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나 사람이나 같구나
내겐 아주 오래전부터 직장에서 퇴근하고 나면
저녁부터 깊어가는 밤을 보낸 것이 있다
단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이 생활하니
하나의 습관이 되어 사랑이란 존재를 배운다
사람도 나이 들어갈수록 크고 작은 병(病)이
생겨서 약도 먹고 병원도 가게 만든다
젊은 청춘(靑春) 때는 약(藥)도 전혀 모른 채
그저 건강하게 보낸 것이 나이가 들게 되면
흐르는 세월(歲月)은 야속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느 가정(家庭)이나 사람이 편리하게 만들어진
가전제품(家電製品)은 곳곳에 있다
그런 제품(製品)도 신형(新型) 그 모습 일때는
마치 어린 아기처럼 좋기도 하다
그런데 그 좋던 가전제품(家電製品)도 흐르는
세월에 못 이겨 노후(老後)가 되고 만다
잦은 고장에 수리(修理)도 하다 보면 다음에는
폐기처분을 해야 한다
어쩜 사람이나 가전제품(家電製品)이나 같은지
모르겠다
매일마다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지친 피로(疲勞)를
회복(回復)시켜 주는 것이 컴퓨터였다
컴퓨터를 오래도록 쓰면서 중간중간마다 수리(修理)도
하면서 지내다가 며칠 전 고장으로 인해 할수없이
새로 장만을 해야했다
나는 집안에 TV는 없더라도 컴퓨터는 있어야 만이
살아 갈수가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이번에 큰마음 먹고서 컴퓨터를 장만하니
좋기도 하다
컴퓨터가 마치 꽃다운 청춘(靑春)처럼 좋은 것은
아무래도 돈이 좋아서 그런지 모른다
아내가 컴퓨터를 샀으니까 앞으로 10년만 매달리고
손을 떼란다
이른 봄에 나뭇가지에 새로운 연녹의 잎이 돋아나고
늦가을에 단풍(丹楓)이 들어서 떨어지듯이
컴퓨터도 10년을 내다보고 이야기 하는지 모르겠다
깊어가는 밤
컴퓨터 책상에서 아내가 타주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컴퓨터가 내게 한마디 한다
흐르는 세월(歲月)은 기억하더라도 비록 나이만은
잊어 달라고 말이다
만약에 컴퓨터에만 매달려서 백수(白壽)의 나이가
되면 어이할꼬 ..... 飛龍 / 南 周 熙