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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노무현에 이어진 정체성의 위장과 우리 국민들의 혼선. (펌)

작성자조돌쇠|작성시간05.04.17|조회수45 목록 댓글 4
한국의 지성계(知性界)는 이제 ‘민족’ ‘민주’ ‘민중’이라는 3개의 어휘에 관해 어떤 결말을 내는 일대 논쟁을 벌여야 한다. 물론 100년을 논쟁해도 그 일은 끝장이 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결말이란 적어도 그런 말들의 정직한 참뜻만은 분명하게 드러내 정리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말들은 너무 거룩한 대의명분으로만 사용되었다. 그래서 사람들, 특히 젊은층일수록 그 세 마디 단어만 들이밀면 꼼짝없이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지당하고 당연한 말씀인지라 무어라 딴소리를 하기는커녕, 즉석에서 주눅이 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거기에 ‘민족’ ‘민주’ ‘민중’의 함정이 있다.

‘민족’은 민족주의를 뜻할 것이다. 어떤 때는 민족 자주로 표현되기도 한다. 누가 과연 그런 고매한 용어 자체에 감히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 그러나 요즘 사상투쟁의 현장에서 뜻하는 일부 논자들의 ‘민족’은 구체적으로는 반미(反美)와 연북(聯北)이다. “일제에 짓눌려 살다가 미국에 빌붙어서….” “숭미(崇美) 사대주의….” “친미 반통일에서 우리 민족끼리 통일….” 언뜻 들으면 피끓는 무엇 같지만, 결국은 ‘대한민국 무장해제시켜, 김정일 폭정 연장시키자’는 속임수의 겉치장일 뿐이다. 트로이의 목마(木馬)가 따로 없는 셈이다.


‘민주’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민주’라는 말 자체에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예컨대 “헌재(憲裁) 위에 국민 있다”는 식의 발상으로 번지면 그것은 전체주의(파시즘이든 볼셰비즘이든 민중민주주의든)적 선동일 뿐이다. ‘민주’가 ‘개인’ ‘자유’ ‘법치’를 떠나면 그것은 ‘민주’를 가장한 폭력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그런 난폭한 포퓰리즘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식인들이 겁먹어 쭈뼛쭈뼛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판사가 재판 한번 소신껏 했다가는 대뜸 “강남 땅부자라서…”라는 우박을 맞아야 하는 요즘의 판은 분명 난장판 일탈민주주의 그것이다. 민주를 빙자한 헌법 무시, 대의제 민주주의 경시, 폭민(暴民)정치는 참다운 참여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렇다면 ‘민중’은 또 어떤가? 누가 굳이 “민중을 위하지 말자”라고 말하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일부에서처럼 “잘사는 사람, 좋은 학교 나온 사람, 대기업, 서울 강남 사는 사람, 시장주의자, 개방론자는 곧 수구반동, 그래서 반민중, 그래서 반민주, 그래서 반통일, 그래서 지배세력 교체(숙청)” 운운으로 비약한다면, 그런 민중주의는 지난 세기 혁명독재론의 아류일 뿐이다.


전(全) 지구적으로 그런 ‘민중’ 운운은 퇴조하고 있는데, 왜 유독 한국에서만은 중국 공산당조차 외면한 구시대 망령이 출몰하고 있는지, 참으로 희한한 노릇이다. 못사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면 우리보다 더 못살던 중국 12억 인구가 왜 시장경제와 대외개방으로 나왔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 필경 민중주의 독재를 하다 보니 민중이 오히려 더 못살게 되더라는 경험법칙 때문이었을 것이다.


‘민족’ ‘민주’ ‘민중’은 다 좋은 단어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에 바탕한 ‘민족’ ‘민주’ ‘민중’만이,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와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보수·진보의 양 날개로 삼고 있는 체제만이 그 민족, 그 국민, 그 민중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 그런 체제하에서라면 정권이 보수로 넘어가든, 진보로 넘어가든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다.


우리의 지성계는 지금이라도 요즘의 ‘민족’ ‘민주’ ‘민중’이 과연 ‘개인’ ‘자유’ ‘시장’ ‘법치’ ‘개방’에 투철하게 바탕한 것인지, 아니면 그 어떤 정체 모를 전체주의, 집단주의, 폐쇄주의의 전략전술인지를 철저하게 가려주어야 한다. 우익이건 좌익이건, 대통령이건 총리건 이제 “나는 그게 아닌데 왜 자꾸 그것이라고 색칠하느냐?” “내가 그것이라는 증거를 대라”는, 아리송한 안개 속 ‘두루뭉수리’ 진술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본인들이 모호성의 마스크를 쓴 채 계속 이것이었다가 저것이었다가,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니 쓸데없는 혼선만 일어나는 것 아닌가? 이로 인해 공연히 겉도는 말싸움만 많았지, 도무지 문제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제는 모두가 자기 정체를 분명한 표현으로 드러내야 한다. 지성의 요건은 정직성이다. 지도자의 자격도 정직성이며 신뢰성이다. 좌(左)니 우(右)니 하기 전에 먼저 지성의 자격부터 갖춰야 할 일이다. 그리하여 그 정직한 커밍아웃에 바탕해서 제대로 된 대화를 하든, 논쟁을 하든, 투쟁을 하든 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선 오늘의 대립은 좌·우 이전에 지성 대 반지성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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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배달겨레 | 작성시간 05.04.14 좋은 글입니다..
  • 작성자나라걱정과 희망 | 작성시간 05.04.14 동감합니다. 노정권의 핵심세력은 말장난으로 우매한 국민을 속이고 협박해온 공갈.사기꾼들에 불과한 존재들 입니다.
  • 작성자동백 | 작성시간 05.04.14 좋은 글입니다. 지성 대 반지성의 싸움..............공감합니다.
  • 작성자조영휘 | 작성시간 05.04.18 참 좋은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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