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배신"…프리미엄 반토막에 미분양 '몸살'
입력 : 2017.01.20 15:40
원주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였다.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비해 강원도에 각종 교통망이 대거 확충됐는데, 이 과정에서 원주가 수도권과 강원도를 잇는 교통의 요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됐고, 인천국제공항과 강릉을 잇는 중앙선 KTX도 올해 말 개통 예정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호사다마(好事多魔)였다. 건설사들은 각종 호재를 노리고 원주 지역 아파트 공급을 크게 늘렸고, 결국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 11?3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꺾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 ▲ 공급이 급증한 원주 지역은 지난해 12월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사진은 올해 입주하는 ‘원주봉화산푸르지오’ 아파트. /이상빈 기자
분양 시장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태장동 ‘이안원주태장’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0.06대 1을 기록했다. 920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50여명에 불과했다. 올해 1월 분양한 흥업면 ‘남원주동양엔파트에듀시티’도 전체 청약 경쟁률이 0.86대 1에 그쳤다.
분양권 거래 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올해 입주를 앞둔 원주봉화산푸르지오 인근 남도공인 박상근 중개사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수십여건의 거래가 이어져 쉴 틈이 없었는데 11월 이후 분양권 거래는 단 한 건”이라며 “웃돈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떨어졌고 미분양관리지역 발표 이후에는 투자 문의도 예전보다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다. 원주 단계동 정성을다하는부동산 최은규 중개사는 “지난해 10월 봉화산 e-편한세상아파트 116.55㎡가 3억원(3.3㎡당 850만원) 정도에 거래됐다”며 “11?3 부동산 대책 전까지만 해도 3.3㎡당 1000만원을 부르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찾는 사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원주 부동산 가격은 교통 호재에 힘입어 최근 수년간 빠르게 올랐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0년 말 3.3㎡당 383만원이었던 원주시 아파트값은 2016년 말 11월 509만원까지 올랐다.
- ▲ 강원도 원주시 연간 아파트 공급물량 추이. /부동산114 제공
교통 호재 효과가 기대 이하였던 것도 시장에 악재가 됐다.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의 최대 수혜지로 예상됐던 원주기업도시와 한솔오크밸리, 서원주 지역은 서원주 나들목(IC) 미개통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원주IC는 원주시와 사업시행자인 제이영동고속도로 주식회사 간 비용 지불 문제로 개통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제2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수도권에서 원주기업도시로 가려는 사람들은 신평 분기점까지 간 후 북원주 IC·남원주 IC(중앙고속도로)나 원주 IC·문막 IC(영동고속도로)에서 내려 국도를 타야 한다. 3분이면 갈 거리를 30분 이상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 ▲ 지난 11월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됐지만 아직까지 서원주IC는 개통되지 않은 상태다. 서원주IC 인근 육교에 선개통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상빈 기자
올해 12월에 개통되는 원주~강릉 고속철도 서원주역과 만종역도 인근 개발은커녕 역사도 들어서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역이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 개발에 필요한 배후수요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남도공인 관계자는 “고속철도 역이 시내와 떨어져 배후수요를 확보하기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원주지역이 평창올림픽, 고속철도 등 대형 호재가 있었다지만 공급이 너무 많이 늘었다”며 “11·3 대책 이후 지방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 지난 13일 찾은 서원주역 공사현장. 오는 12월 완공 예정인 서원주역은 아직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상빈 기자
원주시내 일부지역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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