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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혜야, 미나리가 살았지?”♠

작성자定久|작성시간13.06.09|조회수26 목록 댓글 0

                                  ♠“근혜야, 미나리가 살았지?”♠

 

   

  ♠“근혜야, 미나리가 살았지?”♠

<2000-01-24 박근혜(전 한나라당 대표)>

 

어머니는 모든 생명체를 귀히 여길 줄 아는 분이었습니다.

1972년 봄, 어머니와 함께 아침 안개가 자욱한

청와대 산책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안개 속의 나무들이 촉촉하게 생기가 감도는 가운데

산비탈 쪽으로 걷던 어머니가 갑자기 발길을 멈추고

길에 떨어진 미나리 한 줄기를 주워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셨습니다.

 

 

 

그 미나리는 이미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혀 있었는데

어머니는 저에게 한 번 보이더니 버리지 않고

개울 옆에 조심스럽게 심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산책을 할 때마다

그 미나리를 살피며 살아나는지 어떤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런 얼마 후 개울가의 그 미나리가

새파랗게 싹을 틔우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어린아이처럼 탄성을 지르며 기뻐하였습니다.

 

 

 

“얘, 근혜야, 미나리가 살았지?”

대통령 부인의 역할이 끝나면 양지바른 시골에서

조용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 하던 어머니는

겉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마음속에

많은 것을 담고 산 분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해에 우리 가족이 진해 앞 바다에서

마지막 여름휴가를 보낼 때가 생각납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밤낚시를 나갔을 때,

낚싯대에 걸린 비단고기를 보고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불쌍하니 도로 살려 보내 달라고 부탁하셨죠.

 

▲박 대통령 내외의 여름 휴가 모습.

여름 휴양지에서 찍은 육 여사 사진은 보기 드물다.

1966년 8월 10일 진해 앞바다 저도. ⓒ 국가기록원

 

이 말에 아버지가 “그러면 도로 살려 보내지”하고

바다에 놓아주자 옆에 있던 남동생은 “한쪽에서는 잡고,

한쪽에서는 놓아주고, 어머니 아버지 하시는 일이

마치 수수께끼 같아요”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여름휴가는 오붓하고 단란한

가정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각별한 기회였습니다.

 

 

 

아버지도 이때만은 고된 격무에서 해방되어

가족들과 종일 지낼 수 있었고,

어머니도 바쁜 일정에서 벗어나

주부로서의 생활에만 몰두하였고,

 

우리들도 하루종일 부모님 곁에서 생활하며

자연을 맘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글, 옮김, 編: 定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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