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날인 오늘
겨울 추위 속에 움츠리며
나날을 보내다 보니
흐르는 세월(歲月)도 잊은 채
지나가고 찾아오는
계절(季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우리들
우연하게 바라본 2月의 달력에
봄(春)의 이름표라는 우수(雨水)이다
양지바른
돌담 밑에 어린 봄이 바글거린다
개울가 버들강아지
얼음장을 뚫고 고개를 내민다
저 높은 푸른 창공(蒼空)은
우수(雨水)날인 오늘
너무나 힘든 겨울 추위를 견디고 견딘
모두에게
성적(成績)이 매우 우수(優秀)하다며
웃는 표정(表情)으로 선물(膳物)을 주신다
엊그제 밤
소리없이 찾아온 봄비처럼
소리없이 포근한 바람결이 다가오는 듯 하다
창문(窓門)을 열고
마음도 열고
묵은 겨울 먼지 훌훌 털어 버리고
신선한 봄바람을 가득 마시고 싶다
우수(雨水)에 앉은 봄 처녀가
연분홍 빛 매화(梅花)에
연인(戀人)의 발걸음을 붙잡고
거울 속에 얼굴처럼
웃으며 정다운 윙크를 한다
겨울눈 껍질을 벗고
햇볕 반가운 목련(木蓮) 가지에
바람처럼 눈에 누워
어여쁜 열여덟 살 아가씨처럼
봄 마중은 유방(乳房)처럼 탱탱하다
벌써 소리없이
내 안에 숨어 들은 봄날에
탁했던 가슴이 시원할 정도로 큰 숨을
쉬어보고 싶은 오늘이다
살아온 만큼이나
봄은 눈물겹기 때문이다 .... 飛龍 / 南 周 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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