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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모 문학방

술 익는 마을

작성자푸른 돌(靑石)|작성시간23.04.29|조회수39 목록 댓글 7

 

 

술 익는 마을

 

 

이전에

제사가 되거나

명절이 다가오면

 

꼼꼼한 우리 할머님은

밀기울 삶아 삼베 자루에 넣어 

구들목 이불 속에 며칠 삭이면 

구수한 냄새 나는 누룩이 된다 

 

그 시절에 지정 도가집이 

면마다 적어도 한두 개 있었고

잔치집이나 상가집에서 주문하면

언제라도 즉시 배달을 해줬다

 

막걸리가 좀 비싸기도 하지만  

시골 사람들에겐 싱거운 편이라

농주를 담가서 따로 보관했다가

귀한 손님이 오면 살며시 내놓는다

 

언젠가 밀주 단속하는 공무원이 

갑자기 들이닥쳐 동네에 비상이 걸렸다

소문 듣고 할머님이 먹다 남은 술을

주전자에 넣어 숨길려고 얼른 나왔는데

그 때 단속원 서너 명이 들이 닥치니 

부엌문 열며 급히 문고리에 걸어 숨겨

들키면 벌금 내는 위기를 무사히 넘겼지

 

할머님의 순간 기지에 모두 놀랐는데

한동안 동네 사람들에게 회자 되었으니

술 익는 마을의 아름다운 전설이 되었다 

 

2023년 4월 29일

'비가 오락가락 하는

토요일 아침에'

푸른 돌(靑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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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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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푸른 돌(靑石)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4.29 3.할머님은 아흔 여섯 살까지 정정하시고 눈도 밝아 밤낮으로 길삼을 하셨다. 노인이 밖에 나가서 할 일이 없으니 방안에서 길삼을 하신 것이다. 겨울엔 목화를 방아간에서 타오면 물래로 무명실을 자으셨다. 1년 내 모시나 삼베 무명실은 거의 할머님께서 다 삼으셨다. 그러면 계절에 맞춰 베를 짰다. 어머님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베틀에 올라 베를 짰다. 날씨가 맑은 날은 들 일에 매달렸고 비가 오거나 추운 겨울엔 베틀에 매달렸다. 상일이는 어릴 때 큰 방에서 딱딱! 하는 베틀 소리에 스르르 잠이 들곤 했다. 베를 짤 때는 적당한 방 온도 유지가 중요해 겨울에는 낮에 굼불을 때 곤 했다.
    목화는 고려 공민왕 시절(1363년)에 문익점이 중국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귀국할 때 붓 뚜껑 속에 숨겨 가지고 돌아왔다. 경북 산청에 있는 처가에서 재배하기 시작하여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우리 선조들은 땀을 잘 흡수하는 목화로 무명 옷을 만들어 입었다. 겨울에는 솜을 만들어 옷감이나 이불에 넣어 혹독한 추위에도 얼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화학 섬유의 발달로 많이 처졌지만 목화가 우리에게 준 영향과 혜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작성자푸른 돌(靑石)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4.29 4.우리 동네에 제비가 돌아왔다. 거의 3~4년 만에 돌아온 것 같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최근에 서울 근교에는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다 한다. 대기 오염이 심해져서 그럴 것이다. 3~4년 전에 한 번 왔는데 금년에 뜻밖에 우리 동네에 제비가 다시 돌아왔다. 서울 근교 대기 오염이 좋아졌다기 보다 제비가 환경에 적응하고 면역력이 커졌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어느새 집을 다 짓고 알을 품는지 어미 한 마리가 집안에 웅크리고 꼼짝 않는다. 며칠이 지나면 새끼 제비들이 노란 부리를 내밀며 재재거릴 것이다. 제비는 길조(吉鳥)라 여겨 사람들이 제비 집을 보면 반가워 한다. 길 가는 동네 아주머니에게."우리 동네에 제비가 왔어요"하고 가르쳐 주니, 어디요? 하더니 제비 집을 몇 십 년 만에 본다며 엄청 좋아 했다.
    제비 집을 짓는 곳이 거의 어떤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우선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북쪽 벽이다. 여름엔 북풍보다 주로 남풍이 분다. 또 위에서 빗물이 흘러 내리지 않아야 좋다. 그래서 북쪽이며 위에 베란다나 옹벽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바람도 피하고 빗물도 흘러 내리지 않는다. 조물주가 준 자연의 순리를 본능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 작성자푸른 돌(靑石)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4.29 5.햇볕을 좀 쐬고 싶어 오전에 모자를 쓰고 산책을 나갔다. 볕은 좀 따갑지만 바람이 불어 시원한 느낌이다.진달래는 지기 시작했고 노란 황매화는 아직 싱싱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조금 더운 듯 했지만 산책하기 그만 인 날씨다. 놀이터에는 이른 시간이라 두세 명의 아이들이 엄마와 같이 놀고 있다. 주택가에 서 있는 큰 은행나무는 연두색이 이제 짙은 초록으로 변했다. 그동안 잘 안 보이던 참새 여러 마리가 나무 위에서 짹짹 거린다. 나비 몇 마리도 바람에 나풀거린다. 찾는 꽃이 귀한데 어디 가서 배를 채우나. 진달래는 꿀이 없는지 나비나 벌이 들락거리지 않는 것 같다. 소나무에 둥지를 튼 까치가 부지런히 먹이를 나르느라 깍깍! 거리며 바삐 들락거린다. 이전에 까치가 사철나무에는 집을 짓지 않는 걸로 잘 못 알았던 같다. 아마 환경에 따라 저들도 적응하고 변했을지 모른다.
    멀리 보이는 남한산성은 이제 완연한 초록 산이 되었다. 더 더워지기 전에 서문 전망대와 수어장대까지 한 번 다녀 와야겠다. 가까이 이런 명산이 있어 얼마나 좋은가? 이전에 6~7년을 토요일 새벽마다 남한산성을 올랐다. 이제 여러 해가 지났지만 같이 산을 다녔던 친구들이 그립다..^*^
  • 작성자▒ 飛龍 ▒ | 작성시간 23.04.30 덕분에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행복한 밤 보내세요
  • 답댓글 작성자푸른 돌(靑石)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5.01 화창한 월요일입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힘찬
    새 봄이 되세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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