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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작성자청천장희한|작성시간22.08.11|조회수27 목록 댓글 0

도시락

 

장희한

 

풀잎도 고개 숙인 팔월

형과 나 풋 초를 베려 산으로 갔다

익을 데로 익은 햇살은 뜨거움을 더해 가고

이것이 무슨 삶에 전부인양 풋 초를 쉴 새 없이 베고 있었다

한참을 풀을 베고 나니 건너편에서 밥 묵자 하는 산울림 메아리

배에서 쪼로록 소리가 났다

도시락을 까놓고 형과 나 보리밥 한 덩이 풋고추와 된장 한 덩이

어느새 도시락은 바닥이 나고

퍼 넣어도 퍼 넣어도 양이 들 찬 배는 허전했다

형아 제발 한 숟가락만 남겨다오

형은 그 마음 몰라주고 마지막 한 톨까지 다 먹어 치웠다

그 밥 다시 먹고 싶다

 

 

 

풋초ㅡ옛날에 땔감으로 해마다 팔월이면 풀을 베어 말려 두었다가

이듬해 여름철 농번기에 밥도 짓고 쇠죽도 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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