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는 성냥이 필요하다
jk's safe and happy living(충청타임즈)
연말 가까워지면 생각난다. 성냥팔이 소녀. 덴마크의 안데르센이 쓴 동화다. 추운 겨울 성냥 담은 바구니 들고 밤거리 헤맨다. 아이들 장난에 신발 뺏겼다. 맨발로 다닌다.
이 소녀의 모델은 작가의 모친이다. 빈민가 출신. 어려서부터 걸식. 집집마다 문 두드리며 먹을거리 구걸. 빈손인 날에는 다리 밑에서 울었다. 바로 안데르센의 어머니다. 안데르센은 어머미의 그런 얘기 들으며 자랐다.
아버지는 가난한 구두직공. 게다가 그가 열한 살 때 작고. 궁핍과 동거했다. 그러나 부친이 밤마다 들려준 우화와 전설이 글쓰기에 큰 자산이 됐다. 부모의 애정이 작가로 만들었다.
성냥원료의 발견자는 연금술사다. 금 제조하려 한 지식인. 성공하지 못했다. 쓸모없는 전문가 소리 들었다. 그래도 헤닝 브란트는 1669년 원소 인(燐)을 발견. 타기 쉬운 속성도 알아냈다.
당초 성냥은 비쌌다. 부자들의 노리개가 됐다. 1온스(28.25g)에 250달러. 불 붙여 확 타오르는 걸 즐겼다. 19세기 들어 적린으로 성냥 대량생산-> 생필품이 되면서 소년소녀의 행상품목으로 정착했다.
행상은 개별 직접접촉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소매영업이다. 고객이 상품 있는 곳으로 오게 하는 매점=가게와는 반대다. 이곳저곳 소비자 찾아간다. 얼굴 맞대고 설득해서 판다.
물건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뉴스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았던 시대에는 소식도 가져갔다. 곁들여 가십(gossip)과 루머(rumor)와 스캔들(scandal)도 운반했다.
우리 어머니들도 그 대열에 합류. 공주에서 조치원 장까지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양손에 들고 갔다. 소래포구에서 꽃게와 갈치를 받아서 종로통 주택가 골목을 누비기도 했다.
그 시절 버스와 열차의 차장은 행상어머니들에게 절대 권력자였다. 그 사람의 그날 기분에 승차 여부가 좌우됐다. 제 시간에 타면 이문 남았다. 늦게 가면 본전치기도 힘들었다.
능력 있다면 굳이 행상할까. 좌판이나 노점도 한두 푼에 마련될까. 장돌림이 존재하는 이유다. 행상은 존속한다. 처자식 먹여 살리려는 방편. 오늘도 추위와 싸운다.
그럴 때 나는 뭐 하고 있는가. 덜 마시고 덜 입어도 산다. 아껴서 기부했다면 세상 어찌 되겠는가. 한파 속 불 지피는 성냥. 따뜻한 인정 됐을 거다.
정치도 행정도 반값이나 무상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함께 사는 세상 같이 따뜻해야 하지 않겠는가. 안심세상 만드는 길이다./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