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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다 이야기

작성자푸른 돌(靑石)| 작성시간22.09.13| 조회수9|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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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푸른 돌(靑石)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2.09.13 1.이제 백로(白露)도 지나고 완연한 가을이다.
    조석으로 선선한 바람이 쌀쌀한 기운이 든다. 한낮에도 더운 열기는 식고 그늘은 시원하기보다 한기가 느낄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계절과 절기는 자연의 섭리대로 오고 간다.
    상일이는 명절이 되면 더 쓸쓸하다. 명절에 오고 가는 형제나 친척이 없어 명절이 되면 어쩔수 없이 쓸쓸하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사연 없는 곳이 없다. 그저 평범하고 순탄히 살아온 사람이 드물 것이다. 세상엔 나름의 고난과 고생을 이기고 극복한 사람들이 많다.
    상일이가 직장생활 할 때다. 강남구 S동 본사에 근무할 때 고향 친구가 찾아왔다. 한 동네라지만 중학교 졸업하고 처음 보는 친구였다. 명동에서 패선업을 한다며 명함에 H패션 대표라 찍혀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상일이는 직장 초년생이고 사회 경험이 없어 세상 물정을 잘 몰랐다. 명함에 대표면 서울서 출세했구나 하는 꽁생원이었다. 그 친구 가게를 한 번 갔더니 동업자라는 중년의 직원 단 둘이 있었다. 서울 명동에서 두세 평짜리 가게라도 그게 어딘가 싶었다. 몇 차례 부부동반으로 식사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훗날 악연으로 끝날 줄 몰랐으니 사람의 운명은 알 수 없다..=>
  • 작성자 푸른 돌(靑石)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2.09.13 2.그 당시 우리 회사가 J상선 그룹 본부격이라 그룹 회장 사무실이 본사 뒤 신축건물 6층에 있었다.
    그 건물에 3층에 본사직활의 직장과 회사를 상대로 하는 전문 개척 시범 점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당시 생보사는 6개로 모두가 전사적으로 새로운 영업을 경쟁적으로 확장해 나가던 때였다. 직단(직장과 단체 영업) 업무를 전담하는 '시장개발과'를 영업부에 신설하여 상일이가 주무 담당자로 처음부터 그 업무를 맡았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확장할려면 많은 시간과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그런데 당시 J생보 그룹은 규묘도 작았고 자금력이 약해 J생보사가 방계 회사 중 하나였지만 그룹의 자금줄이었던 것이다. 상일가 퇴사 후 20여 년이 지난 후에 결국 그 그룹은 해체되고 J생보사는 외국계 생보사가 흡수 통합해 사명(社名)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상일이는 과열과 과욕으로 운영한 서울 시내 점포장 시절의 후유증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그 다음 해 대리 승진 시험이 있었는데 금융권의 대리 승진 고시는 승진이냐 은퇴냐의 중요한 갈림길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금융권에서 대리 승진시험은 경쟁이 치열해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합격할 수 있다..=>
  • 작성자 푸른 돌(靑石)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2.09.13 3.대리시험 한 달을 앞두고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관련 책과 자료를 충분히 준비했다. 당시 점포장 1년의 후유증으로 이문동의 외대앞 작은 단독주택을 처분하고 방 둘이며 연탄 때는 Y동의 5층 시영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처음 버스를 타다 후에 회사 통근버스로 출퇴근을 했는데 그래도 강남 S동까지는 1시간이 더 걸렸다.
    아무튼 대리 시험을 앞두고 한 달간 모든 친목회 애경사도 일절 안나가고 축의금이나 조의금만 보냈다. 집에서도 딸 아이와 집사람과 처 할머니를 큰 방에서 자라하고 작은 방에서 혼자서 공부했다. 평소에 잠이 적은 편이라 네 시간씩 자며 강행군을 했다. 준비한 기본서를 밑줄 그으며 세 번씩 읽고 마지막으로 요약하며 정리를 했다. 나중엔 요약 정리한 노우트만 몇 번 총 정리를 하고 시험보러 갔다. 다행히 그 해 무난히 대리 승진고시에 합격했다. 중요한 곳에 밑줄을 긋고 마지막 요약 정리를 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절실히 체험했던 것이다.
    상일이는 천재형이 아니고 순전히 노력파다. 지능지수(IQ)도 그렇게 높지 않다. 오래 전에 고등학교 입학 시험을 앞두고 입학시험 한 달 전에 고향집에서 전 과목을 그런식으로 공부를 했다..=>
  • 작성자 푸른 돌(靑石)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2.09.13 4.상일이는 실업계 고등학교 입학 시험에 전체 차석으로 합격했다
    그런데 수석 합격자가 2차에 시험을 보고 다른 학교를 갔는지 입학식날 나타나지 않았다. 합격하면 일단 입학금을 납입하고 입학식날 나타나지 않았으니 학교서도 몰랐다. 상일이는 입학식날 교무실에서 불러서 갔다. 수석 합격자가 다른 학교로 간 것을 입학식날 아침에야 학교에서도 알았던 모양이다. 졸지에 차석인 상일이가 수석의 자리로 올랐다. 상일이가 신입생 대표 선서를 낭독하였다. 그 날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상일이는 전혀 예측 못했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어느 성공한 학교 선배가 신입생 중 수석 합격자에게 주는 장학증서를 받았다. 3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는 그 당시 학교 최고의 장학금이었다.
    아무튼 상일이는 뜻밖에 본의 아니게 수석의 자리을 차지했다. 차라리 차석으로 입학한 그대로 학교를 다니고 마쳤더라면 아마 지금과 다른 상일이가 되었을지 모른다. 그랬더라면 학교측이나 형님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진학공부를 하거나,아니면 아예 인문계로 전학을 시켜달라 했을지 모른다. 아무튼 그 차석 아닌 수석의 멍애가 평생 상일이를 그렇게 옭아맬 줄 몰랐던 것이다..=>
  • 작성자 푸른 돌(靑石)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22.09.13 5.인간의 한 평생이 길고도 짧은 것 같다.
    하루 한 주 한 달이 눈 뜨면 가고 1년도 어! 하면 지난다. 수많은 철학자와 문필가들이 세월의 무상함을 노래했다. 엊그제 벼를 심는 것 같더니 황금 들판이 무르익어 간다. 몇 차례 폭우로 여러 곳에 홍수가 나 큰 피해를 입었지만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가는 시간 잡을 수 없고 오는 세월 막을 수 없다. 하루가 쌓여 한 주일이 되고 주일이 모여 한 달이 된다. 그렇게 열 두 달이 지나면 1년이 간다. 청소년은 한 달도 길다 하나 노인은 1년도 순식간이다. 시간의 속도가 그 사람의 나이대로 달린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바둑 맞수가 세상을 떠나니 마땅히 같이 둘 사람이 없다. 몇 달 전에 우연히 양평 친구네 땅 팔아달라고 양서면 부용리에 있는 어느 부동산을 갔다. 사무실이 크고 좋은 바둑판이 있었다. 얘기가 끝나고 바둑을 얼마나 두느냐 물었더니 급수가 비슷했다. 바로 맞수로 흑을 잡고 뒀다. 요즘 그 분과 백이 오가며 가끔 수담(手談)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바둑 속담이 인간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준다.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에 집중하면 쓸데없는 생각과 번뇌가 사라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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