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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이 어머니예요”♧

작성자定久|작성시간13.04.03|조회수154 목록 댓글 1

                          ♧“지만이 어머니예요”♧

                            


 

   ♧“지만이 어머니예요”♧

 

육 여사는 다른 사람에게 대통령을 지칭할 때

각하라고 하지 않았으며 그냥 “대통령께서…”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남편을 각하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고 적합치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육 여사는 대통령과 함께 행사에 참석할 때는 항상

두 발쯤 뒤에 떨어져서 걸어갔으며 손을 들어

대통령과 같이 흔드는 일이 없었다.

대신 허리를 약간 굽혀서 인사했다.

 

 

 

육 여사는 행사장에서나 차안에서도

등받이에 기대지를 않고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보는 사람들이 여자가 거드름 피운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청와대 민정비서실에서는 육 여사 앞으로 온

민원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 할 때 ‘영부인’

결재란을 만들어 서류를 가져 왔었는데

육 여사는 그 서류를 다 보고 나서도

그 난에 결재를 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

 

 

결재권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다 보니 민정비서실에서는 부속실 직원이

제멋대로 결과 보고토록 지시한 것이라는 오해가 생겼다.

부속실 민원처리를 맡았던 나로서는

육 여사에게 건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정비서실에서는 열심히 조사해서 보고를 했는데

사인을 안 하시니까 제가 중간에서

장난치고 있는 줄 알고 있으니 그저

보셨다는 뜻으로 사인을 해 주십시오”라고 요청을 했다.

 

 

 

그 후부터는 마지못해 하면서도 결재란에 사인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대통령 부인은 공식 직함이 없다.

그래서 육 여사는 이 점에 대해서 매우 세심한 배려를 했다.

육 여사는 자신의 친서 말미에 항상

‘청와대 육영수’하고 쓰고 서명을 했다.

 

하기야 본인이 ‘대통령부인 육영수’

이렇게 쓸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육 여사는 자신을 직접 남에게 소개해야 할 경우란 없었지만

만약 있었다고 한다면 그 분은 어떻게 했을까

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일요일에 육 여사가 총리 부인과 통화를 하기 위해

총리공관으로 전화를 직접 걸었는데 남자 직원이 받았다고 한다.

내가 육 여사에게서 들은 그날의 대화 내용을 그대로 적어본다.

“여기 청와대예요. 총리 부인 계시면 좀 바꿔주세요.”

 

“누구십니까?”

“오늘이 일요일인데 가족 이외에 누가 있겠어요.”

“가족 누구신지요?” 한참을 머뭇거리다

“나 지만이 어머니예요.”

 

 

 

“지만이 어머니…? 아, 예, 알겠습니다.

바꿔드리지요.”

육 여사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나 육영수예요,

또는 나 대통령 부인이에요”라고 할 수도 없고,

 

총리공관 직원이면 내가 청와대 가족이라고 했으면

누구인지 알아차릴 정도의 센스는 있어야지…

”하면서 웃는 것이었다.

 

 

[글. 옮김, 編: 定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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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러브 천사 | 작성시간 13.05.21 옛날로돌아온것같아요~너무나 감사합나다
    잘보고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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