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총살정권’과의 공범화는 비극
북한의 공개처형 현장이 처음으로 생생하게 알려졌다. 그동안 탈북자들의 진술과 공개처형을 알리는 공고문에 의해서만 이야기되었던 공개총살이 동영상으로 확증되었다.
세계는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공개총살은 인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서도 보기 힘든 일로써, 21세기 인류의 양심은 시험대에 올라섰다. 성인들을 강제동원한 것도 모자라 어린아이들까지 처형장에 집결시켜 이른바 ‘김정일의 잔인한 존엄과 공포’를 알리고자 했으니 그 의도가 섬뜩하다.
북한을 탈출했다는 죄목으로 총살을 하였다고 하니 탈출할 수밖에 없게 만든 자들에 대해서는 어떤 형벌을 내려야 할까.
진실과 사기의 대결
예상했던 대로 김정일 추종세력은 별의별 억지로 이 진실을 왜곡시키려 하고 있다. 이곳저곳 사이버 공간에서 게릴라식으로 김정일의 학살을 변호하기에 바쁘다.
공개총살! 그것이 탈북자들의 악의에 찬 허위진술이라고 주장하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남의 일에 왜 신경쓰느냐’ 혹은 ‘한국 인권문제나 신경쓰지, 언제부터 인권의 대가인 것처럼 행동하느냐’ 하는, 과거 전두환 씨에게서 많이 들어보던 억지만이 난무하고 있다.
별로 희한한 일도 아니다. 학살을 변호하다 보면 동서고금 독재자의 논리를 죄다 갖다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이 점점 드러남에 따라, 그리고 오직 객관적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방법으로만이 그러한 논리를 무력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것은 거대한 사기극과 진실과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한겨레, 북녘 형제들 죽음에 재뿌리나?
정작 이 동영상 파동에서 충격적이었던 것은 인터넷 한겨레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성과물로 사랑받았던 한겨레. 진실과 민주, 인권은 물론이거니와 북녘 동포들까지 포용하는 의미로써 창간되었던 ‘한겨레’가 동포들의 죽음에 재를 뿌리고 있다.
인터넷 한겨레는 16일 기사를 통해 "동영상 촬영에는 북한의 실상을 외부에 공개하려는 북한 인권단체뿐 아니라 영상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속칭 ‘필름 브로커’들도 가세하고 있으며..."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초점을 ‘브로커의 돈벌이’로 이행시키려는 의도가 너무 뻔하여, 차라리 가련해 보인다.
기자는 특종을 위해 목숨을 걸고 현장을 누빈다. 그렇다고 그런 기자가 찍어낸 80년 광주의 진실은 진실이 아닌가! 배고픈 사람은 돈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가 담아낸 모습은 진실이 아닌가!
진실을 알리고 돈을 벌겠다면 그건 칭찬받지는 못하더라도 나쁜 짓은 아니지 않은가.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이었던 한겨레여! 차라리 침묵하라. 옛날 영웅담이야 들어줄 만도 하겠지만 김정일 ‘총살정권’과의 공범화는 진정 비극이 아닌가?
최홍재 논설위원/자유주의 연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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