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처음 얼마나 작게 시작 했던가
날아오르는 저 종이연을
지탱해주는 가느다란 실처럼
우리는
얼마나 가늘게 매달려 살아왔던가
얼마나 가늘게 시작했던가
막 지어낸 밥알이 맞붙어 있는 것처럼
서로 놓지 못한 손목을 저 종이연에 매달고
얼마나 함께하고 싶었던가
얼마나 영원하길 바랬던가
이제 당신은 나에게
꺼지지 않는 허기진 사랑이요
차오르지 않는 공복이요
내 생애의 한가운데를 차지한
뼛속의 문신이라지만
이렇게, 당신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긴 시간 너에게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이유가 있다면
내 그리움 당신에게만 들키고 싶은
그 마음 때문에 내 그리움을
당신에게만 들키고 싶다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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