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결혼식" 이란 말은 들어봤어도
"이혼식" 이란 말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나도 오늘 처음 들어 봤습니다.
오늘 저녁 무렵,동아일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어떤 기사를 하나 보게 됐는데
일본에서 있었던 "이혼식" 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결혼 생활 8 년차인 일본의 한 중년부부가 서로 뜻이 맞질 않아 헤어지기로 했는데
그냥 헤어지질 않고,결혼식 때처럼 이혼식을 올린 후에 헤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결혼식 할때 같이 드레스를 차려입거나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호화스럽게 한 게 아니라
그냥 작은 식당을 하나 빌려서 가까운 친지들을 초대해 놓고
"저희는 이러저러 해서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라고 부부가 간단하게 한 마디씩 경위를 설명한 뒤
상대방에게 주었던 반지를 망치로 내려치는 등
퍼포먼스 비슷한 절차도 몇가지 곁들인,마치 코메디 같은 이혼식이었습니다.
그 이혼식을 보면서 나는 왠지 모르게 폭소가 터져 나왔고
오장육부까지 후련해지는 통쾌함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그동안 서양 사람들에게 부러운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게 아니고,서양 부부들은 헤어질 때 좋게 잘 헤어지는데
우리 한국 부부들은 왜 이렇게 안좋게 헤어지나,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서양 부부들은 겉으로나마 웃으면서, 마지막 포옹까지 하면서 헤어지는데
한국 부부들은 열이면 열,백이면 백 대부분 철천지 원수가 되어 헤어집니다.
서양 부부들은 이혼한 뒤에도 아이들 문제 등으로 자주 만나고 또
상대방의 새 애인들과 동석 해서 식사도 하면서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한국 부부들은 입술을 깨물며
"그래,니가 어디 잘 되나 두고 보자!" 며 증오심을 품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전에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큰 상처입니까.
그러지 말고 앞으로는 헤어질 때
저 일본 부부처럼 이혼식을 하고 헤어졌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그러면,이혼식이 일반화 되면
이혼을 부추기거나 조장할 우려가 있지 않겠느냐,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저 일본 부부의 이혼식을 기획하고 진행한 기획사 사장의 말로는
작년에도 이혼식을 여섯쌍 치뤄줬는데
그 중 두 쌍은 아직도 헤어지지 않고 오히려 잘 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묘 해서,평소엔 서로 으르렁 대고 싸우다가도
이혼식 날짜를 잡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 들어가면 그동안 쌓여 있던 스트레스와
상대방에 대한 악감정이 풀리면서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상대방의 좋은점도 떠올리게 되고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결점도 알게되는 겁니다.
하지만 꼭 이렇게 재결합을 노려서가 아니라
이혼식을 하면 우선 서로간에 원수가 되어 헤어지지 않고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주면서 좋은 관계로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혼할 때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상상외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부부가 서로 나쁜 감정으로 헤어지면 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고,
가정이나 사회생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쳐
모든 일에 의욕을 잃고 에라 모르겠다,될대로 되라,면서 술,담배, 도박 등으로
폐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이혼식 비용 몇푼을 들여서 서로 좋은 감정으로 헤어질 수만 있다면
그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정신적 이득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앞으로 우리 한국 부부들도 이제까지처럼
서로 앙숙이 되어 그렇게 헤어지지 말고
이혼식으로 술도 한 잔씩 하면서,재미 있게 한 판 놀면서 헤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단,결혼식 때처럼 부주금을 받는다든지 하면 안된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자,그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으니, 앞으로 이혼식장에서 있을법 한
재미 있는 상상이나 한두 가지 첨부하면서 끝 내겠습니다.
상상 (1)
어느 이혼식장.
사회 : "자,그럼 다음으로 오늘 이혼하게 된 경위를 간단히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남편 아무개씨부터 친지분들께 한 말씀 해 주시죠."
남편 : (고개를 푹 떨구고) "예.사실... 이 사람은 처음부터 저에겐 과분한 여자였습니다.
벌어놓은 돈도 얼마 없고,벌이도 시원치 않은 저 같이 못난 사람에게 시집와서
호강 한 번 못하고, 고생만 죽도록 하고......
좀더 일찍 보내주었어야 하는건데......
이제라도 좋은 남자 만나서 부디 행복 했으면 하는 바램 뿐입니다.
이상입니다."
사회 :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부인 아무개씨 한 말씀 해 주시죠."
부인 : "그렇지 않아요.
이 사람은 이제까지 최선을 다 했어요.
지나고보니까 제가 남편의 심정을 너무 몰라주고, 작은 일에도 신경질을 내고......
또 다른 남편들과 비교하면서 이사람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제가 맞벌이한다는 핑계로 남편이나 아이들, 그리고 집안일에 너무 등한시..."
남편 : (부인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며) "여보! 당신이 뭘 등한시 했다는 거야.
나야말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청소 한 번,설거지 한 번을 못 도와줬잖아.
그리고,당신이 짜증낸 것도 내가 원인 제공을 해서 그렇지
당신이 어디 나쁜 여자라서 그런 거야?"
부인 : "아니예요. 지나서 생각해보니까 내 잘못이 더 많았어요."
남편 : "그렇지 않다니까. 다 내가 못난 탓이야."
부인 : "아니라니까요.이제까지 당신한테 너무 못해준 걸 생각하니
내 자신이 밉고, 마음이 너무 아파요."
부인이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린다.
남편이 아내를 꼭 껴안는다
친지들,일동 박수.
상상 (2)
역시 어느 이혼식장
사회 : "자,그럼 다음에는 오늘 이혼하게 된 경위를 간단히 들어보겠습니다.
먼저,남편 아무개 씨부터 한 말씀 해주시죠."
남편 : "참, 내가 눈깔이 삐었죠.내가 미친 개 새끼였어요.
세상에 어디 여자가 없어서 이런 걸 마누라라고 데려다가 결혼을 했으니......
사실, 진작 이혼하려고 했는데 참,인간이 불쌍해서 10 년이나마 데리고 살아 준 겁니다.
이 여자하고 산 지난 10년은 정말 지옥이었습니다.
지옥도 그런 생지옥이 없어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
부인 : (남편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며) "야,이 새끼야!
나는 뭐 천국이었는지 아냐? 나도 지옥이었다, 이 나쁜 새끼야!"
남편 : "이 년이 그래두 잘했다고 주둥이 놀리는 것 봐!"
부인 : "그래,내가 잘못한 게 뭐 있냐?잘못한 게 뭐 있냐구,이 개 썅늠아!"
남편 : "너,내가 벌어다준 돈 다 어디 썼어?
철철이 옷 사입고,다 낭비 했잖아,이년아!"
부인 : "뭐? 어이구, 이 쪼다 새끼봐!
야! 내가 낭비할 만큼 니가 돈이나 제대로 벌어다 줬냐,이 인간말종 새끼야?"
남편 : "야,이년아!다른집 여자들은 그보다 적은 돈가지고도
저축까지 하면서 잘만 살더라,이 개년아!"
부인 : "웃기지 마,이 새끼야.
대한민국에서 나처럼 거지 같이 사는 여자가 어디 있냐,이 빙신 새끼야!
그리고,허구헌날 밤 열두 시가 넘도록 술쳐먹고 기어들어오는, 너는 잘 했냐, 이 또라이 새끼야?"
남편 : "야,이년아! 내가 술을 먹고 싶어서 먹는줄 아냐?
니년 상판대기 한 시간이라도 덜 보고 싶어서 일부러 늦게 들어 온거다,이 미친년아!"
부인 : "나도 너 없는 시간이 천국이었다,이 새끼야!"
남편 : "그래,니가 앞으로 을마나 잘 사는지 두고 보자, 이 개 년아!"
부인 : "걱정마,이 새끼야, 너보단 잘 살테니까 이 드런 새끼야!"
남편 : "누가 너같은 년 데려나 간대냐?넌 오늘부터 평생 과부야,이년아!"
부인 : "아이구,똥을 바가지로 싸고 자빠 졌네,똘팍 새끼!
너야말로 이 새끼야,자지도 잘 안서는 너같은 놈한테 어떤 골빈 여자가 온다던?이 꼴통 새끼야!
나니까 그나마 10년씩이나 참고 살아준 줄 알고,고맙게 생각해,이 날도둑늠으 새끼야!"
남편 : (얼굴이 벌개지면서 주먹 치켜들며) "이 씨발년을 증말 콱!......"
부인 : (머리를 남편 얼굴 앞에 바짝 들이 대며) "그래,이 새끼야,쳐라,이 개 새끼야. 쳐!쳐!쳐!"
남편 : (손바닦으로 부인의 머리를 확 밀어 내며) "꺼져,이 년아. 병원비 아까워, 썅년아!"
부인 : (양 손으로 남편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흔들며)
"이 새끼가 엇다대구 손찌검이야,이 개 좀만한 새끼가...!"
남편 : "아,아,아! 야 이년아, 머리카락 빠져! 이거 못 놔? 너 증말 뒈진다!"
친지들 :" 어허,이 사람들 또 싸우네,또 싸워!"
"참어,참어!"
하면서 모두 달려 들어 뜯어 말린다.
상상 (2) 번 같은 일 보다는,상상 (1) 번 같은 일이 많아야겠죠.
아무튼,앞으로는 결혼식보다는,이혼식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릴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