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환적은 北석탄 밀거래의 대가일 수도 있다”
“성분분석표 한장이면 석탄 産地 알아...‘러시아산으로 알았다’는 주장은 거짓말"
"현 정권 출범 후 친북 성향 한국인 중개상에 석탄-희토류 밀무역 제안 받았지만 대북제재 때문에 포기"
"北,국제사회의 對北제재로 달러 대신 현물로 광물 대금 교환 희망"
"북한과의 자원 밀무역은 정치적 인맥이 필수적"
북한이 작년부터 유엔의 대북(對北)제재 금수품인 석탄과 희토류를 한국으로 밀수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자원무역상(商)의 입에서 "나도 석탄과 희토류 밀무역을 제안받았다"는 구체적 폭로가 나왔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는 석탄을 포함한 모든 북한산 광물에 대한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현재 해외에 거주하며 자원무역을 하고 있는 A씨는 6일 펜앤드마이크(PenN)에 “작년 10월과 올해 2월 해외의 친북(親北) 좌파 성향 한국인 중개상 S씨로부터 각각 북한산 무연탄과 희토류 무역을 제안 받았다”며 “북한산 석탄뿐만 아니라 희토류도 원산지 세탁을 통해 한국으로 밀무역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A씨는 1980년대 후반부터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자원무역을 하면서 한국의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에 해외 석탄을 납품한 적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S씨는 1960년대 후반부터 해외에서 거주하며 무역업을 하는 친북 성향의 사업가로 A씨는 7년 전쯤 무역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를 알게 됐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작년 10월 S씨는 "북한산 무연탄을 갖다 주겠다"면서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산 무연탄에 대한 대가는 미국 달러가 아닌 현물로 지급하는 걸로 하자"고 A씨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A씨는 대북제재 위반에 대한 우려로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S씨는 현 정권 출범 후 뒤를 봐주는 든든한 정치권 인사들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신은 이 일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안전하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올해 2월 S씨는 다시 “북한산 무연탄이 싫으면 희토류를 하자”고 제안을 했다. 희토류는 정확하게 전 세계 9곳에서만 리파인(정제)이 가능하다. 또한 희토류는 유엔에 입출입을 정확하게 보고해야 한다. 정확하게 어디서 몇 톤이 들고나는 것을 유엔이 직접 감독하는 것이다. 이에 A씨가 “북한산 희토류를 말레이시아에서 정제할 수는 있지만 원산지를 ‘북한’이라고 곧이곧대로 보고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묻자 S씨는 “내가 오리진(원산지) BL을 중국이나 러시아로 바꿔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북한산 희토류의 '스펙(성상ㆍ性狀)'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는 “S가 보내온 북한산 희토류는 품질이 굉장히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이번에도 대북제재를 의식해 북한산 희토류 무역을 포기하기로 했다.
A씨는 “북한과의 자원무역은 일개 무역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과의 자원 밀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인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S씨가 북한산 자원 밀무역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도 20여 년 전부터 맺어온 한국내 친북 정치권 인사들과 돈독한 유대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S씨는 호남지역 K고교 출신으로 1980년대 후반 해외 북한 대사관과 중국 대사관을 통해 현재 친북 정치권 인사들의 방북을 도왔고 물질적으로도 많은 후원을 했다”며 “그 인연으로 그는 북한관련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S씨는 1990년대 북한을 통해 러시아 근해에서 동태 잡이 사업을 했으며 북한 개성공단에선 공원들에게 주는 물표를 생필품으로 바꿔주는 사업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S씨가 본격적으로 북한산 자원 무역에 뛰어든 것은 현 정권이 출범한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한 직후다. S씨는 ‘지금부터 북한산 자원을 (사업)한다’며 A씨에게 ‘나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A씨는 S씨가 접촉했다고 자신에게 전한 정부및 정치권 인사의 실명(實名)도 PenN에 밝혔지만 아직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공개하지 않는다.)
A씨는 최근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알고 국내에 반입했다는 정부와 일부 기업의 주장에 대해서는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그 근거로 첫째, 북한산 의심석탄 반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회사명이 드러난 남동발전의 경우 석탄 담당 최고 책임자는 서울대 출신으로 30년간 석탄을 다룬 전문가라고 했다. 석탄의 스펙만 보면 원산지 정도는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과거 남동발전에 석탄을 납품하면서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둘째, 전 세계에서 무연탄을 생산하는 나라는 페루, 북한, 중국, 몽골, 호주(호주는 거의 안 나온다), 베트남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유난히 유황 성분이 낮고 칼로리가 높은 게 있는데 그것이 북한산”이라고 했다. A씨는 “BL을 세탁해 오리진(원산지)을 러시아, 중국으로 속이더라도 전문가들은 스펙만 보면 원산지를 알 수 있다”며 “석탄만 30년 이상 다룬 전문가들이 북한산 석탄인줄 몰랐겠느냐”고 반문했다.
A씨는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했기보다는 정부나 정치권의 압력에 의해 북한산 석탄을 억지로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산 석탄 가격이 싸기 때문에 몇 푼 아끼려 남동발전이 북한산 석탄을 구입했을지도 모른다는 일부의 추측은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는 “남동발전은 한전의 5개 발전(發電) 자회사 중에서 석탄을 제일 많이 소비하는 발전소로 완전히 문제가 없는 고질의 무연탄만 구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자신도 석탄을 납품하기 위해 7년을 고생했다고 밝혔다.
A씨는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북한산 석탄에 대한 대가는 쌀보다는 석유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북한에 원유를 준다면 중국, 미얀마 등에서 환적할 것”이라며 “유엔에서 아무리 제재해도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과의 석유 환적에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소문도 산업계에 나돌고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