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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멧돼지♡

작성자定久|작성시간13.06.13|조회수23 목록 댓글 0

                                        ♡청와대의 멧돼지♡

 

 ♡청와대의 멧돼지♡

<2009-08-20 김인만 작가>

 

1963년 겨울, 박정희가 제5대 대통령에 당선되고

청와대로 이사하기 열흘 전이다.

대통령 가족의 이사 준비로 들떠 있던

청와대의 한구석 정원에 멧돼지가 나타났다.

 

북악산 어디쯤에서 살다가 먹이를 찾아 내려온 것이다.

하나도 아니고 새끼까지 줄줄이 한 가족이었다.

대통령 가족을 맞이하려던 청와대가

이 불청객들을 먼저 맞이한 셈이었다.

 


▲1970년대 초 청와대에 나타난 멧돼지.

청와대에서는 멧돼지가 1963년 

박 대통령 취임 무렵에 나타난 이후 가끔 들어올

때마다 먹을거리를 대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왼쪽은 당시 김종신 비서관. ⓒ 김종신

 

모두들 길조(吉兆)라 하여 멧돼지 가족의 출현을 반겼다.

새끼들이 어미를 졸랑졸랑 따라다니며

재롱을 떠는 것이 여간 귀엽지 않았다.

가장 좋아한 사람은 육영수였다.

 

청와대 살림을 시작하면서 멧돼지 가족을 식구처럼 반겼다.

멧돼지 가족은 먼동이 트는 새벽과 으스름달밤에

두 차례씩 정원에 나타났다.

청와대에서는 이들에게 아침, 저녁 두 끼의 식사를 제공했다.

 

 

이들은 그래도 한나절에는 얼씬도 하지 않아

청와대 업무를 방해하지 않고,

오로지 새벽과 밤에만 들어와 끼니를 해결했다.

그것을 박정희가 보았다.

 

정원 길목에서 태연히 식사를 하는

멧돼지들을 보니 어이없었다.

누군가 그들을 위해 밥찌꺼기와 고구마를

그릇에 받혀서 갖다 주었는데,

그것도 한마리가 아니요 새끼들까지 우르르 덤벼들어

먹어대는 양이 보통이 아닌 것이다.

 

 

“누구야? 시키지도 않은 일을 누가 멋대로 하는 거야?”

야단이 났다.

멧돼지 당번들이 어깨 움츠리고 아이들 도리도리하듯

고개를 흔들다가 이실직고를 했다.

“실은 사모님이…….”

 

“제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요.”

육영수가 나섰다.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짐승에게 줄 게 어디 있소?

시골에는 밥 때가 되어도 연기 안 나는 집이

얼마나 많은 줄 아시오?”

 

 

 

“부엌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주는데…….”

“고구마가 있던데?

얼마나 귀한 식량인데 그걸 짐승에게 준단 말이오?

식량 축내는 놈이 하나라면 몰라도,

새끼들까지 줄줄이 달려 가지고…….”

 

“그래서요, 그래서 먹이는 거예요. 새끼들 때문에……….”

완강히 버티는 육영수 앞에 박정희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멧돼지 가족은 대통령 부인의 ‘빽’으로

한 겨울 동안 청와대를 무상출입할 수 있었다.

 

 

[글, 옮김, 編: 定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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