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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안방을 찾아서♤(1)

작성자定久|작성시간13.08.26|조회수19 목록 댓글 0

                                     ♤청와대 안방을 찾아서♤(1)

 


▲청와대 가족의 한때. 1967년 11월 11일. ⓒ 정부기록사진집
  ♤청와대 안방을 찾아서♤(1)

<주부 육영수 여사의 새해설계 1968-01-01>

 

♠박지만 일기 “엄마 뱃속에는 아무래도 아기가 없나 보다”

분홍빛 커튼이 걷어진 창 너머로

햇볕이 쏟아지듯 빛이 들었다.

퍼스트레이디의 접견실.

“설 따라 집 안팎을 단장했으면 좋겠는데….”

뜻뿐이지 손이 가질 않는다고 말한다.

 

국빈이나 와야 조금 바꿔보고

우리네끼리 있을 때야 좀 너절해도

서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청와대 생활이란 너무 바빠서 아내로서도,

주부로서도, 또 엄마로서도 변변치 못하죠.”

아늑했던 옛날이 그리워지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딸들은 크니까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만

막내 지만이는 몹시 맘에 걸린다.

그래서 언젠가 지만이 한테 물었다.

누구네 엄마처럼 대해주면 좋겠느냐고-.

제 친구네 집 가서 카드놀이를 할 때는

온돌방이라 점수 적기가 힘들거든요.

 

 

그런 일은 엄마가 옆에서 다해줘요.”

같이 있어주고 같이 놀아주는 다정스런 엄마들이

부럽다는 뜻으로 얘기했다.

지만이 한텐 또 한 가지 다른 불만이 있다.

동생이 없다는 것.

 

육 여사는 지만이 일기를 몰래 훔쳐보았었다.

쓰여 있기를 “우리 엄마 뱃속에는 아무래도

아기가 없나 보다”고-. 아기동생을 갖고 싶은 건

지만이뿐 아니라 두 누나들도 마찬가지.

큰딸 근혜양은 엄마, 아빠, 그리고 어린 아기가

다정히 모여 있는 사진 12장을 모아

자기 방을 장식하고 있다 한다.

 

놀기에만 온 신경을 쓰는 것 같은 지만이

별명은 ‘엉터리박사’-. 아빠가 지어준 별명이다.

‘제한’ ‘억제’ ‘억압’이란 어려운 낱말을 제대로 쓸 줄 알고

‘모르는 것 빼놓고는 다 안다’해서 붙인 별명이다.

육 여사는 ‘공부 잘해라’는 말은 해본 일이 없다.

 

자녀교육 방침은 원만한 인격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밖에 나가 다른 사람과 대할 때 화제가 딸리지 않도록

신문, TV 등을 보게 한다.

‘도나리드 쇼’ ‘도망자’ ‘타잔’ ‘우주가족’ 등

TV프로엔 세심한 배려가 앞선다.

 

♠.“올해는 도마다 여성회관”

섣달인데도 창밖 마른 잔디밭 관목 사이사이에

장미와 카네이션이 눈을 끈다.

구로동 조화공장에서 선물 받은 것을

손수 심어 놓은 것이라 했다.

 

“조화공장엘 갔더니 1천5백여 명의

젊은 여성들이 일하고 있어 매우 흐뭇했어요.”

그리고 느꼈다. 부지런히 일하면 살 길이 열린다.

육 여사가 명예회장으로 일하는 양지회는

가난하고 불우한 여성들이 자립하도록 도와왔다.

도서실도 마련했고 탁아사업, 부업지도 등을 벌였다.

 

 

새해에는 이 ‘양지사업’을 확장하면서 내용을 충실히 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이미 합의를 본 중류가정의 주부들을 위한

교양강좌 같은 것-. 그리고 각 도청 소재지마다

여성회관을 만들어 여성의 사회진출 제공, 교양,

 

부업의 발판을 만들어주는데 힘 쓰겠다 고도 말한다.

우리 여성들이 교양을 기르는 효과적인 한 방법은

신문을 열심히 보는 일이라고 육 여사는 다져 말한다.

 

♠.신문읽기-민원 답장은 날마다

“요즘 (신문의) 여성 란 참 좋더군요.

아주 열심히 보고 있어요.”

새로운 지식과 교양의 샘을 여성 란에서 찾고 있다는

육 여사는 남성 란을 만들어, 여성에게 주듯 교양과 지식을

남성에게도 주면 좋겠다. 고도 제의한다.


작년 들어 부쩍 활기 띠고 구체화한 여성단체 활동에도 치하를 한다.

소비자보호, 저축, 가계부적기운동 등.

이런 여성들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기쁘게 느끼지만

한 말씀해 달라는 부탁엔 “정말 두렵다”고

고개를 내어 젓는다.

 

열심히 외고 단상에 오르는데, 올라서고 보면 잊어버린다.

단상의 여인으로는 낙제라면서 자신을

가정 안의 여인으로 새삼스레 재확인한다.

애들이 이렇게 곧잘 묻는다.

 

“옛날에 엄마가 만들어 준 과자 참 맛있었는데-”

이런 말에 충격을 느끼는 퍼스트레이디는

그 나름의 아늑한 향수를 느낀다.

“내 옷이나 꿰매고 있으라면 참 좋겠어요.”

 

 

[글, 옮김, 編: 定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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