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별미(別味)인 찹쌀밥
올해는 이상하게도
봄이 온다는 입춘(立春)과 정월 보름날이
맞물려 있어 특이(特異)하다
머지않아 따뜻한 봄이 오겠지만
아직도 추위는 여전해서 가까운 듯 해도
멀기만 한 2月의 초순(初旬)이다
나는 아무 음식(飮食)이라도 가릴 것 없이
다 좋아하지만 추운 겨울의 별미(別味)라면
새해에 먹는 떡국처럼
정월 보름에 먹는 찹쌀밥 무척이나 좋아한다
일 년에 한 번 밖에 못 얻어먹는 찹쌀밥을
어떻게든지 맛을 보기 위해서 집을 나섰다
대형 마트에 가서 찹쌀과 팥을 사 가지고는
집에 오니 아내는 이미 들어와 있었다
아내가 찹쌀을 보더니 고작 한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큰 봉지를 사 왔다고 투덜거린다
(그놈의 찹쌀밥은 한 달 동안이나 먹을 거냐며)
저녁에 식탁(食卓)엔 찹쌀밥과 나물 반찬에
소고기구이까지 내놓는다
아내가 주방의 구석에서 지난 설날에 사용했던
청주(淸酒)를 꺼내오더니 작은 술잔에 따라주면서
부딪히며 같이 건배(乾杯)하자고 한다
술 한잔하면서 찹쌀밥에 소고기까지 먹으니까
나의 소원(所願)이 이루어진 셈이다
아내는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주량(酒量)도
같이 늘어나는 것 같다
올해는 유달리 찹쌀밥이 맛이 없어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내 돈을 쓴 탓이다
아내 자신의 돈으로 사 온 찹쌀이라면 그 맛이란
설탕보다 맛이 달콤할지도 모른다
찹쌀밥에 팥뿐이 아니라 대추와 밤과 호두 아몬드
그리고 잣도 넣었다면 그 맛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시던 찹쌀밥처럼 그 맛을
도저히 못 느끼는 정월 보름날 밤이다
마누라 수고했소 .... 飛龍 / 南 周 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