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어리광 한번 부려봤습니다”♠

작성자定久|작성시간14.01.06|조회수23 목록 댓글 0

♠“어리광 한번 부려봤습니다”♠

 

 

         

♠“어리광 한번 부려봤습니다”♠

<2009-08-20 윤청광(법보신문 논설위원)>

 

청담스님이 도선사에 주석하고 있을 때였다.

박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는

그 멀고 험한 산길을 걸어서 경호원도 없이

도선사에 올라와 석불 전에 불공을 드리곤 했다.

 

“스님, 육 여사께서 스님께 인사부터 여쭙겠다 하옵니다.”

“이것 보아라, 현성아.” “네, 스님.”

“누구든지 절에 왔으면 부처님께 인사부터 여쭤야 할 것이다.”

“예 스님,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행여 영부인이 서운해할까봐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

 

 

“저 스님, 육 여사가 며칠 묵고 가실 것이라 하온데

어느 방으로 모셔야 옳겠습니까요?”

“이것 보아라, 현성아!” “예 스님.”

“골방 하나 치워주면 될 것이니 더 염려할 것 없느니라.”

 

“하오나 스님!” “허허, 무슨 쓸데없는 걱정인고?”

“하오나 스님, 대체 밥상을 어떻게 차려야 합니까요?

찬거리가 아무것도 없는데요.”

“이것 보아라, 현성아!” “예 스님.”

“찬거리야 그렇게 없으면 원주의 마음을

싹뚝 베어서 차리면 될 것이거늘 무슨 근심이 그리도 깊더란 말이냐?”

 

 

“예예, 마음을 베어서 찬상을 차리라 구요?”

“일체 유심조……모든 것은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라.”

원주 현성 수좌는 청담스님의 말씀대로

빈 찬이 지만 정성 드려 상을 차려 들고 방문을 열었다.

방안에 앉아 있던 육 여사가 밥상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말했다.

 

“스님께 폐를 끼처 죄송합니다.”

“보살님, 이 찬상은 보잘 것 없아옵니다만.

이 원주의 마음을 베어 차린 것이오니 맛있게 잘 드십시오.”

“원 보잘것없다니요……

조금전 큰스님 설법을 들었습니다만,

큰스님 도량의 모든 것은 마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하셨으니

벌써부터 기쁘기가 한량없습니다.”

 

  

이때 현성스님이 넌즈시 물었다.

“보살님께서는 스스로를 위해 불공을 드리십니까.

아니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불공을 드리십니까?”

“그야 둘 모두를 위해서지요.”

육 여사는 가벼운 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육영수 여사는 도선사에서 일주일을 머물면서

석불 전에 불공을 드리고 청담스님으로부터

‘대덕화’라는 법명과 함께 보살계를 받았다.

“이것 보아라, 대덕화!”“예 스님.”

“그대는 이제부터라도 보살행을 닦아야 해!”

 

 

“어떻게. 닦아야 하나요?”

“남을 즐겁게 하는 것이 보살이요,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보살이요, 남을 살리는 것이 보살이야.”

“그러면 오로지 남을 위해서만 살아라 그런 말씀이시옵니까, 스님?”

“남을 위해서 살면 보살이요. 자기를 위해서 살면 중생인 기야.”

 

육 여사는 가볍게 웃었다. “알겠사옵니다, 스님..”

“그러니 대덕화, 그대는 앞으로 참다운 보살행을

많이 실천해야 할 것이야.” “예. 하온데 스님.” “왜?”

육 여사는 또한번 가볍게 웃어면서 넌즈시 물었다.

“스님께서는 국모한테도 너너 하십니까?”

 

 ▲불자인 육영수 여사에게 ‘대덕화’

법명을 지어준 청담 스님.

 

“무엇이라고 국모?”

“옛날 같으면 그렇다는 겁니다, 스님.”

육 여사는 여전히 웃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국모 대접을 제대로 해줄 테니

어디 한번 받아보겠는가?”

 

“아이구 아닙니다요, 스님.……스님께서 스스럼없이

너너 해주시니 꼭 친정아버님을 뵌 것 같아서

제가 어리광 한번 부려봤습니다.”

“허허허……어리광이라? 하하하하…….”

목젖이 보일 것 같은 호탕한 웃음에 육 여사도 따라 웃었다.

 

[글, 보쌈. 編: 定久]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