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부산항만공사를 방문, 지역인사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임기 중에 (부산의)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경남도는 ‘남강댐 물 부산 공급’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1년3개월여 만에 부산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부산항만공사에서 허남식 부산시장을 포함한 정치ㆍ언론ㆍ여성계 인사 100여명과 오찬을 함께 하고 지역 현안 사업을 경청했다. 정부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청와대에서 백용호 정책실장 등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부산의 물 부족 문제와 진주 남강댐 수자원의 부산 사용을 둘러싼 부산과 경남간 대립 등을 언급하며 "임기 중에 (부산의)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과 경남이 왜 이렇게 협의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400만 (부산)시민이 ‘언제부터 안심하고 물을 먹어도 되겠구나' 하는 것을 임기 중에 결정하고, 댐을 만들게 있으면 만들고 (하면 된다)"라면서 "국토부 장관도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경남도가 사용하고 남은 진주 남강댐 물을 부산시가 사용하는 방안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남도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경남발전연구원 결과에 따르면 남강댐은 부산에 공급할 여유량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즉, 홍수 시 방류하는 물을 보관·관리하는 남강댐의 담수능력이 부족하여 근본적으로 물이 부족한 실정이다. 댐을 높일 경우 댐과 인접한 진주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경남도는 “독일, 네덜란드 등의 선진국에서 상용화하고 있는 인공습지 또는 인공함양 방식으로 영구히 안정적인 대체 청정상수원 개발을 제안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부산에) 줄 수 있는 물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도의 입장도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며 불가 입장을 재천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서부경남 지역민들도 즉각 반발하며 진위 파악에 나서고 있다..
우종표 진주남강댐대책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만약 진주 남강댐 물을 부산시가 사용하는 방안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면 이는 진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 도민들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안전도 전혀 담보할 수 없고, 보낼 양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또 “국민의 편의가 아닌 안전, 목숨이 걸린 문제다. 대통령이 말해도 안되는 것은 안된다”면서 “발언 진위를 파악한 후 기자회견 등 집단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원래 다른 회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이를 미루고 일정을 마련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역 경제 현안을 검토하는 의미가 있지만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무산 등으로 침체된 부산 민심을 살펴보기 위한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정영효·차지훈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