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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정권의 책이야기[과거많은 남자] #3

작성자파레토|작성시간12.03.31|조회수13 목록 댓글 0

  나는 여러모로 문제아가 될 소지가 다분한 아이였다. 

일찌감치 받은 사상적 세례를 비롯해 현실에 눈뜨면서 갖게 된 반골기질, 거기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다부진 체격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췄으니 말이다.

 

          ......김정권의 자서전 '정치하기 참 잘했습니다'중에서.....

 

  학교 공부에도 별달리 정성을 쏟지 않았다. 

싸움판을 벌인 적도 갖았다.  물론 내 나름대로의 원칙은 있었다. 

나보다 덩치가 큰 아이, 그 중에서도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골라 응징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약한 아이를 때리거나 돈을 뺏는 등의 횡포를 목격한 아이들은 경찰에게 신고하듯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했다. 

 

  '불량 떡잎'을 눈여겨보시고 내 인생에 큰 힘이 되어준 은사님이 있다.  정치. 경제를 맡아 가르치셨던 옥남석 선생님이 나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계신 줄은 몰랐다.  우리 반 수업에 들어오셔도 특별히 나를 칭찬하신 경우도 없었다.  선생님의 마음을 알게 된 건 다른 친구를 통해서였다.

  "두고 봐라, 앞으로 김해고등학교가 배출한 졸업생 중에서 김정권이가 가장 크고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다."

 

  선생님은 다른 반이나 후배들의 수업에 들어가서 이런 예언 아닌 예언을 수차례 하고 나오셨다고 했다. 

선생님이 왜 그렇게 믿고 계셨는지는 지금도 모를 일이다.  

굳이 짐작하자면, 정치.경제는 내가 마음먹고 공부한 몇 안되는 과목 중 하나였기에, 교과서에 부록으로 딸린 헌법 전문을 찢어서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쿰 열심히었다. 

나중에는 비닐을 씌운 표지가 너덜너덜할 지경이었다. 

내가 유달리 헌법에 관심을 가진 데에는 불순한 의도도 조금은 섞여 있었는데, 선생님께서는 거기까지는 모르셨던 모양이다.

 

  선생님의 그 한 마디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빠뜨릴 수 없는 원동력중의 하나이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골칫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문제아 중의 하나이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골칫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문제아 김정권을, 정의감과 리더십을 갖춘 '다듬어지지 않은 옥'으로 여겨주신 선생님이 계셨기에 나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목표를 세우고 도전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기대는 내게 힘이자 채찍이었다.  불량떡잎을 될성부른 나무로 길러주신 은혜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행여'큰 사람'은 못 되더라도 '된 사람' 소리는 들을 수 있도록 나는 더 열심히 나를 다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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