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분위기에 위트와 유머로♠
▲LA요티 시장주최 만찬회에서.(1965.5.24.)
♠딱딱한 분위기에 위트와 유머로♠ 1974-08-17 이정수(강원일보 기자)
내가 육 여사님을 가까이 뵈올 수 있었던 날은 제3회 전국새마을 양잠시범대회가 열린 5월 6일 춘성군 신북면 산천리에 마련한 강원도 특산물 전시장에서였다.
그날 회견을 지시받은 나는 어쩜 접근이 어려워 지시를 어길 수밖에 없을 거라는 근심을 하고 있었는데 육 여사님은 내가 충분히 말씀을 드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
한 마디로 말해 그분은 미소와 인자, 친절과 자상함으로 뭉쳐진 분인 것 같았다. 누구나 그분 앞에서는 굳어진 표정을 지어 보일 수 없을 만큼 그분과 만난 사람은 그분의 분위기에 말려들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었다.
그분은 전국 각도 대표 모범 여성 양잠가들이 소개될 때 그들의 손을 쥐고 양잠의 어려움을 당신 경험을 통해 설명하시고 노고를 치하하시면서 어느 도 대표 앞에 이르러서는 “이 처녀는 부자 집 맏 며느리감 같애. 누구 결혼 앞둔 아드님 가진 분 안 계세요?”
하시며 주위를 훑어보시며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셨다.
우리(사진부 홍훈자 기자)가 인사를 드리자 “아! 강원일보!”하시며 마치 얼싸안 듯 반겨 주셨다.
미리 마련해 둔 의자에 앉기를 끝내 사양하시고 주위 분들에게 찬 음료수를 일일이 권하신 육 여사는 잠실에서는 누에를 만져가며 고치고르기의 시범도 보여주셨다.
골든벨 호에서 있었던 비단잉어 방류식 때는 가까이 서 있는 분들에게 모두 배에 오르도록 마음을 쓰셨고, 소양댐을 설명하는 현장에서도 다른 분들이 의자에 앉는다는 태도를 보시고서야 의자에 앉으셨다.
그날은 5월치고 유난히 무더워 땀을 흘리고 피로해 있었는데 육 여사님께서만은 화장기 하나 머리칼 한 올 흐트러짐 없이 시종일관 미소를 띠고 계신 모습을 보고 퍼스트레이디는 그런 면에서도 다른가 보다고 혼자 감탄했다.
“강원도 여성은 충청도 여성과 비슷한 느낌을 주나 더 부지런한 것 같아요. 이건 쓰지 마세요. 충청도 여성들이 화를 낼 테니까. 이 말은 충청도 출신인 나를 가리키는 것뿐이에요”
하시며 유머를 찾으셨을 때, 그곳에서 만나신 홍훈자 기자를 이내 알아보시고 홍 기자가 양잠대회 때 어떤 옷을 입었었던 가도 기억하셨다.
홍 기자와 나에게 선물을 보내주실 만큼 자상한 면까지 보여주신 육 여사님의 그 인자한 미소를 이젠 다시 못 뵙고 “여러분 또 만납 시다”고 약속하신 말을 육 여사님 자신이 어길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한 정치가의 아내에 앞서 훌륭한 여성이며, 어머니셨다. 소박한 그분의 성품 앞에 깊이 머리를 숙여 삼가 명복을 빈다.
[글, 옮김, 編: 定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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