 북한 가족들의 안전이 걱정되니 국정원 직원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구치소 측으로터 이를 전해들은 국정원은 검찰에 연락해 “피고인이 정확히 어떤 내용을 말하는지 알려주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국정원 내부 지침은 기소 이후 피고인을 접촉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북한 가족들의 안위 걱정하다 갑자기 혐의 부인

검찰이 기소 이후 홍씨를 소환한 건 이 때문이라고 한다. 검사가 홍씨를 만나 얘기를 듣고 국정원에 연락해 가족 안위를 확인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시간이 걸리고 쉽지 않은 일이어서 진행 경과를 알려주기 위해 일주일쯤 간격으로 2~3차례 홍씨를 검찰로 불렀다는 설명이다. 그 와중에 변호인 접견이 이뤄졌고, 홍씨가 혐의를 부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검찰·변호인, 서로 상대 측이 홍씨 회유했다 의심
민변 장경욱 변호사, “한반도 불안은 미국과 남한 탓”이라고 말해 논란 빚은 인물

이 때부터 검찰과 변호인은 서로를 의심하고 있다. 민변 소속 장경욱·김진형 변호사는 홍씨를 만난 직후인 3월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들은 “홍씨가 6개월동안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감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으면서 허위 자백을 했다고 한다”며 “그 과정에서 국정원 측의 회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변호인 측의 홍씨 회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혐의를 자백하고 북한에 있는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던 피고인이 돌변한 과정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장경욱 변호사에 대해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장 변호사는 작년 11월 독일 포츠담에서 북한 대남공작부서인 통일전선부 산하 기관 인사들과 세미나에 참석, “한반도 불안은 미국과 남한 탓”이란 취지로 말해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2011년 간첩단 ‘왕재산’ 사건 변호를 맡았을 때는 사건의 핵심 증인이던 모 대학교수를 찾아가 “(조사를 받게 되면)묵비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한 일도 있었다.

이 사건은 검찰과 변호인이 첨예하게 맞서 있어 재판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변호인은 증거 조작 논란을 제기하며 ‘제2의 유우성 사건’으로 몰고 갈 태세고, 검찰도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간첩 사건에 대한 첫 국민참여재판이어서 30여명에 달하는 증인 보호나 기밀 유출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는 오는 7월초부터 닷새간 연속해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재판장인 김우수 부장판사는 “증인 보호를 위해 최대한 세심하게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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