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에 사랑
고로 박유동
강기슭에 휘늘어진 수양버들
버들가지가 물에 닿을 듯 말듯
흘러가는 세월을 멈추려 하지만
버들강아지 물에 동동 떠내려가고
강바람에 버들잎 훨훨 날아가는데
속삭이는 두 남녀의 사랑소리만 들리네
갑자기 동편하늘 불게 타오르고
대포소리 폭탄소리 쿵쿵 울라는데
마을 확성기에선 다급한 전쟁소식
북한군이 동두천으로 건너왔다고
재향군인들은 본부대로 떠나라하니
전사는 꽃반지 손에 끼워주고 떠났네
꼭 승리하고 돌아 올 터이니
너도 무사히 살아남아 다시 만나자고
군대식으로 충성 거수 경내까지 하며
울먹이며 목에 매달리는 꽃반지를 떼놓고
전사는 38선 전쟁터로 달려갔는데
폭탄에 중상을 입고도 그리운 꽃반지여
가열한 전쟁은 승리로 끝나고
전사는 피난 간 가족을 찾아 부산에 갔는데
거기서 뜻밖에 꽃반지를 만날 줄이야
전쟁승리의 감격에 서로 가슴을 끌어안고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하던 그들은
고향 가서 결혼하자며 새 언약을 했다네.
-20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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