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月의 춘향(春香)
3月달이 되면
만물(萬物)이 소생(蘇生)한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어느 때보다 흐뭇한 기분(氣分)이 든다
집 앞의 공원(公園)에 벚꽃 나무를 바라보니 긴 겨울에
동면(冬眠)의 세계에서 깨어나 꽃잎을 틔우려고 몸가짐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새로운 한달 속의 3월이라면
절기상으로 겨우 잠을 잤던 개구리도 기지개를 켜고서
나온다는 경칩(驚蟄)에
밤과 낮이 같아진다는 춘분(春分)이 오기 때문이다.
겨울 끝자락에 바람이 분주(奔走)하게 들락거리며
봄 냄새를 실어 나르는 것이 자연(自然)의 신비(神祕)가
안겨주는 모습이 얼마나 좋은지 너무나 실감 나게 만든다.
지난겨울은
어느 해보다 다르게 느낀 것은 별로 큰 추위가 없었던
덕분에 서민(庶民)들이 일하기 좋은 계절을 보냈다.
내가 따뜻한 봄 날씨를 좋아하는 것은 무겁고 만만찮은
세월(歲月)을 말해주는 것 같다.
봄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웃음을 자아나 게 만드니
시(詩) 하나가 그리워지게 만든다.
- 봄 -
쓸쓸한 바람은 불고
온 산에 농부의 한탄이
붉게 피어나는 계절
봄.
봄에 희망이 피어난다
봄에 웃음이 피어난다
그곳에 절망이 피고
가슴을 여미는 아픔도 피어난다
온 들이 푸른 물결을 일으킨다
손이 가기 전에 쟁기의 아픈 날을
맞이하는
잡초가 되지 못함을 아파하는
푸른 파도가 인다
이제 하늘도 잿빛
지각을 뚫고 일어서는 콘크리트처럼
온 하늘이 검어 온다
기다려
온땅이 하얀
그 시절이 오면
이 아픔의 아우성도 사라지니
동짓달의 삭풍이 더 따스한 세상이여
봄은 남도(南道)에서 이곳 서울에도 서서히 찾아오지만
이른 아침에 겨울철과 다른 것이라면 같은 시간(時間)인데도
창문이 훤해지니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계절이 처음 시작되는 봄
이것이 더욱 그립게 만들며 봄바람과 봄 햇살 속에 세상의
모든 풀과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잎을 피운다.
나무가 살을 델 것 같은 추운 겨울을 견딘 실가지 끝에서
피어나는 꽃과 잎은 경이로움, 설렘 고마움 그 자체(自體)다.
새롭게 맞이하는 봄을 빨리 만끽하고 싶은 것은
새로운 희망(希望)과 웃음을 더불어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다
3月의 춘향(春香) ..... 飛龍 / 南 周 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