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이제는 버려야 할것들

작성자늘푸른 금수강산|작성시간16.06.03|조회수59 목록 댓글 0

"애야~ 아빠는 일좀 보구 내일 배를 탈테니까

오늘은 너 혼자서 먼저 가려무나~"

"그래요~ 아빠!!"

하지만 소록도로 향하는 배를 타고 떠나던 어린아들은 -

내일 아빠가 그 배를 절대 타지 않을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다시는 아빠를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어젯밤 엄마 아빠가 나누던 이야기로 짐작하고 있었다.


15년전- 문둥병을 앓던 작은아들을

소록도 격리시설에 보낸 부모님은 공부에 재주가 많았던

큰 아들을 위해 온 정성을 쏟았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좋은대학에 진학하여

공부 많이 한 똑똑한 여자(?) 만나서 결혼도 하였지만

끝내 자식을 위해 올인했던 부모님을 배신하고 말았다.


오랫동안 가난에 찌들려 있는 부모님과

구질구질하게 느껴지던

지난 환경들을 잊으려고 했던 것일까?


한동안 연락을 끊었던 큰아들 부부는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으로 뒤늦게

부모님에게 전해지게 되었고 그 소식으로

화병이 난 어머니는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다.


혼자 남겨진 아버지-

정부에서 지급되어지는 생활보조금으로

지하 월세방을 얻어 연명하는데

어느 날, 농협에서 연락이 왔다.

15년 불입하여 만기된 적금이 있으니 찾아가라는...

그동안 큰아들에 대해서 많이 섭섭하셨던 아버지는

'애비를 아예 잊고 살지는 않았구나~' 하면서

내심 위로를 했었는데. 농협에 가서 확인해보니

그동안 적금을 불입했던 아들은 큰아들이 아니라

 15년전 버린 자식, 작은아들이었다.


아버지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그 아들을 찾아 소록도로 갔다.

그동안 한쪽 팔을 절단하는 큰 아픔을 겪었지만

깨끗하게 완치된 아들은

시설의 관리인이 되어 봉사하고 있었다.


인연을 끊은듯한 큰 아들에 대한 상심으로...

아버지는 이제 여생을 작은아들과 함께 살면서 지내길 원했다.

진정한 자식에 대한 가치와 가정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육지로 함께 돌아오는

배안에서 아버지는 잘린 아들의 팔을 만지며 물었다.

"이렇게 다 나았는데 왜 진작 연락하지 않았니?"

"15년전에 소록도로 가는 배를 태우면서

많이 속상하셨을 테고 이제 겨우 잊을만한 세월이었는데

 아버지가 저를 만나면 '버렸다'는 죄책감에

또 다시 괴로워하실것 같아서였어요." ..........


어느 날 친구로부터 팩스로 보내온 사연이라고 했다.

사뭇 진지하게 그 얘기를 전해주던

남편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조용히 남편의 얘기를 듣고 있던 손님과 내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티슈를 뽑아 눈물을 훔쳤다.


  그 날 저녁 집으로 찾아온 손님은 남편친구의 아내였다.

아직 모은행 차장으로 승진도

다른 친구들보다 늦은것 같은 그녀의 남편-

그리고 공부에 흥미가 전혀없는듯한 

 재수생 아들과 13살의 자폐증세를 심하게

앓고 있는 딸을 둔 주부이다.


도착해서 차를 나누면서 시종 아들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다.

학교에서 귀가전이면 피시방 오락실 전전하는듯 했고

수능고사 전날까지 판타지만화책 빌려다 보더니

결국엔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한다고 했다.


설상가상 딸애마저 부쩍 증세가 심해져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람벽에 머리를 박으며 자해를 한다면서

어려운 일은 참을 수 있는데

10년후, 아니 20년후의 인생이라도 좋으니

제발 희망같은게 있었음

좋겠다는 안타까운 하소연이었다.


딱히 위로해줄 한마디도 생각나지 않았을때

소록도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그 친구의 부인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처럼....

자식들, 그리고 공부는 어느 가정을 무론하고

절대적인 제1의 화두다.


나 역시 공부에 전혀 흥미없는

아들녀석때문에 속상한일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남편이 전해준

소록도 이야기를 가슴에 담으려고 한다.


이미 두번째 듣는 이야기였지만

처음 기억이 아스라한것처럼

가볍게 흘리던 과거의 내모습을 반성하면서 말이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이 얘기를 전해줬더니

자식이면 당연히 작은아들같이 살아야 하는거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웃들에게 인사를 잘해서 언제나 칭찬받는 아이들...

가볍게 감기를 앓고 있을뿐이건만

'병원에 간다'는 엄마 말에 바짝 긴장하는 아이들...

그 날의 손님, 그 부인의 처지와 자녀들을 비교한다면

정말 내게는 너무도 과분한 자식들이었는데

부족한 엄마의 욕심으로

 '제법 괜찮은 아이들'의 성품을 그르칠까 저어된다.


'공부 못하는 아들'이란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

흡사, 이십대의 자신의 모습이어서...

부모를 버리고 미국으로 떠나버린 큰아들을 이해할 것 같지만

  이제 그 시절 자신의 나이를 살고 있는

  자식을 둔 부모가 되고보니 공부못해도

부모를 생각할 줄 아는 착한 아들이 좋을 것 같다고...

남편은 자문자답인양 힘주어 다시 우리에게 물었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아들을 원하시겠습니까?"

라고 며칠전 친구가 해준애기인데요...

정말 나도 이젠 그런나이가 되었구나 싶네요

  < 가슴 찡힌 이야기라 퍼왔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