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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공, 사는 사.♠

작성자定久|작성시간13.02.20|조회수34 목록 댓글 0

 ♠공은 공, 사는 사.♠

 

경부고속도로 개통식.

 ♠공은 공, 사는 사.♠

1991-08-01 김두영(전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

 

육 여사를 알게 된 것은 1968년경이었지만

내가 청와대 비서로 발탁되어 일하게 된 것은

지금부터 20년 전인 1971년 9월이었다.

 

첫 출근을 한 다음날 느닷없이 김정렴 비서실장이

비서실 전 직원에게 보내는 지시 공문을 받았다.

내용은 비서실 직원은 누구를 막론하고

청와대 문구류나 기타 용품 등을 절대로 사적으로 쓰거나

집에 가져가지 말라는 지시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것은 육 여사가

첫 출근한 나에게 주고 싶은 주의사항이었지만

혹 내 자존심이라도 건드릴까봐 김 실장을 통해

전 직원에게 알리는 형식을 취했던 것이다.

 

그 다음해 어느 날 배문중학에 다니던 지만군이

종이 몇 장을 달라고 해 무심코 내 책상 위에 있던

갱지를 30여장 집어 주었다.

지만군이 종이를 들고 사무실을 나가다가

육 여사와 마주쳤다.

 

 

육 여사는 그 종이를 되받아 나에게 돌려주며

나와 지만군을 함께 나무랐다.

사무실 용품을 대통령 가족이라고 해서

함부로 집어다 써도 안 되지만 더구나

갱지를 연습장으로 쓰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파기하는 서류 가운데서

한쪽만 인쇄된 종이를 모아

연습장으로 묶어 아들에게 주었다.

박 대통령 내외분의 근검절약 정신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두 분은 물 한 방울 종이 한 장을 아껴쓰는

철저한 수범을 보였다.

박 대통령이 서거하신 후에 침실에 있는 변기 물통에서

물을 아껴쓰기 위해 넣어둔 두 개의 벽돌을 발견하고는

그 방을 정리하던 직원들이 함께 눈물을 흘린 일이 있었다.

 

내가 1975년 10월 부속실을 떠나

공보비서실로 자리를 옮겼을 때 박 대통령이

그 동안 수고했다는 뜻으로

나에게 약간의 위로금과 ‘건투를 기원합니다.

 

 

1975년 10월22일 박정희’라고 자필로 쓴

메모지를 봉투에 함께 넣어 주었다.

그런데 그 메모지 우측 상단에는

‘1974년 월 일’이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은 74년에 쓰다 남은 메모용지를

버리지 않고 75년 10월에도 계속 썼던 것이다.

 

 

[글, 옮김, 編: 定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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