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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박물관에서.♣

작성자定久|작성시간13.12.02|조회수33 목록 댓글 0

                          ♣배다리 박물관에서.♣
 


 ♣배다리 박물관에서.♣

<2009-12-22 청와대 납품 고양막걸리의 산실>

 

경기도 고양시의 배다리박물관.

전통술 도가(都家)의 풍물을 한눈에 보여주는 곳이다.

“대통령께 막걸리 맛을 인정받은 것에

얼마나 큰 용기가 났는지 모릅니다.”

 

1백년 가까이 4대째 막걸리 도가의 맥을 이어온

배다리박물관의 박관원(朴寬遠) 관장은

박정희 대통령과의 인연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고 있었다.

 

 

대통령이 경기도 고양의 한양골프장에 나왔다가

인근의 실비 집에서 처음 고양막걸리를 맛보고 작고할 때까지

14년간 즐겨 마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실비집이 삼송리에 있었어요.

 

대통령을 맞았던 주인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주모 할머니가 생존해 계십니다.

지금은 실비집을 안하시지만.”

박 관장은 실비집 주인 내외의 소식을 전하면서

주모 할머니가 남편에게 듣고 전하는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놓는다.

 

 

대통령이 김현옥 서울시장과 함께 실비 집에 들렀을 때

주모는 교회에 가서 없고 남편이 혼자 앉았다가

뜻밖의 손님을 치르느라

여간 당황하지 않았을 것은 불문가지.

 

안주도 변변하지 않아 이웃집에 가서

북어를 가져와야 했지만,

막걸리 맛이 좋다는 대통령의 말에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 막걸리가 바로 박 관원 관장의 양조장에서

공급하는 것이었다.

배다리박물관은 2층 전시실에 검은 안경을 쓴

대통령의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전시해

실비집의 상황을 재현해 놓고 있다.

 

빛바랜 나무 탁자 위에 막걸리 주전자와 북어 안주,

그리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말안장이 놓여 있다.

“대통령께서 말을 타고 오셨더랍니다.”

박 대통령은 골프를 치고 나서

그 주변을 말을 타고 산책하곤 했다.

 


▲(좌)배다리박물관 2층 전시실의 박 대통령 밀랍인형.

실비집에서 막걸리 마시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우)박 대통령이 막걸리를 마셨던 삼송리 실비집 주인 김상근씨 내외.

ⓒ 배다리술박물관 홈피

 

마치 조선시대의 선비처럼 말을 타고 가다가

주막에 들러 막걸리를 마셨던 것.

주막 앞에 말이 매여 있는 옛 시절의 평화로운 광경이

눈앞에 선명히 전개되는 것만 같다.

 

박물관에 전시한 말안장은 몽골에서 가져온 것이라 한다.

“청와대에 가는 막걸리도 시중에 공급하는 것과 같이

한말들이 플라스틱 통에 담아갔습니다.

다만 검식관이 먼저 마셔본 다음에 말 통에 담았지요.

 

 

그 검식관도 생존해 계시고요.”

청와대에서 막걸리 값을 두둑히

받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웬걸 그게 아니었다.

“돈을 받은 기억이 없어요.

명절 때에 대통령이 주시는 선물은 받은 기억이 납니다.”

 

막걸리를 주는 쪽이나 받아가는 쪽이

계산에 무신경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꼼꼼한 성격의 박 대통령이 알았더라면

용납이 안 될 일이었다.

“막걸리 한말이래야 몇 푼 됩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지요.”

 


 

거의 사라져가던 전통주를 살려주고,

식량의 자급자족으로 쌀 막걸리를 빚을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는 것이다.

더구나 ‘청와대 납품 막걸리’라는 홍보 효과는

북한 김정일이 남쪽에다 부탁해 마실 정도로 대단했다.

 

1층 시음장에서 막걸리를 맛보았다.

보통 막걸리보다 약간 돗수가 높아 제법 취기가 달아오른다.

한차례 취기가 알싸하게 오르면 서서히 잦아들고

또 몇잔에 다시 취기가 오르기를 반복하면서

시원하게 넘어가곤 했다.

 

 

막걸리는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 주는 것이

소주와 다르다. 소주를 마시면 입안이 마르지만

막걸리는 촉촉하게 감돌아드는 술이다.

고양막걸리와 함께 나온 김치,

부침개도 맛깔이 나게 정성을 들였다.

 

그런데 박관장은 손님에게 막걸리를 권하기만 할 뿐

그 자신은 전혀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이쪽만 마시기가 미안해서 한잔을 따르려고 하니

손을 내젓는다. “술을 못합니다.”

 

 

이런! 술도가의 주인장이 술을 못 마시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1932년생. 점잖은 황혼이 내려앉은

연세의 박 관장은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글, 옮김, 編: 定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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